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한다. 2002년 중국에서 시작하여 32개국으로 퍼지면서 8300명가량을 감염시키고 775명이 사망한 '사스', 2015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하여 27개국으로 번져 2468명이 감염되어 851명이 목숨을 잃은 '메르스'에 이어 또다시 왕관 모양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대거 발생하며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3일 0시 현재 중국에서만 누진 확진자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에 달한다. 지난 3주 동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 국경을 넘어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23개국으로 번졌다. 지난 2일엔 중국 이외 국가에선 처음으로 필리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1명이 숨졌다.

지난달 31일 방송한 KBS <시사직격> "2020 바이러스와의 전쟁' 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세계 각국의 상황을 살펴보고 전문가와 대담을 통해 여러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한 달간 중국 우한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1월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우한시를 오가는 지하철, 버스, 기차, 페리 등 모든 교통망을 차단하며 도시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바이러스 확산의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 판단한 우한 거주자를 도시 안에 가둬놓겠다는 것이다. 도시 봉쇄 조치가 취해진 후, 1100만 우한시 인구 중에 이미 나간 500만 명을 제외한 600만 명이 우한에 갇힌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우한은 거리에 인적이 끊기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 사실상 '유령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우한시는 봉쇄되었지만, 도시에 남은 의료진의 사투는 계속되고 있다. 환자들로 가득한 우한 진인탄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지앙 위 씨는 "솔직히 말해서 누가 겁이 안 나겠는가. 우리가 하는 이 일은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울먹인다.

우한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건 지난해 12월 8일 무렵이다. SNS에 고열이 계속되어 병원을 찾았는데 입원을 거부당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으나 중국 정부는 게시물을 삭제하며 사실을 막는 데 급급했다. 중국 보건 당국은 12월 31일이 되어서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1월 9일 첫 사망자가 나오고 1월 21일엔 의료진마저 감염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중국 정부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초동 대처가 미흡한 사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은 점점 강해졌다. 1월 20일 3명이었던 사망자 수는 불과 5일 만에 41명으로 급증했다. 유종훈 베이징 PD특파원은 중국 현지의 분위기를 묻자 "시작은 우한이었지만, 지금은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전역이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한다.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총력전을 천명한 중국 정부의 대응을 설명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월 25일 전염병과 전쟁을 선포하고 춘절 휴무를 아예 연장하면서 사람들의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방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악화한 이유를 몇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우한의 지리적 특성이다. 중국의 한가운데이자 양쯔강 중하류에 위치한 우한은 예로부터 수로를 이용한 물류의 중심지로 유명했다. 현재도 중국 전 지역과 연결되는 교통의 허브로 기능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한 배경엔 우한의 지리적 요건이 한몫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적 특색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일찍이 많은 전문가가 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자꾸 출현하는 이유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을 지목한 바 있다.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먹거나 도축하는 괴정에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있어서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는 박쥐에서 시작하여 낙타와 사향고양이를 숙주로 삼아 사람에게 전파되었다. 상당수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박쥐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박쥐 내부의 바이러스와 96% 일치하기 때문이다.

우한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뒤섞인 지역답게 야생동물을 먹거리로 즐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발원지는 해산물 외에 공작, 오소리, 낙타, 전갈, 코알라, 기러기, 뱀, 여우, 늑대, 사향고양이, 대나무쥐, 캥거루, 악어, 박쥐 등 수십 종류의 동물이 판매되었던 화난수산시장으로 추정된다. 많은 동물이 거래된 탓에 숙주가 무엇인지조차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방송에 따르면, 이런 환경을 접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1년여 전부터 중국에서 박쥐에 의한 새로운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9년 3월 국제학술지 <바이러스>에 실린 논문 '중국 내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면 "중국 음식 문화에서는 살아있는 동물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먹는 것을 영양가가 더욱 풍부하다고 여기며 이런 신념은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을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적으로 박쥐를 통해 전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등장해 질병을 유발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중국의 전염병 발발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국의 음식 문화와 보건 위생의 무지가 낳은 예고된 참사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야생동물을 먹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경고한다.

"인체에 위험한 바이러스들이 박쥐에서 유래가 되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어떤 병원체가 야생동물에 있다면 그걸 놔두면 야생생태계에서 끝난다. 그런데 그걸 잡아서 사람이 먹는다? 익히면 (병원체가) 죽으니까 괜찮다. 그런데 요리하기 전에 잡아야 하고, 해체해야 되고, 내장을 빼야 한다. 이런 과정 자체가 엄청나게 위험하다. 만약 야생동물에 인류에게 감염되지 않은 새로운 병원체가 있다면 이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늦장 대응 역시 사태를 키웠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나온 지 9일째 되어서야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미흡한 초동 대처는 중국의 낙후된 정치, 사회 환경에 기인한다. 폐쇄적인 정치 조직, 책임을 떠넘기는 관료주의, 정보 통제와 사실 은폐, 언론 감시의 부재가 맞물리면서 환자가 속출한 다음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채로 귀중한 3주를 허비했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나선 후에야 비로소 당과 정부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된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은 1월 29일 우한에 체류 중인 일본인 206명을 귀국시켰다. 귀국 일본인 중 3명은 확진자로 확인되었다. 27일 중국 정부가 단체 해외여행을 금지하면서 일본의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관광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은 중국 관광객 감소뿐만 아니라, 일본 소비자와 기업의 생산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기우치 다케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제의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다.

"앞으로 일본 내에서 감염이 확산될 경우 관광객이 돈을 쓰지 않는 문제뿐 아니라 일본 소비자가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도 하지 않게 된다."

유럽에서 처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던 프랑스에선 혐오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랑스 내에선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기피가 늘어나는 중이다. SNS에선 혐오 발언에 대한 경험담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글이 눈에 띈다. 최근엔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란 해시태그를 단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가까이 위치한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불안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다행인 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울삼아 초기 단계부터 매뉴얼대로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대응조치도 점차 단호해졌다. 감염병의 재난 위기 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켰다. 중국인에 대한 '제한적 입국 금지 조치'도 취해졌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이 성공적이라 평가한다.

"6번째 환자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국내 전파 사례다. 역학조사를 해서 발병가능성이 높고 밀접접촉자 범위에 있었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건 안타깝지만, 방역망이 제대로 가동을 했다는 건 다행이라 생각한다."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시사직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우려스러운 일들이 발생했다. 우한 거주 교민의 수용 장소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었던 일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수용 능력과 의료 시설의 위치를 고려하여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결정 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언론의 과잉 취재가 잇따르며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를 불러왔다. 앞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막기 위해선 어떤 상황에서 어느 공공시설을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기준을 만들어놓을 필요성이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리 안의 혐오와 배제의 바이러스가 일상에 창궐한 것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은 10일 만에 60만 명을 넘어섰다. 이것은 단순히 불안과 공포, 정부에 대한 불만만으로 볼 수 없다. 사드 보복 등으로 불거진 반중감정, 우리의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표출된 결과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반대의 목소리는 해결이 아닌, 또다른 문제점을 부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욱더 무서운 건 반대에 감춰진 혐오와 차별이다. <시사직격>은 호소한다.

"우리의 적은 사람이 아니라 바이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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