흥국생명이 4위 인삼공사와의 중요한 일전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19-25, 25-18, 31-29, 26-24)로 승리했다. 5점 차까지 추격한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한 흥국생명은 승점 42점으로 인삼공사(34점)와의 승점 차이를 8점으로 벌리며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12승13패).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17득점을 올렸고 최고참 선수 김세영이 8득점, 김해란 리베로가 25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날 흥국생명의 승리에는 이 선수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70일 만의 V리그 복귀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트리플크라운(서브득점,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을 포함해 26득점을 퍼부은 '핑크폭격기' 이재영이 그 주인공이다.

이재영 부상 이탈 후 7연패, 동네북으로 전락한 디펜딩 챔피언
 
 이재영은 복근부상이 있던 김연경 대신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재영은 복근부상이 있던 김연경 대신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 국제배구연맹

 
지난 1월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대륙예선에서 '한국 여자배구의 보물' 김연경(엑자시바시)은 복근 부상으로 결승전에만 풀타임으로 출전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김연경 대신 한국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가 바로 2018-2019 시즌 V리그 MVP 이재영이었다. 이재영은 아시아 예선에서 득점 2위(71점), 공격성공률 1위(60%), 리시브 효율 3위(54.32)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김연경의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3회 연속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내기 위한 이재영의 노력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고 말았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팀에 복귀한 이재영이 무릎부상으로 4라운드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흥국생명은 졸지에 공수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스 없이 후반기 순위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이재영 없는 흥국생명은 예상보다 더욱 무기력했다.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4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한 흥국생명은 이후 7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선두 경쟁은커녕 3위 자리까지 위협을 받게 됐다. 특히 이재영 부상 이후 흥국생명의 공격을 전담했던 외국인 선수 루시아마저 아킬레스 건염으로 지난 13일 GS칼텍스 KIXX전(1-3패)에 결장하면서 흥국생명은 더욱 큰 위기에 빠졌다.

흥국생명이 최악의 부진에 빠진 사이 4위 인삼공사는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흥국생명과의 승점 차이를 3점까지 좁혔다. 중·하위권 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선두다툼을 벌이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15일 3-1 승)와 GS칼텍스(9일 3-2 승)마저 인삼공사 연승의 제물이 됐을 정도로 인삼공사의 기세는 대단했다. 그렇게 흥국생명의 부진과 인삼공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시즌 우승팀의 플레이오프 탈락이 점점 현실화 되는 듯했다.  

부상 복귀전에서 프로 데뷔 첫 트리플 크라운 달성
 
 공수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재영이 복귀하면 흥국생명은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한다.

공수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재영이 복귀하면 흥국생명은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한다. ⓒ 한국배구연맹

 
플레이오프 마지막 티켓의 향방을 점칠 수 있는 20일 흥국생명과 인삼공사의 경기는 23일로 예정된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1위 경쟁 경기 만큼이나 5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꼽혔다. 흥국생명은 루시아가 복귀한 지난 16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에서 3-2로 승리하며 7연패의 늪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아직 전력이 안정권에 접어 들었다고 보긴 힘들었다.

7연패에서 탈출한 박미희 감독은 에이스 이재영이 20일 인삼공사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른다고 밝혔다. 아무리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라 해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이 많은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르다가 무리를 하면 자칫 컨디션이 무너져 재활을 위해 쏟았던 시간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삼공사에게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흥국생명에겐 더 이상 이재영을 아낄 여유가 없었다.

이재영은 인삼공사와의 복귀전에서 33.93%의 공격성공률과 33.33%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이재영의 시즌 공격 성공률이 39.84%, 리시브 효율이 38.56%임을 고려하면 이날 이재영은 한창 컨디션이 좋았을 때보다 몸이 다소 무거웠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영은 3개의 서브에이스와 4개의 블로킹, 5개의 후위공격으로 26득점을 퍼부었다. 프로 데뷔 후 첫 트리플크라운이었다.

특히 이재영의 블로킹 4개는 모두 양 팀이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던 승부처에 나오면서 흥국생명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재영은 3세트와 4세트 듀스 상황에서 인삼공사의 주공격수 발렌티나 디우프의 공격을 막아냈고 13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등 수비에서도 전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재영의 놀라운 투혼에 나머지 선수들도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재영은 승리가 확정된 후 박미희 감독을 얼싸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동안 겪었던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마음고생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재영은 이내 활짝 웃으며 관중들 앞에서 막춤을 추면서 환호를 이끌어냈고 동료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7연패 기간 동안 상대의 '승점 자판기'로 전락했던 흥국생명은 이재영의 복귀로 인해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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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이재영 트리플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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