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진행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유민상의 기자회견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화면 캡쳐)

지난 4일 진행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유민상의 기자회견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화면 캡쳐) ⓒ iHQ

 
지난 4일 코미디TV 인기예능 <맛있는 녀석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튜브 실시간 생중계를 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뚱4'의 일원이자 일명 '이십끼형'으로 불리는 유민상이었다.

영문도 모른채 갑작스레 불려나온 그는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수려한 말솜씨로 기자들 앞에서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을, 마치 선거 출마를 앞둔 정치인마냥 술술 내놓았다. "2032년을 목표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 유민상은 '잡룡 이십끼'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민들의 생활을 체험하고 고민을 들어보는 민생투어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이는 <맛있는 녀석들>을 기반에 둔 새 웹예능 <잡룡 이십기>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의 일원이었다. 실제 총선 출마를 하는 것처럼 구성된 내용 때문에 일부 실시간 시청자들의 오해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기존 TV프로그램에 국한되었던 캐릭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서 팬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맛있는 녀석들>은 앞서 지난달 30일 진행한 '방영 5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김민경의 <운동뚱>을 먼저 소개한데 이어 <잡룡이십끼>를 후속 주자로 공개하면서 기존 방송 내용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색다른 기획을 하나 둘씩 내놓고 있다. 

세계관... 마블, 아이돌그룹의 전유물?
 
 '맛있는 녀석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웹예능 '잡룡이십끼'(사진 위)는 지난 2019년 2월 방송 당시 사용된 '잠룡 이십끼' (사진 아래)자막과 CG  및 상황 설정이 확대 재생산된 사례이다.  (화면 캡쳐)

'맛있는 녀석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웹예능 '잡룡이십끼'(사진 위)는 지난 2019년 2월 방송 당시 사용된 '잠룡 이십끼' (사진 아래)자막과 CG 및 상황 설정이 확대 재생산된 사례이다. (화면 캡쳐) ⓒ iHQ

 
최근 들어 히어로 영화, 인기 아이돌 그룹의 사례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세계관이다. 대중문화에서 세계관은 시간적, 공간적, 사상적 배경을 의미하는데 이를 토대로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기도 하고 다양한 서사가 담긴 이야기의 확대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으로 하나 둘씩 규모를 키워나간 마블부터 음반 <화양연화>, < Map Of The Soul > 시리즈로 스토리텔링을 담아 팬들을 사로잡은 방탄소년단처럼 세계관은 색다른 소재의 구성과 이야기를 바라는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지지층을 끌어 모으는 기본적인 장치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연작, 시리즈, 스핀오프 등 다양한 부가 콘텐츠 생산까지 이끌어내는 등 과거의 단발성 아이템에서 벗어난 장기 프로젝트로서의 문화 상품을 생산하는 게 요즘의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TV 예능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2월말~3월초 본격 방영을 앞둔 웹예능 <잡룡 이십끼>만 하더도 사실 1년 전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상황이 프로그램 제작으로 이어진 경우다. 평소처럼 식당에 들른 유민상을 환대하는 손님들과 이를 마치 정치인들의 현장 순시처럼 행동한 그의 모습에 제작진은 그의 별명과 숨은 대권 주자에 대한 애칭으로 쓰는 잠룡을 합쳐 '잠룡 이십끼'란 CG까지 만들어 방영한 바 있다.  

그냥 잊힐 수 있었던 이 내용은 1년 후 '잠룡'을 '잡룡'으로 단어를 바꾼 뒤 아예 별도의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진다. 수년간 방송 속에서 만들어진 이십끼형이라는 이미지를 제작진은 TV 뿐만 아니라 웹예능으로 확대시키면서 <맛있는 녀석들>의 세계관을 함께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세계관 설정으로 팬층 확대 기여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놀면 뭐하니'(사진 위)는 과거 무한도전 방영 당시(사진 아래) 유재석의 언행이 수년 후 프로그램 속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화면 캡쳐)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놀면 뭐하니'(사진 위)는 과거 무한도전 방영 당시(사진 아래) 유재석의 언행이 수년 후 프로그램 속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화면 캡쳐) ⓒ MBC

 
비단 <맛있는 녀석들>뿐 아니라 최근 각종 예능 역시 세계관을 적극 도입해 열혈팬 확보와 시청률 증가 등 긍정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MBC <놀면 뭐하니?>는 과거 <무한도전>시절 무심코 내뱉은 언행을 수년 후 실제 프로그램 내용으로 확대시키면서 인기 몰이에 나선 좋은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유재석은 "트로트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신인 가수 유산슬로 강제 데뷔를 하는가 하면, 역시 "요리는 못하지만 라면은 잘 끓인다"는 말과 더불어 과거 <무한도전> 당시 라면 먹방이 나비효과마냥 지금의 라면집 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산슬이라는 부캐릭터를 중심으로 마치 실제 연예기획사가 운영되는 것처럼 상황을 구성하고 앞서 유플래쉬를 통해 선보였던 드러머 유고스타 캐릭터는 같은 소속사 동료로 설정하는 등 <놀면 뭐하니?>는 세계관의 도입을 계기로 소재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시청자들에게 마블식 세계관의 설정은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면서 아이돌 그룹 같은 팬덤 유입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일 방영분처럼 타방송사 프로그램(맛있는 녀석들)의 합방을 통해선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세계관이 동시에 등장하는 기묘한 상황까지 연출하면서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단발성 기획 벗어나 장기 아이템 정착...프로그램 확장성 확보
 
 최근 tvN과 유튜브를 통해 방송중인 '라끼남'(사진 위)는 2007년 KBS '1박2일' 시즌1 당시 강호동의 라면 6봉 먹방(사진 아래)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화면 캡쳐)

최근 tvN과 유튜브를 통해 방송중인 '라끼남'(사진 위)는 2007년 KBS '1박2일' 시즌1 당시 강호동의 라면 6봉 먹방(사진 아래)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화면 캡쳐) ⓒ CJ ENM, KBS

 
tvN <신서유기> 역시 나름의 세계관 확대로 다채로운 콘텐츠 생산을 이끌어내는 모범 사례로 언급할 만하다. 방송 도중 무심코 언급되던 "사장이 손님보다 더 많이 먹는 식당"은 <강식당> 제작으로 이어졌고 게임 상품으로 내건 아이슬란드 여행권은 몇달 후 5분짜리 <아이슬란드 간 세끼>로 탄생했다.

<신서유기> 속 출연진들의 캐릭터 역시 이들 확장 프로그램에서도 적극 활용되면서 기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신규 예능으로 유입되고 성공적인 인기몰이를 해내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무려 13년 전 KBS < 1박2일 > 시즌1 당시 등장했던 강호동의 라면 6봉 먹방은 지금에 와선 <라끼남>의 발단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위 세계관 확대에 나선 건 과거 단발성 방영에 그치던 예능의 일반적 형태를 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더라도 대개 그 프로그램 하나에 국한되는 게 보통이었다. 간혹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비디오스타> 같은 프로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이는 그냥 형식만 빌려 쓰는 제한적 활용에 그친 정도였다. 

마치 한 개의 제품이 시장에서 크게 사랑 받으면 이를 토대로 다양한 관련+부가 상품을 생산 판매하듯이, 이 프로그램들을 시작으로 세계관에 바탕에 둔 다채로운 프로그램의 제작이 이어지면서 긴 생명력을 얻을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더불어 일회성 단발 기획이 아닌 장기 아이템으로 정착하면서 방송사로서도 인기 프로그램들을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방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확보하게 된다. 색다른 재미를 찾는 시청자로서도 요즘 예능의 변화는 보는 즐거움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TV, 인터넷, 모바일 등 방영 플랫폼의 확대와 맞물린 각종 세계관의 등장은 2020년 TV 예능에게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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