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별로 15경기를 치르고 올림픽 예선을 치르기 위한 휴식기에 돌입했을 때 V리그 여자부의 판도는 정확히 '3강3약'으로 나눌 수 있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GS칼텍스 KIXX로 이어지는 상위 3개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반면에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구성된 하위 3개 팀은 봄 배구보다 '탈꼴찌 싸움'이 더 급해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 개막 후 팀당 많게는 8경기, 적게는 7경기를 치른 14일 현재 여자부의 판도는 '2강2중2약'으로 재편됐다. '쌍포' 이재영과 루시아 프레스코가 차례로 부상을 당한 흥국생명이 7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승점 쌓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4위 인삼공사는 최근 4연승을 포함해 후반기 들어 8경기에서 승점 15점을 적립하며 무서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2위 GS칼텍스 역시 5라운드 들어 좋은 기회를 잡았다. 선두를 질주하던 현대건설이 지난 4일 흥국생명전에서 주전리베로 김연견을 부상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후반기 8경기에서 6승을 챙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GS칼텍스는 남은 일정 동안 충분히 역전 우승을 노릴 수 있다. 과연 정규리그 우승과 봄 배구라는 역전 드라마를 노리는 GS칼텍스와 인삼공사의 후반기 대반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전 리베로 잃은 현대건설을 2점 차로 따라붙은 GS칼텍스
 
 득점 2위 러츠는 블로킹에서도 3위, 서브에서도 7위에 올라 있는 '팔방미인'이다.

득점 2위 러츠는 블로킹에서도 3위, 서브에서도 7위에 올라 있는 '팔방미인'이다. ⓒ 한국배구연맹

 
후반기 시작과 함께 '소영선배' 이소영이 돌아왔다. 공수를 겸비한 GS칼텍스의 기둥 이소영은 복귀하자마자 뛰어난 활약으로 GS칼텍스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메레타 러츠와 강소휘, 이소영으로 이어지는 6개 구단 최강의 삼각편대를 거느리고 있는 GS칼텍스는 공격 성공률(39.75%)과 서브(세트당 1.35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한수지와 러츠의 활약에 힘입어 블로킹(세트당2.40개)에서도 현대건설(세트당2.51개)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현대건설은 헤일리 스펠만과 양효진으로 이어지는 쌍포를 앞세워 공격성공률 2위(39.08%)를 달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격뿐 아니라 김연견 리베로와 윙스파이커 콤비 황민경, 고예림이 지키는 리시브 라인도 대단히 안정적인 팀이다. 이번 시즌 이다영 세터가 양 날개와 중앙을 고루 활용하며 최고의 토스워크를 발휘하고 있는 배경에는 '리시브 삼각편대'의 보이지 않는 활약이 숨어 있다.

따라서 5라운드 첫 경기까지 현대건설이 치른 전 경기, 전 세트에 출전하고 있던 김연견 리베로의 부상이탈은 현대건설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김연견이 빠진 후 11일 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뒀지만 김연견 자리에 들어간 고유민(리시브 효율 5.88%)과 이영주(디그 점유율 3.03%)의 활약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고유민-이영주 체제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현대건설의 위기는 승점 2점 차이로 현대건설을 추격하고 있는 GS칼텍스에는 절호의 기회다. 뛰어난 공격력과 높이를 두루 겸비한 GS칼텍스가 앞으로 남은 두 번의 맞대결에서 현대건설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충분히 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특히 공격 삼각편대가 서브 부문에서도 각각 3위(세트당 0.35개), 6위, 7위(이상 세트당 0.25개)에 올라 있는 만큼 강한 서브로 현대건설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면 이다영 세터의 토스워크도 함께 흔들 수 있다.

GS칼텍스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을 상대로 1, 2라운드에서 승점 6점을 따낸 후 3, 4라운드에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했다. 따라서 GS칼텍스 선수들이 현대건설을 상대하는 마음가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실상 승점 6점을 걸고 싸우는, 5라운드 최고의 빅매치가 될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이번 시즌 5번째 맞대결은 오는 23일 GS칼텍스의 홈구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시즌 19연패 당했던 인삼공사, 봄 배구로 명예 회복할까
 
 디우프는 이번 시즌 내내 자신에게 주어진 높은 공격 점유율을 감당하고 있다.

디우프는 이번 시즌 내내 자신에게 주어진 높은 공격 점유율을 감당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1월까지 7승 12패에 불과했던 인삼공사의 봄 배구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인삼공사는 이영택 감독대행 체제에서 여러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며 이번 시즌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시즌 운용을 펼치는 듯했다. 하지만 잦은 패배 속에서도 10번의 풀세트 승부를 벌이며 착실히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운 인삼공사는 2월 들어 4전 전승을 기록하며 패배를 모르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인삼공사 상승세의 주역은 두말할 필요 없이 득점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746점)를 질주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다. 45.60%라는 압도적인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고도 41.73%의 공격 성공률(2위)을 기록하고 있는 디우프는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코트에서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승부처에서는 동료들을 격려하며 염혜선 세터에게 자신에게 공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1월까지 중위권보다는 최하위에 더 가까웠던 인삼공사가 봄 배구를 노릴 수 있게 된 것은 흥국생명의 깊은 추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주포 이재영이 올림픽 예선을 치른 후 무릎을 다쳐 후반기 들어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39.07%의 리시브 효율(5위)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이재영의 이탈은 흥국생명에는 '전력의 반'이 빠져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지난 1월 14일 기업은행전 3-0 승리를 끝으로 7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일 기업은행전(1-3패)에서는 외국인 선수 루시아마저 아킬레스건을 다치며 13일 GS칼텍스전(1-3패)을 박현주, 김다은 같은 신인 선수 위주로 풀어나가야 했다. 부상이 그리 크지 않은 루시아는 오는 16일 도로공사전에서 돌아올 확률이 높지만 부상 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삼공사는 오는 20일(원정)과 3월 3일(홈) 흥국생명과 두 차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아직 양 팀의 승점은 6점 차가 나지만 인삼공사의 가파른 상승세와 흥국생명의 심상치 않은 하락세를 고려하면 인삼공사의 '막판 뒤집기'가 결코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지난 시즌 19연패라는 프로스포츠 역대 6번째 최다연패의 불명예 기록을 썼던 인삼공사는 한 시즌 만에 극적인 봄 배구 진출을 통해 지난 시즌의 수모를 털어 버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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