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강찬

뮤지컬 배우 강찬 ⓒ 서정준

 
"평소 이미지가 있다보니 다들 '성균'이 아니라 '반석'이란 말에 놀라더라고요. 다치지 않을까 걱정도 해주시고요(웃음)."

지난 4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에 출연하는 배우 강찬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뮤지컬 <화랑>으로 데뷔 후 MBN 드라마 <몬스타> 등을 거쳐, 2016년 뮤지컬 <정글라이프>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학로에 몸 담은 배우다. 언제나 성실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성격으로 맡은 역할마다 성공적으로 소화하며 대학로의 일꾼으로 자리잡았다.

앞서 언급한 <정글라이프> 외에도 <무인도 탈출기>, <오디션>, <베어 더 뮤지컬>, <더 픽션>, < 6시 퇴근 >, <살리에르>, <오디너리데이즈>, <루드윅>, <나쁜자석>, <알앤제이>, < 432헤르츠 >, <재생불량소년>까지 4년이 채 되지 않는 동안 13편의 작품(재연 등 중복 참여 제외)에 출연하며 내공을 다졌다.

하지만 <재생불량소년>은 그에게도 조금 특별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려 무균실에 입원한 주인공 반석이 투병생활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2020년 1월 5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에서 공연된다. 반석 역에 강찬, 백승렬, 성균 역에 조원석, 유동훈, 승민 역에 황두현, 김방언, 코치 역에 심우성, 김세중, 의사 역에 정영아가 출연한다.

대부분 연약한 이미지의 미소년, 모범생 같은 캐릭터를 맡아왔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 반석은 천재 복서였으나 링 위에서 사고를 겪은 뒤 방황하는 문제아다. 그간 맡은 역할의 폭이 조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일까.

"배우 강찬으로서 좀 욕심나는 부분이긴 하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캐스팅 제안을 받을 때도 반석으로 받았고 만약 제게 선택권이 있었다고 해도 반석이를 골랐을 거에요. 제작사에서 역을 맡겨주신 이유가 있을 테니까 잘 표현해내려고 하고 있어요."

실제로 강찬은 조금씩 변화를 거듭했다. 예컨대 <정글라이프>의 피동희나 < 6시 퇴근 >의 고은호가 가지는 해맑은 회사 막내의 느낌이 그가 준 첫 이미지였다면 <더 픽션>의 와이트 히스만은 그가 가진 선한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역이용한 케이스기도 했다. <루드윅>에서도 연약하다기보다는 가냘프고 깨질 것 같은 예민함을 담은 청년 베토벤 역할을 연기하기도 했다. '재생불량소년'은 그에게 어떤 작품으로 다가왔을까.

"재생불량성 빈혈을 앓고 있는 복서 반석의 투병과정을 그렸어요. 그렇지만 반석 외에도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사투를 벌이며 버텨나가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죠. 작년에 초연을 했던 작품이고 저는 재연을 참여했으니 반석이를 잘 표현해야한다는 사명감도 있고 재연인만큼 더 재밌게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뮤지컬 배우 강찬

뮤지컬 배우 강찬 ⓒ 서정준

 
하지만 강찬에겐 복싱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서 액션을 하는 공연은 처음이니까 그런 부담감이 컸죠. 복싱 연습일정까지 포함하면 10월부터 이미 연습을 시작했어요. 이때 제 인생에 복싱이 들어왔죠(웃음). '432헤르츠' 연습도 할 때라서 복싱 연습하고 가면 지쳐서 쓰러졌는데 다행히 두 작품 다 허연정 연출님이 맡으셔서 감사하게도 저를 조금 배려해주셨어요. 

복싱은 옛날에 살 빼려고 한 달 정도 다녀봤던 게 전부거든요. 복싱 연습 덕분에 꾸준히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니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체험을 해서 좋았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 잘해야 한다는 의무나 책임감이 좀 컸어요. 누군가를 때리는 것도 성향이랑 안 맞고요. 처음에는 상대가 아파할까봐 제대로 때리질 못해서 오히려 그것 때문에 혼나기도 했어요. 공연 소개란에 '천재복서'라고 돼있는데 천재를 빼주시면 안되냐고 물어봤죠(웃음). 제일 중요한 건 막공까지 다치지 않는 거에요. 저희가 다치면 공연을 할 수 없으니 그게 가장 최우선이죠."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은 무대 위에서 합을 맞추긴 하지만 액션의 긴장감을 놓지 않고 진짜 복싱을 벌이는 작품이다. 이는 작품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반석과 성균이 지내는 무균실과 사각의 링은 한 공간으로 표현된다. 이들의 싸움은 말 그대로 '사투'다. 무대 위의 배우를 보면 합을 맞춘 액션임을 알면서도 실제 같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생불량성 빈혈'과 '천재복서'라는 정체성을 지닌 반석은 이야기와 액션 모두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이런 거친 결의 캐릭터는 처음 해보는 것 같아요. 처음엔 저도 반석이에게 낯을 좀 가렸죠. '빨리 반석이랑 친해져야 하는데' 그런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내가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접근하면 함정에 빠지는 거 같아서 결국 백그라운드와 텍스트에 집중하며 자연스러운 결을 찾으려 했어요.

만약 '내가 더 불량스러워 보여야지' 같은 식으로 생각했으면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초연을 했던 (정)영아 누나가 초연의 반석이랑 무척 다른 느낌이지만, 이번 결도 너무 반석이답고 좋다고 해주셔서 확신을 갖고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려운 건 피지컬에서 오는 차이가 있어요. '성균'이나 '승민'을 맡은 배우들이 다 체격이 좋아서 그 차이를 악으로 깡으로 메꾸려고 하고 있어요. 절대 밀리지 않는 에너지를 보여드릴게요(웃음)."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은 제작사 대표인 강승구 프로듀서가 실제로 '재생불량성 빈혈'을 겪었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가지는 진정성이나 메시지는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매력적인 오락성이란 면에선 상대적으로 아쉬운 반응을 들었다. 이번 재연에선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대본만 읽었을 땐 병을 다룬 작품이니 우울한 결이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런데 넘버가 무척 경쾌해요. 극 메시지 자체가 버티고 싸우고 이겨내고 그런 테마가 있다보니 역동적이고 락사운드 기반의 넘버가 많아요. 오프닝부터 랩을 하는데 그런 시도도 재밌고요. 함께 작업하는 분들이 내용적으로도 초연보다 더 탄탄해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재연이지만, 초연하듯 대본 작업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창작진 분들이 질리시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웃음) 전체적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죠. 좋게 봐주실진 모르겠지만, 좀 더 관객분들에게 재미를 드리거나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시기 쉽게끔 만들려고 했어요."

 
 뮤지컬 배우 강찬

뮤지컬 배우 강찬 ⓒ 서정준

 
수많은 이들이 스타의 꿈을 안고 두드리는 대학로는 열정적이고 끈끈해보이면서도 냉정하기도 하다. 강찬 역시 <재생불량소년> 속 인물들처럼 고난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며 버텨왔기에 그가 <재생불량소년>에 관해 대답한 이야기들은 마치 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사람들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자 삶 속에서 끊임없이 사투를 벌이며 살고 있잖아요. 저도 제 삶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고요. 작품 초반에는 나 스스로 의심이 됐어요. 복싱, 새로운 캐릭터, 그런 것들을 내가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의심이 컸는데 이 작품을 진행하면서 어쨌든 저도 반석이처럼 버티면서 하나하나 이겨나갔던 것 같아요. 우리 삶도 반석이처럼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버티는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을 하면서 저 역시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 버티다보면 더 좋은 일들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끝으로 그는 '인터뷰에 꼭 넣어달라'며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읽어주기 시작했다.

"우리 작품이 혈액암에 관한 이야기다보니 저도 '조혈모세포기증'을 하고 왔어요. 공연 접하며 처음 알았거든요. 옛날엔 이런 걸 하려면 골수이식을 하면 무척 고통스럽게 했는데 이젠 방법이 무척 좋아져서 간단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알고 나서 그럼 나도 기증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다양한 곳에서 가능하니까 검색해보셔서 꼭 알아보시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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