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전주 KCC 이지스의 경기. 2쿼터 KCC 라건아(오른쪽)가 전자랜드 머피 할로웨이의 수비에 맞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0.1.14

오른쪽 KCC 라건아 선수의 모습. ⓒ 연합뉴스

 
프로농구 전주 KCC와 국가대표팀의 기둥 라건아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쓰러졌다.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 타격이 클 전망이다.

라건아는 지난 13일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경기 도중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무릎에 충격을 받으며 쓰러였다.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한 라건아는 정밀검진 결과 왼쪽 무릎 내측 인대 파열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과 재활 여부에 따라 회복에 2~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큰 부상이다. 사실상 정규시즌은 물론이고 올해 플레이오프까지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KCC로서는 날벼락과 같은 상황이다. KCC는 올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와 2대 4 대형 트레이드를 통하여 라건아와 이대성을 영입하며 '슈퍼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대성도 중요한 선수지만 역시 핵심은 라건아였다.

모비스에서 4번의 우승멤버로 활약하며 KBL 최고의 빅맨으로 활약하던 라건아가 건재하다는 전제하에서 KCC는 우승후보로 거론될 수 있었다. 라건아는 이번 시즌 28경기에 출전해 평균 18.8득점 11.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었다. 라건아가 없는 KCC는 현실적으로 6강도 장담하기 어려운 전력이 된다.

KCC는 현재 리그 4위에 올라있지만 7위 모비스와 3.5게임 차이라 아직 플레이오프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설사 6강에 진출한다고 해도 라건아 없이는 우승후보라고 부르기 어렵다. 현재 KCC에 외국인 선수로는 찰스 로드가 있지만 노쇠화 현상을 드러내며 제 컨디션이 아니다. 당장 수준급의 대체 선수를 구하려고 해도 조건이 쉽지 않다.

대표팀도 라건아의 손실이 아쉽다. 라건아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2021 예선에 출전할 대표팀 소집을 하루앞두고 부상을 당했다. 김상식 국가대표팀 감독은 고양 오리온의 빅맨 장재석을 대체 발탁하며 라건아의 공백을 메웠다. 장재석은 올시즌 프로농구에서 40경기 출전, 평균 8.4득점 4.7리바운드 1.5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 중이다. 라건아에 견주기에는 어렵지만 센터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에서는 충분히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선수다.

다행히 예선에서 만날 상대들이 한 수아래 약체라 당장 라건아의 공백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20일 인도네시아전, 23일 태국전을 앞두고 있다. 라건아가 없이도 충분히 이길 수 있고 이겨야만할 상대들이다.

김상식 감독은 지난 2019 농구월드컵 이후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라건아를 제외하면 기존의 주전급이 대거 빠지고 90년대생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건아만큼 여전히 포함했던 것은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한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로 이번 A매치보다 오는 6월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릴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이 더 중요한 김상식 호로서는, 모처럼 젊은 선수들로 새롭게 구성된 대표팀에서 중심을 잡아줘야할 라건아가 빠지면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그동안 '라건아 의존도'가 대표팀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이 기회에 라건아 없는 플랜 B를 준비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라건아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모두 중요한 분기점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게 본인이 가장 아쉬울 만 하다. 라건아는 KBL 데뷔 이후 지금까지 큰 부상으로 인한 공백기가 거의 없을만큼 안정적인 내구성이 최대 강점으로 지목되어왔다. 서장훈 이후 KBL 역대 두 번째로 1만득점-5천리바운드 고지에 도전하고 있는 라건아는 최근 김주성을 제치고 KBL 통산 리바운드 2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기록 행진이 잠시 중단됐다. 라건아는 향후 2~3년 내에 서장훈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1만3231득점- 5235 리바운드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후보로 꼽힌다.

라건아는 올 시즌 갑작스러운 트레이드에 이어 SNS에서 받은 인종 차별성 악플테러로 마음고생을 한 사실을 고백하는 등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부상으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할 위기에 놓이며 본인에게는 마지막까지 유독 아쉬운 시즌이 되고 말았다. 라건아없는 농구에 적응해야 할 KCC와 대표팀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갈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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