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본명 유재석)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식당에서 열린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 유산슬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트로트 신인가수 유산슬(본명 유재석)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식당에서 열린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 유산슬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MBC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유산슬'이 다시 유재석으로서 기자들 앞에 섰다.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했다. 유재석 본인도 몰랐던 19일 '유산슬(유재석) 1집 굿바이 콘서트 기자회견' 자리에서였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날 해명은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였다고 한다.

깜짝 기자회견이 준비된 날 MBC <무한도전>과 유재석 이름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기자회견 말미 유재석은 관련 질문이 없었음에도 "제게 그 인물이 아니냐고 하던데, (기자들이) 많아서 순간 너무 당황했다"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이어 "어유 뭐지 (하고) 놀랐었는데 저는 아닙니다만 그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자리가 난 김에 이야기를 드린다"고 밝혔다(2019년 12월 19일 <스포티비뉴스> 유재석, 가세연 성추문 폭로 부인 "저 아니다, 선의의 피해자 없길"[공식입장]).

18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출연자인 전 연예기자 김용호씨는 한 연예인의 음란행위와 관련해 익명의 제보자의 음성이 담긴 1분가량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 과정에서 김씨는 제보자가 해당 연예인에 대해 설명하던 중 나온 "당시 무한도전에 나왔었기 때문"이란 음성을 그대로 공개했다.

"김건모와 가까운 사이"와 같은 제보자의 짧은 설명 외에 별다른 부연은 없었다. 하지만 그 짧은 언급만으로도 유재석이 해명에 나서야 했을 만큼 사태는 일파만파 부풀었다. '가세연'을 진행하는 김씨와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의 '부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가세연'의 세 사람은 마치 당황한 듯 연기하며 "앞에서 끊었어야 했다"면서 웃었다. 마치 '무한도전'이 언급된 부분이 자신들의 의도가 아니었던 것처럼. 그러나 여기에 "바른 생활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이중성을 알아야 한다", "방송인들이 어떻게 포장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연예계에 보내는 경고"라고도 말했다.

이 폭로가 이어지자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한도전'이 실시간 검색어에 떠올랐고 '무한도전'하면 떠오르는 바른 생활의 아이콘 유재석의 이름이 거론됐다." (19일 <스포츠동아>, <유재석의 치욕, '가세연' 미필적 고의의 인격 모독> 보도 중에서)


의도된 폭로, 그들만의 사익 추구

"건들면 안 되는 걸 건드리네..."

위에 언급한 <스포츠동아>에 달린 인터넷 포털 댓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들의 '부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19일 '[충격] 유재석 첫 단독 기자회견 이유'란 방송을 통해 유재석은 물론 김태호 PD에 대한 '소문들'을 입에 올렸다. 구체적인 증언도, 증거도 없는 증권가 '지라시'성 일방적 폭로에 가까웠다.

주가조작 관여설, MBC 비자금 연루설 등 '가세연'의 폭로 중 압권은 유재석의 '좌편향' 주장이었다. 김씨 등은 그 근거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투표장을 찾은 유재석이 파란색 모자와 신발, 그리고 청바지를 착용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유재석이 당시 야당이자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복장을 입었고, 그것이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행위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 반대였다면, 즉 유재석이 빨간색 복장을 착용했다면 '우편향'이란 논리나 다를 바 없는 황당한 주장이 '연예뉴스'란 타이틀을 달고 지상 중계된 것이다. 

그동안 '가짜뉴스' 퍼트린 '가세연' 
 
 지난 18일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장면

지난 18일 <가로세로연구소> 방송 장면 ⓒ 화면캡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도 문제시됐다. 앞서 지난 6일 이후 '가세연'이 폭로를 이어간 '김건모 사건'의 경우, 유명 남성 연예인의 사생활 등이 유튜브 특유의 '담화' 형식으로 여과 없이 노출됐다. '가세연' 방송에 '19금' 딱지를 붙여야 할 판이었다. 보도․취재 윤리는 물론 취재원 보호 등이 수반된 '버닝썬'이나 '정준영 단톡방' 보도와는 수준이 달랐다. 

실시간 검색어 장사에 나선 개별 매체들이 이들이나 제보자의 '워딩'을 '문자 그대로' 옮겨 적었고, 이러한 자극적이고 세세한 내용이 담긴 뉴스들이 포털을 도배했다. 기사마다 "아이들이 볼까 무섭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또 있었다. "우리는 언론이 아니다"라는 강 변호사의 주장처럼, '가세연'은 피해자나 관련자들의 정보 노출에 대한 보호나 우려도 전혀 없었다. 피해자의 의도는 둘째치더라도, 그저 '폭로'에 열을 올리고 어떻게든 이목을 끌면 그만이란 의도가 다분했다.  

급기야 20일 '가세연' 방송에 제재를 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해당 청원에서 "선정적인 이야기로 사람들을 자극하고 자격 없는 기자들이 내용을 기사화하면서 성적 묘사를 너무나 선정적으로 하고 포털사이트에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등록된다"며 "(이들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보다 유튜브 조회 수를 늘려 돈을 벌 목적이라고 생각이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른바 '슈퍼챗'이란 유튜브의 모금 시스템을 적극 활용 중인 '가세연'이 18일 방송에서 의도적으로 '무한도전'이나 '바른생활(이미지)' 등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선정적인 폭로에 매달리는 '가세연'이 이목을 끌기 위해 유재석을 연상시키는 발언들을 내뱉었고, 유재석 본인이 재빨리 해명에 나서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또 다른 '폭로'로 덮으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말이다. 이미 전례도 있다.

지난 8월, <머니투데이>의 <'조국 여배우' 의혹 제기한 김용호 "청문회가 쇼타임"> 보도 중 김용호씨의 발언들이다. 당시 '조국 여배우' 후원설을 제기한 김씨는 노골적으로 "조국을 끌어내리려면 이런 자극적인 양념이 필요하다"며 근거 없는 폭로를 이어간 바 있다. 훗날 허위로 밝혀진 '조국 딸 포르쉐' 소문의 진원지 중 하나도 바로 김씨와 '가세연'이었다.

대표적인 '보수우파' 유튜브로 성장한 '가세연'이 '카더라식 폭로'를 내놓는다. 보수, 연예 유튜버들이 이를 퍼 나른다. 연예매체들도 선정적 인용보도를 양산한다. 그런데 최소한의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매체들과 같을 리 없다. '제보'란 허울 좋은 미명 아래 '지라시'든, '카더라 통신'이든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거침없이 입에 올린다. 거론된 연예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면 그 자체로 이미지에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가세연'도 잘 알고 있을 터. 그러한 '가세연'의 사익 추구성 폭로전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일이 아니다. 특히 김용호씨는 홍가혜씨에 대한 허위 기사로 법원으로부터 1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은 전력의 소유자다. 지금 당장 '가세연'이나 '김씨'의 유튜브 채널을 확인해 보라.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 등을 거론하며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방송이 수 만회에서 수십 만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또 다른 문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보수 유튜버들의 무차별적이고 무책임한 폭로들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이다.

보수 유튜버와 총선,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들

"(우리) 당원들이 궁금해하는 유튜브 방송하는 그분들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죠. 그분들을 방해하고 문제를 만들고자 하는 좌파 유튜버들, 그분들을 통제해주세요."

19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항의방문한 한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의 발언이다. 이날 한국당 원내부대표단 10명은 국회 사무총장실을 찾아 "정당한 정치 활동, 취재 활동이 자유롭게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도 한국당 행사를 취재하려는 유튜버들의 출입을 부당하게 막고 있다"며 "출입 통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같은 당 황교안 대표가 "유튜버가 모이면 힘이 된다"며 "유튜버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줘서 들어올 수 있게 하자"며 국회의원 1인당 2명씩 허용되는 입법보조원에 보수 유튜버를 활용, 국회를 마음껏 출입하게 하자는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요구였다.

그러니까, 이런 장면을 상상하면 된다. '가세연'의 강용석 변호사가 국회를 활보한다. 조국 전 장관을 겨냥했던 것처럼,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각종 선정적인 가짜뉴스와 허위 폭로를 퍼트린다. 총선 열기가 과열될수록 이러한 무차별적인 폭로는 강력한 휘발성을 바탕으로 일파만파 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내년 총선에서 유튜브가 선거판 전체의 대표적인 스피커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넘어 격전장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런 가운데, 연예인을 향한 폭로전이 정치인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이란 무시못 할 전력이 있지 않은가.  

'보수 유튜브'를 앞세운 진영 논리와 사익 추구도 문제지만, 이렇게 유재석과 같은, 김태호 PD와 같은 수많은 피해자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아니, 이미 차고 넘친다. 법정 공방이 예고된, '미투'의 '성격'이 적지 않은 김건모의 경우를 제외하고 이들의 폭로에 어떤 공익성이 담보돼 있는가.

그러니까 각종 매체들이 이들의 폭로를 선정적으로 퍼다 나르기에 앞서, 기성 언론의 존재자체를 위협하는 허위, 가짜뉴스의 양산지를 퇴출시키기 위한 비판적 시각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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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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