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지만, 대놓고 말하기는 꺼려지는 것들을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한다. 현대의 불편한 진실로는 가볍게 생각할 때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가 몸에 좋지 않음에도 먹는다는 사실이 될 수 있고 깊게 파고 들자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모든 걸 사고 팔 수 있는 가치가 있으나 이를 부정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다크 워터스>는 이런 알기 싫은 불편한 진실을 심도 있게 담은 영화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은 할머니가 사는 시골 동네에 아는 사람인 농장주 윌버 테넌트로부터 다짜고짜 사건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자신의 농장에서 소 190마리가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치아가 검게 변색되어 죽었다는 그는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이 농장 근처 땅에 묻고 방류시킨 화학물질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부에 의뢰한 결과 듀폰이 폐기한 화학물질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는다.
    
자신의 눈으로 보기 전까지 롭은 그 답변을 믿었다. 하지만 정신착란을 일으킨 소가 사람에게 달려들고 개가 같은 자리를 뱅뱅 돌며 윌버가 찍은 동영상에서 죽은 소의 신체 내부가 기형적으로 변한 걸 보고 문제가 있음을 인식한다. 롭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로펌 대표 톰과 아내 사라를 믿고 사건을 파헤친다. 그리고 듀폰이 유출시킨 화학물질이 PFOA라는 독성 폐기물질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사실에 롭이 큰 충격을 받은 이유는 이 물질이 후라이팬을 비롯해 콘텐트렌즈 등 각종 물건에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1970년 미국 환경보건국이 화학물질을 규정하기 전부터 사용되었던 건 물론 듀폰은 이미 자체 실험을 통해 이 독성물질이 각종 암과 갑상선 질환을 일으키고 기형아 출생의 가능성을 지녔음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 물질의 독성을 보고하지 않은 건 물론 이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롭이 한밤중에 부엌을 뒤져 프라이팬을 찾아내는 장면은 이런 충격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자신과 부인은 물론 뱃속의 아기까지 이 독성물질을 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이 분노는 앞으로 이어질 고통의 서막에 불과하다. 롭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상대와 마주하다. 듀폰은 엄청난 돈을 바탕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다. 마을 주민들은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듀폰을 고소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을 협박한다.
    
불편한 진실은 '모순'에서 비롯된다

그들의 돈은 공무원들에게도 들어가며 제대로 된 진실을 밝히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간다. 롭은 홀로 모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투쟁해야 될 상황에 몰린다. 무려 20년에 달하는 진실을 향한 사투를 담은 이 영화는 왜 사람들이 불편한 진실을 감당하려하지 않는지, 왜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는 거짓을 품고 살아가려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다. 
 
불편한 진실은 '모순'에서 비롯된다.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그 잘못된 거짓이 벗겨지고 드러난 진실이 더 큰 위협이 될까봐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건을 다룬 <또 하나의 약속>이 보여준 것처럼 반도체와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그 불편한 진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듀폰의 진실이 불편한 이유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 체내에 이 독성 폐기물질 PFOA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유독물질이라면 몸 안에 독을 넣고 살아간다는 소리가 된다. 롭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앞으로 태어나고 자라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힘겨운 대결을 받아들인다.
 
<다크 워터스>는 진실을 향한 무거운 한 걸음 한 걸음을 보여준다. 토드 헤인즈 감독과 배우들은 이 걸음이 지닌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 연구하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이 노력은 불편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그리고 편안한 거짓을 벗겨낼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