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한 때 유럽축구를 호령했던 다비드 트레제게와 에드가 다비즈가 국내의 한 자선경기에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당일, 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레전드는 한국인 관계자의 우산 에스코트(?)와 함께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사실 이 두 레전드를 에스코트했던 관계자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남자였다. 브라질부터 시작해 인도네시아와 일본 등을 거치며 선수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국제 축구행사 통역과 심지어는 한 유소년 구단의 단장으로까지 활동하고 있는 정민구씨다.

다음은 지난 12월 7일, 사당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정민구 단장 지난 7일, 사당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정민구 단장이다.

▲ 정민구 단장 지난 7일, 사당역 근처 카페에서 만난 정민구 단장이다. ⓒ 정민구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브라질부터 시작해 일본, 호주, 인도네이시아 등에서 프로 축구선수 생활을 마치고, 프로 축구연맹 등을 통해 통역업무와 국제대회 경기 운영 등의 활동을했으며 현재는 글로벌 화성FC 유소년 팀의 단장을 맡고 있는 정민구라고 합니다."
 
- 선수 시절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팀에서 활동하셨나요?
"대표적으로는 J리그의 가이나레 돗토리부터 인도네시아 페르시자 자카르타, 그리고 브라질의 바스코 다 가마 등에서 뛰었습니다."
 
- 현역 생활을 은퇴하시고 단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어떤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우선 유소년 축구단의 단장으로서 손흥민 선수 같은 이들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활동했던 국가들을 통해 선수들을 에이전트 없이 직접 해외로 보낼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운영하고 계시는 팀 선수들과 일본을 자주 다녀오신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일본 축구는 국내의 축구와 인프라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K리그의 우승상금이 약 5억인 반면에 J리그는 우승상금이 최대 230억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축구 선진국에서 축구를 배우고 싶다면 일본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팀만 하더라도 상당수의 아이들이 일본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프로 구단부터 다양한 클럽들과 교류의 자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벌써 팀을 데리고 일본에 세 번 다녀왔고 앞으로도 일본 축구와 다양한 교류를 할 계획입니다."  
국내에서 아비스파 후쿠오카 구단 통역을 담당한 정 단장 .

▲ 국내에서 아비스파 후쿠오카 구단 통역을 담당한 정 단장 . ⓒ 정민구

  
- 구단관련 업무 외에도 유독 일본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20대 때 5년 간 일본에서 축구선수 생활을하며 당시 좋은 관계를 가지고있었던 동료선배들이 현재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있어 현지에 대한 많은 정보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 2017년에 K리그 챔피언쉽에 참가한 J리그 유스팀의 통역업무를 담당하면서 일본축구와 관련된 더 큰 기회가 생겼습니다."

- 사실 축구를 굉장히 힘들게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2003년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친구와 함께 자퇴를 하고 정말 과장없이 돈 백 만원과 가방 하나를 들고 브라질로 유학을 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갑작스럽게 자퇴를 하고 해외 유학을 간다고 하니 정말 주변에서 미친 사람 취급도 받았습니다(웃음). 하지만 어차피 대학교에서 써야할 돈이라면 미리 투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선수들은 유학 전문 업체를 통해 축구유학을 했다면, 저와 친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한국인 교민 분을 통해 무작정 브라질로 갔다는 사실입니다. 당시에는 축구를 하고 싶어서 창고 같은 곳에서 밤을 새기도 하고 정말 많은 고생을 했는데, 저는 현재 이렇게 팀을 운영하고 있고, 친구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었습니다(웃음)."
 
 
-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시면서 선수로서 정말 많은 경험을 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2년에 페르시자 자카르타에서 매 경기를 주전으로 뛰었을 때 가장 행복했습니다. 그동안은 사실 무명 선수였지만 자카르타 팀에서는 정말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돌아보면 선수로서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자카르타에 입단했던 정 단장 페르지아 자카르타 선수 시절의 모습이다.

▲ 한국인 최초로 자카르타에 입단했던 정 단장 페르지아 자카르타 선수 시절의 모습이다. ⓒ 정민구

 
- 페르시자 자카르타 입단 당시 현지에서 정말 큰 화제가 됐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국내에선 인도네시아 축구에 대해 알려진 부분이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프로 축구는 매 경기에 5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경기를 보러올 정도로 정말 큰 인기를 얻기 있는 종목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자카르타였기 때문에 저 역시도 처음에는 입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K리그에서 활동하셨던 한국인 선수들도 입단에 실패했다는 소식까지 들었죠. 하지만 감사하게도 한국인 최초로 제가 구단에 입단하게 되었고 리그에서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의 경험을 통해, 그동안 제가 고생했던 것들에 대해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선수 생활 이후에 일본과 포르투갈어 통역 업무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K리그 연맹에서 주관하는 국제 대회에서 일본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지난 2005년에 국내에서 한 에이전시를 통해 열린 (K리그 입단을 목적으로한) K리그와 브라질 선수들의 연습경기에서도 16명의 브라질 선수인솔과 포르투갈어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최근에는 유벤투스의 트레제게와 다비즈가 참여한 자선경기의 통역과 경기운영을 담당했습니다.
 
물론 제가 통역사로서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축구가 아닌 비즈니스적인 통역을 담당하라고 했다면 저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잘 아는 축구와 관련된 내용들을 통역하다보니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다양한 활동을 하시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서도 늘 작게나마 희망을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다보니 이렇게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요고 돗토리시절의 정 단장 그는 5년 간 일본에서 활동했다.

▲ 요고 돗토리시절의 정 단장 그는 5년 간 일본에서 활동했다. ⓒ 정민구

 
- 최종목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축구를 하면서 정말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에, 우선 제가 운영하고 있는 팀의 선수들만큼은 저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제 자식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험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할지말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면, 그것이 실패할 것 같더라도 도전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후회는 남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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