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신태용 감독 ⓒ 권우성

러시아월드컵 '카잔의 기적'을 이끌었던 신태용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현장 복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비록 '죽음의 조'를 넘지못하고 탈락했지만 최종전에서 사상 최초로 강호 독일을 2-0으로 제압하는 대회 최대의 이변을 연출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돌이켜보면 신 감독은 역대 대표팀 사령탑중에서도 유독 불운했던 지도자였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면서 불과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놓고 월드컵 본선진출조차 불투명한 벼랑끝 상황에서 '소방수'로 투입되어야했고, 간신히 본선진출을 확정지은 직후에는 뜬금없는 '히딩크 복귀설'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일부 냄비팬들을 중심으로 신 감독이 히딩크에게 감독직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며 초기부터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다.

월드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는 권창훈, 김민재, 염기훈, 이근호 등 주력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며 준비했던 계획을 전면수정하는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스웨덴전 4-3-3 '트릭'의 실패, 믿었던 장현수를 기용했다가 연이은 실수남발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신 감독 본인의 패착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정된 조건 속에서 뚝심을 잃지않은 신 감독의 집념과 노력은 결국 독일전 승리로 부끄럽지않은 마무리를 장식할수 있었다.

신 감독은 어렵게 월드컵을 마친 이후에도 제대로 된 격려나 보상을 받지못했다. 리우 올림픽대표팀에서부터 U20월드컵, A대표팀까지 벼랑 끝에 놓여있던 대표팀에서 3연속 소방수를 맡는 진기록을 세우며 한국축구를 위하여 헌신했지만, 정작 축구협회는 사실상 월드컵이 끝난 이후 신 감독을 방치하다시피했다.

외국인 감독을 우선 협상순위로 선정하고도 신 감독을 여전히 '보험용'처럼 차기감독 후보에 포함시켰다는 언론플레이를 일삼으며 상식을 벗어난 무례를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정되면서 신 감독은 다른 역대 감독들처럼 퇴임 기자회견을 통한 작별인사로 하지못한채 쓸쓸하게 대표팀을 떠나야했다.

신 감독은 월드컵 이후 한동안 야인으로 지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감독에게 관심을 보이는 아시아 각국 구단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며 조심스럽게 현장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중국 선전행 가능성은 물론이고 일본과 태국, 인도네시아, 심지어 친정인 K리그 등에서도 신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특유의 입담과 친근한 이미지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축구에는 흔히 '국가대표팀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존재한다. 국내 지도자들의 경우, 대표팀 감독직을 맡고난 뒤에 커리어에 극심한 오점을 남기지 않은 인물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1998 프랑스월드컵의 '오대영' 참사를 남긴후 대회 중반에 경질된 차범근 감독을 필두로,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등도 그간의 명성이 무색하게 대표팀에서는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유일한 예외는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끌었던 허정무 감독 정도지만, 정작 월드컵 이후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다가 성적부진으로 하차한 이후에는 더 이상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했다.

신 감독은 역대 국내파 감독들에 비하면 대표팀 시절 경험으로 받은 타격이 크지 않다. 16강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독일전 승리라는 확실한 업적을 남겼고, U20월드컵이나 올림픽(U23) 대표팀 등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남기며 과보다는 공이 훨씬 더 큰 편이다. 신 감독의 후임인 벤투 감독이 비효율적인 점유율 축구와 손흥민 활용 논란, 원정에서의 부진으로 최근 잇달아 도마에 오르면서 오히려 신 감독 시절이 재평가받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개성강한 젊은 선수들과의 스킨십에도 능할뿐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유연한 용병술이 돋보인다. 보통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들이 가지기 어려운 장점이다. 나이도 아직 50세로 지도자로서는 한창 일할 나이다. 대표팀은 물론 클럽무대에서도 성남의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과 FA컵 우승을 이끌며 동시대 한국 지도자중에서는 최상위권의 경력과 연륜까지 갖추고 있다. 언제든지 현장으로 재기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많은 국내파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거치면서 재기불능이 될 정도로 이미지와 커리어에 타격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가야할 귀중한 인재들에게 너무 일찍 대표팀의 무거운 짐을 떠맡긴 것이 독이 되었던 사례들이다. 더구나 이들이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들이 한국축구에서 연속성있게 이어지고 못하고 감독교체에 따라 단절되곤 했던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아직 젊은 신 감독이 현장 복귀를 통하여 재기에 성공한다면 이런 징크스를 깰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다양한 대표팀과 클럽팀을 오가며 쌓은 경험을 살려서 앞으로 한국축구에 언제든 다시 기여할수 있는 기회가 돌아올수도 있다. 대표팀 감독을 맡고난후 오랜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올 새로운 팀을 고르는 것이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시 신 감독이 돌아와야할 곳은 현장이다. 2020년에는 다시 '그라운드의 여우'로 귀환한 신 감독을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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