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치지 않아> 포스터

영화 <해치지 않아> 포스터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 누구도 동물원에 가짜 동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접 동물이 되겠다'는 허무맹랑한 계획은 이러한 믿음에서부터 출발한다. 감쪽같은 탈을 쓰고 방사장 안에 들어간 이들은 관객들까지 속일 수 있을까. 오는 15일 영화 <해치지않아>가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우리를 찾아온다.

<해치지않아>는 동산 파크 새 원장으로 임명된 대형 로펌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 분)의 기상천외한 동물원 살리기 프로젝트를 그린다. 주인공 태수는 선망받는 직업인 변호사이지만 아직 '수습'이기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신세다. 그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다. 로펌 앞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황대표(박혁권 분)에게 달려들자, 대표의 눈에 띄기 위해 몸을 던져 시위 참가자들을 막아낼 정도다. 

망해가는 동산 파크를 되살리는 임무가 태수에게 주어진 이유도 그래서였다. 로펌 대표는 "곱게 자란 애들은 동산 파크 해결 못한다"며 태수의 의지를 높이 산다. 그러나 정작 빚 때문에 비싼 동물들은 모두 팔려나갔고 동물원도 텅텅 비어 있는 상황. 동물 없는 동물원을 되살리기 위해 태수는 직원들에게 직접 동물이 되자고 제안한다.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컷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앞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인기 몰이를 했던 Hun(최종훈) 작가의 동명 웹툰이 영화 <해치지 않아>의 원작이다. 이 작품은 2011년 웹툰 연재 당시에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웹툰과 영화는 '동물 없는 동물원에서 사람이 탈을 쓰고 동물인 척 한다'는 큰 줄기를 제외하면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웹툰은 잘생긴 사육사가 폐업하려는 사장과 직원들을 설득한다는 내용이지만 영화에서는 신임 원장이 "팔려간 동물들을 꼭 다시 데려오자"며 남은 사육사들과 전 원장을 다독이는 식이다. 

뻔뻔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황당무계한 프로젝트는 생각 외로 대성공을 거둔다. 북극곰 탈을 쓴 태수가 관광객이 던지고 간 콜라를 몰래 마시려다가 들키고, 순식간에 '콜라 먹는 곰'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덕택이다.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북극곰이 콜라를 연달아 원샷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에게까지 태수의 희열이 전해진다. 태수는 탈을 쓰고 수많은 탄산음료 중에 콜라를 골라내고, 뭉툭한 곰발로 콜라병을 따고 마시는 묘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특정 콜라 브랜드 광고를 떠올리게 하며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코미디 장르인 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지만 동물 문제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다루는 편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수의사 한소원(강소라 분)과 진짜 북극곰 '까만코'의 관계다. 동물원에서 오래 지내온 까만코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정형행동(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을 보인다.

소원은 까만코를 치료해주려 하지만 쉽지 않다. 동물원에 동물들이 모두 팔려나간 이후부터 까만코는 더욱 예민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어쩔 수 없이 관람객이 없는 밤에만 방사장에 겨우 내보낸다. 동물원에 북극곰이 있는데도 태수가 북극곰 탈을 쓰는 까닭도 그래서다. 까만코는 인간이 그동안 수많은 동물들에게 저지른 폭력의 증거이자 결과인 셈이다.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컷

영화 <해치지 않아> 스틸 컷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동물원 사육사들과 수의사가 직접 동물원 속 동물을 체험한다는 황당한 설정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 동물원 제도와 동물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관람객들은 "먹어보라"며 방사장 안으로 음식을 마구 던지고 동물들을 자극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북극곰 탈을 쓴 태수였기에 다행이지만, 진짜 북극곰에게 콜라를 던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폭력적이다. 코미디 장르라는 외피를 쓴 이 영화의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외에도 사육사 해경(전여빈 분)의 구슬픈 러브 스토리나 '일편단심' 건욱(김성오 분)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육탄전 등 영화는 다채롭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전한다. 극을 이끄는 안재홍부터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의 열연은 극에 활력을 더한다. 특히 "내가 동물원 망하게 만들었다"는 자책을 반복하는 서원장으로 분한 박영규의 코미디 연기도 인상적이다. 감초 같은 악역 장승조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월 극장가를 휩쓴 <극한직업>의 제작사 어바웃필름이 내놓은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다. 과연 어바웃필름은 2년 연속으로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웃음의 순도 만큼은 <극한직업> 못지않아 보인다.

한 줄 평: 유쾌하고 건강한 동물원 코미디
별점: ★★★★(4/5)

 
영화 <해치지 않아> 관련 정보

감독: 손재곤
출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제작: 어바웃필름, 디씨지플러스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러닝타임: 117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 2020년 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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