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기자간담회에 배우 한지상(왼쪽부터), 유준상, 민우혁이 참석하고 있다. 2020.1.2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기자간담회에 배우 한지상(왼쪽부터), 유준상, 민우혁이 참석하고 있다. 2020.1.2 ⓒ 연합뉴스

 
올 겨울을 뜨끈하게 데울 느와르 뮤지컬 한 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제목은 물론이고 그 유명한 주제곡 '당연정'의 첫 소절만 들어도 진한 향수가 밀려오는, 바로 <영웅본색>이다. 눈치 채셨겠지만, 트렌치코트에 성냥을 문 주윤발이 멋있었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데, 그러나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구성한 창작뮤지컬이란 점이 눈에 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전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영웅본색>으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주연배우 유준상, 한지상, 최대철, 이장우 등이 참석했다. 이 작품은 현재 공연 중으로, 지난해 12월 17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3월 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영화적 무대구성... 참신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장우(오른쪽), 선한국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2020.1.2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프레스콜에서 배우 이장우(오른쪽), 선한국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2020.1.2 ⓒ 연합뉴스

 
뮤지컬 <영웅본색>은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자호와 자걸 형제, 그리고 마크라는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진정한 우정과 가족애를 담아낸 작품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이 사회적인 화두로 떠올라 암울하고 불안했던 199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그려낸다. 이런 사회 속에서 명예, 의리, 희생, 우정이라는 가치관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영웅본색>. 영화는 슬로우 모션에서부터 빗속의 현란한 총격전, 감상적인 음악 등을 사용해 남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뮤지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중요 장면을 시연하는 이날 프레스콜을 보면서 가장 눈에 띈 건 '무대'였다. 여느 뮤지컬들과 달리 실물 무대세트보다는 거대 화면으로서 홍콩을 표현했다. 스피드 있게 변하는 무대배경 때문인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몰입할 수밖에 없는 쫄깃쫄깃한 속도감이었다. LED 스크린은 단면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천장을 3분할하여 입체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이에 대해 송자호 역을 맡은 유준상 배우는 "실제 영화같이 100장면 정도가 흘러가는데, 그 속도감을 따라가기 위해 마치 제가 영화 한 편을 찍고 있는 것처럼 연습했다"며 "이렇게 혁신적인 무대와 함께 우리가 딱딱 움직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무대 뒤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되더라"며 웃어보였다. 이어 "관객분들이 (새로운 형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걱정스러웠지만 커튼콜 때 많은 분들이 환호해주셔서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가 아니라 뮤지컬이기 때문에, 무대연출 그 자체가 편집이었고 템포 싸움이었다. 결국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뒤의 스태프들이 같이 즉석에서 편집을 하는 셈이다." (송자걸 역의 한지상 배우)

"여성 관객도 충분히 공감하실 것"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프레스콜에서 배우 유준상(왼쪽), 박민성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2020.1.2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본색' 프레스콜에서 배우 유준상(왼쪽), 박민성이 공연 일부를 시연하고 있다. 2020.1.2 ⓒ 연합뉴스

 
브라운관을 통해 많은 연기를 선보여온 배우 이장우는 이번에 또 다른 송자걸 역을 맡으며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디뎠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뮤지컬하기 전엔 드라마와 똑같은 연기 아닌가 했는데 와보니 장난이 아니었다"며 "뮤지컬과 매체(TV)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말 뮤지컬 배우들을 존경한다. 저도 치열하게 공연하고 있는데, 이 배역을 하면서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송자호 역의 민우혁 배우는 "1990년대 남성분들에게 충격을 줬던, 진한 감성을 줬던 작품이잖나. 그런데 뮤지컬 관객 대부분이 보통은 여성분들이라 걱정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연 여성 관객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현대식으로 재탄생 하면서 여성 관객분들께서 많이 공감해주시더라. '의리'라고 하면 남자들의 상징이었는데, 지금은 우리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공통된 감정이구나 생각했다." (민우혁 배우)

다소 무거운 이야기지만 유쾌한 신도 있다. 문성혁 배우가 연기하는 견숙 역은 원작과 다르게 표현된 인물로, 극에 웃음과 휴식을 준다. 문성혁 배우는 "영화 색깔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휴게소 같은 역할을 견숙이 하고 있다"며 "제가 그 시절 마이클잭슨의 광팬이어서 연출가님께 마이클잭슨 춤 코드를 넣는 게 어떨까 말씀드리고 합의하에 넣었는데 그때부터 굉장히 활기를 띤 것 같다"고 밝혔다. 

"트렌치 코트에 성냥개비 등등 향수를 부르는 요소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당연정' 노래를 현장에서 라이브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뮤지컬을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크 역의 박민성 배우)

끝으로 유준상은 "잘 만든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계속 공연될 것 같다"며 "저는 65세까지 자호 역을 하리라 바라보고 있다"고 재치 있게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이 뮤지컬을 봐야하는 이유에 대해 "2020년이 됐는데 점점 사람들끼리 단절되는 것 같다. <영웅본색>을 보시면서 아직 우리에게 끝나지 않은 우정, 사랑, 의리를 느껴보시고 메말라가고 각박해지는 사호 속에서 그것들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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