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반쪽만 쓰는 듯한 게임이었기에 2골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우리 선수들은 80%가 넘는 일방적인 공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효율성을 자랑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다음 상대해야 할 팀들(중국, 일본)을 생각하면 곱씹어야 할 대목들이 눈에 띄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남자부 홍콩과의 첫 게임에서 2-0으로 이겼다.

벤투 감독이 믿고 기다린 두 선수의 세트 피스 득점
 
 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대한민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2019.12.11

11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한국과 홍콩의 경기. 대한민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고 있다. 2019.12.11 ⓒ 연합뉴스

 
묘하게도 우리 선수들은 홍콩을 상대로 16개의 슛, 16개의 코너킥 기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트 피스 말고 필드 골을 하나도 뽑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 말할 수 있다.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등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팀의 에이스가 이번 대회에 합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정도 승리에 만족할 수도 있다.

원 톱 제임스 하를 제외하고 홍콩 아홉 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두 줄 겹수비를 펼친 것도 고려하면 세트 피스 기회를 두 개나 살려냈다고 칭찬할 수도 있겠다.

벤투 감독의 황태자라 불리는 가운데 미드필더 황인범이 전반전 종료 직전에 이정협이 얻어낸 직접 프리킥 기회를 기막히게 감아차 이번 대회 한국 팀의 첫 골이자 결승골 주인공이 되었다. 

또 한 명의 황태자로 불리는 나상호도 82분에 추가골을 넣었다. 첫 골 주인공 황인범이 올린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김보경의 헤더 패스를 받아 나상호가 골문 바로 앞으로 빠져들어가며 머리로 방향을 살짝 바꿔 성공시킨 것이다.

아찔했던 수비 실수 되풀이하지 않도록

홍콩의 밀집 수비를 허물기 위해 우리 선수들은 해법 찾기에 고심했다. 주장 완장을 찬 박주호와 김태환이 양쪽 풀백으로 뛰면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자주 시도했지만 적중률은 높지 않았다. 

김승대가 가짜 9번 역할을 맡아 먼저 뛰었지만 36분에 상대 골키퍼 얍 훙 파이와 부딪치면서 갈비뼈를 다치는 바람에 들것에 실려 나갔고 그 자리에 이정협이 급하게 들어왔지만 그의 머리나 발끝을 살리는 얼리 크로스는 조금씩 짧았다.

전북 현대 우승의 주역으로 크게 활약한 문선민이 특유의 빠른 드리블로 공간을 파고들었지만 정작 시원한 슛 하나도 날리지 못했다. 홍콩 선수들의 협력 수비 앞에서 김보경, 나상호와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할 뿐이었다. 

한편, 수비면에서 아찔한 순간을 몇 차례 겪기도 했다. 우리가 일방적인 공격 흐름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홍콩의 공격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어이없는 수비 실수가 눈에 띈 것이다.

27분, 홍콩의 역습이 빠르게 전개되는 순간,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차단할 수 있는 초기 대응이 부실하다보니 간판 골잡이 제임스 하에게 왼발 토 킥으로 먼저 골을 내줄 뻔했다. 

센터백으로 뛴 김민재와 권경원이 전반전과 후반전에 각각 한 차례씩 패스 미스를 저질러 이것을 커버하느라 동료들이 진땀을 뺐다는 사실도 꼭 곱씹어둬야 할 것이다.

후방 빌드업에 자신감이 붙은 센터백 김민재가 과감하게 중앙선 위로 올라와 날카로운 전진 패스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진정한 키 패스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자신이 뭔가 결정적인 패스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느껴질 정도였다. 홍콩보다 역습 능력이 뛰어난 상대 팀을 만난다면 센터백의 과한 욕심은 역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15일 오후 7시 30분 1패를 안고 있는 중국과 만나 더 거친 수비에 대비해야 한다.

2019 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결과(11일 오후 7시 30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 한국 2-0 홍콩 [득점 : 황인범(45+1분), 나상호(82분,도움-김보경)]

O 한국 선수들
FW : 김승대(41분↔이정협)
AMF : 나상호, 김보경(84분↔이영재), 문선민(61분↔윤일록)
DMF : 황인범, 손준호
DF : 박주호, 권경원, 김민재, 김태환
GK : 구성윤

O 남자부 현재 순위표
한국 3점 1승 2득점 0실점 +2
일본 3점 1승 2득점 1실점 +1
중국 0점 1패 1득점 2실점 -1
홍콩 0점 1패 0득점 2실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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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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