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배우 하정우가 <백두산>으로 올 연말연시 관객을 만난다. ⓒ CJ 엔터테인먼트


지난해 연말 개봉한 < PMC >, 올해 <백두산>에서 하정우는 모두 총을 들었다. 임무를 완수해야 하고, 여러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설정 등 2년에 걸쳐 그는 그야말로 '각 잡힌'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좀 다른 게 있다면 전작이 전문 용병이었다면 <백두산> 속 인창은 살생이 아닌 폭발물 제거가 주특기라는 것, 그리고 전역을 하루 앞둔 어찌 보면 허술한 점이 많아 보이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화산 폭발로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지기 전에 북한 핵탄두를 이용해 대참사를 막는 게 그의 임무다. 남한에 포섭된 북한 스파이 리준평(이병헌)을 찾아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의 우왕좌왕이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이병헌은 <토이스토리> '버즈', 수지는 '배 회장'

하정우는 재난 영화로 소개되고 있는 <백두산>을 "인창의 성장기로 볼 수도 있다"며 나름의 포인트를 제시했다. 원래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 팀이 사고를 당해 인창의 팀이 임무를 맡는 부분, 리준평을 만난 직후, 크고 작은 갈등 후 리준평과 갈라서려는 지점 등. 하정우는 영화를 몇 가지로 나눠 인창이 변화하는 부분을 짚었다.

"인창과 준평의 관계를 보면 <백두산>이 단순 재난 영화에서 버디물로 확장될 요소가 분명 있다. 관객들은 이야기 흐름을 대부분 예상하실 텐데 그 안에 캐릭터들이 나름 새롭게 표현되고 있다고 느꼈다. 거기에 이 영화의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창이 인간미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고 팀원들은 메꿔주려 하고, 그런 설정이 조화로워 보였다." 

막상 백두산이 폭발해 위기에 빠진다는 영화적 설정 자체엔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방탄모를 쓰고, 군복을 입고, 총을 들어야 하는 지점에서 힘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몸을 제한적으로 쓰게 돼 연기 표현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이병헌과 함께 코미디 요소를 짚어야 하는 등 영화가 예상보다 밝게 흐르는 것에 하정우는 동의하고 있었다. 두 배우는 애드리브 또한 적극적으로 했다는 후문이다. 긴 단어를 줄임말로 하는 장면, 장갑차를 타고 보천으로 가는 장면에서 하정우, 이병헌의 애드리브가 빛났다.

"무작정 하는 게 아니라 애드리브는 일단 감독님들께 알려야지. 받아들이시면 병헌 형과 스태프에게 공지한다.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즉흥적으로 하는 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촬영 당일 오전 리허설 때 합의를 하고 들어가는 거다. 장갑차 장면에서는 병헌 형이 따로 먼저 찍고 제가 그 영상을 보고 맞춘 장면이 꽤 있다. 형이 MSG를 꽤 많이 쳤더라(웃음). 나도 좀 양념을 쳐야겠다 싶어 그리 했다. 병헌 형의 유머 감각이 어떠냐고? 각자의 세계가 있으니까 뭐(웃음). 병헌 형이 좀 더 대중적이지 않나 싶다. 전 좀 비대중적이지. 마니아 같은 약간 독립 개그 스타일이랄까(웃음)." 
 
 <백두산> 스틸컷

<백두산> 스틸컷 ⓒ CJ 엔터테인먼트 , 덱스터스튜디오

 
함께 작품 하는 배우들의 별명을 짓는 것 또한 하정우만의 특징이다. 극중 인창의 아내로 호흡 맞춘 수지를 두고 하정우는 '배 회장'이라 불렀다. 다만 이병헌 별명에 대해선 꽤 오랜 시간 고민하다가 지난 18일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토이스토리> 캐릭터 중 하나인 '버즈'를 언급한 바 있다. 

"버즈, 연기 머신 등을 제가 나열했다. 약간 병헌 형이 이과 느낌이 있잖나. 절대 흉 보는 거 아니다! (웃음) 매 테이크마다 어쩜 그렇게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똑같이 내실까 싶어 현장에서 20대 같다고 말한 적 있다. 그래서 농담조로 열정까지 계산된 거 아니냐는 말을 한 거다. 그가 어떻게 영화계에서 1등으로 남을 수 있는지 체험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시다. 보통 배우들은 자기 얼굴 안나오는 장면에선 힘을 빼기 마련인데 형은 그때도 연기하시더라. 연기 알파고인가(웃음).

수지씨 역시 캐스팅 된다 했을 때 전혀 부담이 없었다. 단지 내가 오글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괜찮을까 걱정은 했지. 수지씨가 참 털털하고 인간적이다. 어려서부터 일해서 그런지 나이에 맞지 않게 털털하고 담백하며, 대범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배 회장이라고 별명 지었다. 팬들이 붙인 내 별명은 알고 있냐고? 물론이다. 마음에 드는 건 없다. 그나마 '하저씨'? '하감자', '하대갈' 이건 유명한 별명이고, 데뷔 때 입은 옷이 이상하다며 붙은 '청이', '홍이'도 알고 있다. 별명을 다 주시하고 있다."


물론 이번 현장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배우로서 처음 경험해보는 공동연출 시스템(이해준, 김병서 감독이 <백두산>의 연출을 맡았다- 기자 말)이 그에겐 꽤 장벽이었던 것. 아내에게 애교 섞인 별칭을 부르는 것 또한 하정우에겐 쑥스러운 일이었다. 

"쉽지 않았다. 제가 보이기와 다르게 낯가림도 심하고, 어색한 걸 싫어한다. 근데 대사에 그걸 넣고 제게 요구해서 참... 그나마 절충한 게 '큐티쁘띠'였다. 더 심한 단어들도 있었지(웃음). 공동연출은 일단 중복해서 말하는 것?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두 감독 중 누구에게 먼저 얘기해야 하지부터 고민되더라. 나이순으로 이해준 감독님에게 카톡 보내고, 그대로 복사해서 김병서 감독님에게 보내려 하면 우린 또 동갑이라 친구거든. 그러면 말투를 바꿔야 하고(웃음). 

단톡방을 만들 수도 없었다. 이해준 감독님은 카카오톡을 쓰는데 김병서 감독님은 안 쓰거든. 테이크를 갈 때도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만족 못 하면 한 번 더하게 된다. 다른 작품에 비해 1.5배 정도 테이크를 많이 갔을 거다. 이런 거 빼면 현장에 브레인이 둘이니까 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더라." 

 
 배우 하정우.

배우 하정우. ⓒ CJ 엔터테인먼트

 
2020년에도 강행군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 넓은 활동폭을 보이는 그는 <백두산> 같은 거대 예산의 블록버스터 뿐 아니라 과거 <용서받지 못한 자> 같은 중저예산, 독립영화에도 열려 있음을 분명히 말했다. "좋은 기획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은데 그런 영화를 만나기 너무 어렵다"며 그는 한국영화계를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을 드러냈다.

"독립영화계에서 좀 잘 찍는다고 하면 바로 상업영화에 데뷔시키지 않나. 요즘 그렇다. 예를 들어 윤종빈 감독님처럼 단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걸 찍게 되는 게 과거엔 있었는데 독립영화 감독을 바로 큰 상업영화 제작시스템에 넣어버리니 자기 색깔을 발휘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 아니면 반대로 계속 독립영화만 찍고 있거나.

저 역시 활동하는 배우로서 그런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는데 혹하는 시나리오가 없다. 그래서 저라도 만드는 수밖에. <싱글라이더>가 그랬고, 내년 초 개봉하는 <클로젯>도 중저예산이다(<싱글라이더> < PMC > <백두산> <클로젯> 까지 모두 하정우가 직간접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기자 말). 지금 또 하나 기획하고 있는 시나리오도 그 정도 규모다. 연출 또한 하고 싶지. 근데 언제 할 수 있을까..."


2020년 또한 하정우는 바쁠 예정이다. 손기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라톤 영화 <보스톤> 촬영에 한창이고, 이후 김성훈 감독과 모로코에서 약 4개월간 <피랍>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그 이후엔 윤종빈 감독의 신작 <수리남> 촬영을 위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건너간다. "모로코에선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는데..."라며 짐짓 걱정 어린 말을 하던 하정우에게서 묘한 설렘이 느껴졌다. 
 
 배우 하정우.

배우 하정우. ⓒ CJ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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