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휴머니멀>의 한 장면

MBC <휴머니멀>의 한 장면 ⓒ MBC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원에서 코끼리의 사체를 마주한 박신혜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말을 이을 수 없는 충격에 얼굴을 감싸쥐었다. 죽음이야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지만, 당연히 있어야 할 코끼리의 얼굴이 없었기 때문이다. 죽은 코끼리는 척추가 끊어진 채 얼굴 전체가 잘려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보츠와나의 코끼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밀렵꾼들이 코끼리 척추를 끊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톱으로 코끼리 얼굴을 자릅니다. 코끼리가 살아있는 동안에요."

'국경없는 코끼리회' 대표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박신혜에게 밀렵꾼들의 잔혹하고 끔찍한 행위를 설명했다. 밀렵꾼들은 코끼리의 척추를 끊어 방어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 톱을 사용해 코끼리의 얼굴을 도려냈다. '상아'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총의 사용은 최소화 했다. 총소리가 멀리 퍼져 자신들의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알을 아껴 더 많은 코끼리를 잡기 위해서. 

차마 죽지 못한 코끼리는 자신의 얼굴이 도려질 때 살아있었다. 당시 코끼리가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막연하게 여전히 밀렵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실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참담했다. 밀렵꾼들은 비싼 값에 거래되는 상아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 계속해서 코끼리를 죽이고 있었다. 인간의 탐욕이 코끼리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MBC <휴머니멀>의 한 장면

MBC <휴머니멀>의 한 장면 ⓒ MBC

 
지난 6일,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휴머니멀(HUMANIMAL)>이 첫 방송됐다. 휴먼(human)과 애니멀(animal)를 합친 <휴머니멀>은 '자신의 쾌락과 이권을 위해 동물을 살해하는 인간과 그들로부터 동물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1년 2개월 동안 4개 대륙 10개국에서 촬영을 했을 만큼 제작진이 공을 많이 들였다. 

<휴머니멀>의 프레젠터로 참여한 박신혜는 보츠와나에 온 첫 날만 해도 물가에서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코끼리 무리를 관찰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야생에서 살고 있는 코끼리를 코앞에서 보다니 꿈만 같은 일이었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줄어들고 있다던데 여긴 해당사항이 없는 건가? 보츠와나에만 13만 마리가 넘는다더라"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날 밀렵꾼들에 의해 도륙당한 코끼리를 보고 나서 박신혜는 죄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실상이 이토록 끔찍한데, 아무것도 모른 채 지냈다는 게 너무 미안했던 것이리라. 최근 두 달동안 인근에서 발견된 코끼리의 사체만 25마리였다. 실제로 코끼리의 수는 급감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코끼리 개체 수는 2007년 49만 마리에서 2014년 35만 마리로 30%나 줄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츠와나 정부가 2019년 9월부터 코끼리 포획 금지 정책을 해제하고 사냥을 허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밀렵꾼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아프리카 코끼리의 40%가 살고 있는 보츠와나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마저 해제된 만큼 밀렵은 더욱 성행할 것이다. 앞으로 코끼리의 개체 수가 더욱 줄어들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권을 향한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결과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코끼리 개체 수를 보전하기 위해 코끼리들의 목에 GPS 목걸이를 부착해 위치를 파악했다. 밀렵꾼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교묘하게 숨어들어 코끼리를 죽이고 달아나는 밀렵꾼들을 막긴 역부족이었다.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코끼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며 눈물을 흘렸다. 

과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가능한 걸까? <휴머니멀>은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단지 탐욕을 채우기 위해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인간에게 '공존'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씁쓸해졌다. 내레이션을 맡은 김우빈은 평소에 자신이 동물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예뻐한다는 것만으로 동물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던졌다. 
 
 MBC <휴머니멀>의 한 장면

MBC <휴머니멀>의 한 장면 ⓒ MBC

 
방송 말미에는 태국 치앙마이의 코끼리 생태 공원(엘리펀트 네이처 파크)을 찾은 또 다른 프레젠터 유해진의 모습도 담겼다. 그곳에는 아시아 코끼리 86마리와 사람들이 어우러져 지내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여유롭고 평안해 보였다. 생태 공원의 설립자 생드언 렉 차일러드는 코끼리와 함께 지내면 그들이 마치 사람같이 느껴진다며 유해진을 코끼리들에게 소개했다. 코끼리들을 가족을 대하는 듯했다. 

코끼리를 신성시여기는 태국답게 코끼리의 삶이 다른 곳보다 평온하리라 여겼지만, 예고편에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듣고 괴로워 하는 유해진의 모습이 담겨 반전을 예고했다. 5부작으로 예정돼 있는 <휴머니멀>은 첫회 시청률 3.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박신혜, 유해진, 류승룡이 프레젠터로 출연하며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전달했고, 김우빈은 차분한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안내했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 이 무겁고 엄숙한 주제를 <휴머니멀>이 남은 4회 분량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인간이야말로 동물에게 가장 위험하고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아닐까.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권을 위해 가장 잔혹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일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