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V리그는 출범 후 처음으로 남녀부를 분리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남녀부의 분리개최는 대성공이었다. 여자부는 그동안 남자부에 밀려 이른 평일 낮 시간대에 경기가 열리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평일 저녁 시간을 차지하면서 많은 관중들을 배구장으로 끌어모았다.

V리그 여자부를 흥미롭게 했던 요소 중 하나는 치열한 신인왕 경쟁에 있었다. 특히 여고생 국가대표 출신의 이주아(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박은진(KGC인삼공사)은 '스피드'와 '높이'라는 확실한 장점을 앞세워 프로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시즌 신인왕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스피드도, 높이도 아닌 '파워' 넘치는 공격력을 앞세운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정지윤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2라운드 중반까지 신인왕 경쟁은 한 선수의 독주체제로 흐르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 출전 기회를 잡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이 현대건설의 이다현이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의 자리를 위협하며 주전급 선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이번 시즌 신인왕의 주인공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이르다.

'최대어' 정호영의 늦은 프로 적응 속 2순위 이다현의 약진
 
 이다현은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과 주전 경쟁을 벌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다현은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과 주전 경쟁을 벌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배구연맹

 
2020년 2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이번 시즌 신인들 중 '최대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광주체중 3학년 때부터 190cm에 육박하는 신장으로 '제2의 김연경'이라는 불린 정호영(인삼공사)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호영은 14년 전 김연경(엑자시바시)이 그랬던 것처럼 프로에 진출하자마자 V리그의 판도를 뒤집을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정호영의 졸업시기에 맞춰 제7구단 창단 루머가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전학생 규정에 의한 출전정지로 선명여고 진학 후 1년간 공식 경기에 나가지 못한 정호영. 그의 성장 속도는 이로 인해 더뎌지고 말았다. 특히 배구 입문시기(중학교 1학년)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탓에 서브리시브와 수비, 2단 토스 등의 기본기에서 약점을 보이곤 했다. 그런데도 정호영은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장신 공격수로 프로에서 위력을 떨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정호영이 주춤하는 사이 배구 팬들에게 먼저 이름을 알린 선수가 있었다. 전체 2순위를 기록하면서 현대건설에 지명된 중앙여고 출신의 센터 이다현이다. 그는 185cm의 좋은 신장과 빠른 속공, 정확한 블로킹 타이밍을 겸비한 정통센터다. 이도희 감독은 팀의 백업세터요원이 시급했음에도 이다현 영입을 더 중요시했다. 결국 시즌 초반 활약을 보면 이 감독의 선택은 매우 적절했음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월 6일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에서 4세트에 교체 투입된 이다현은 짧은 시간 동안 7득점을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9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전에서도 교체 선수로 투입돼 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정통 센터 출신이 아닌 정지윤이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블로킹(세트당 0.30개)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는데 반해 이대현은 아직 프로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가 아님에도 세트당 0.43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다현이 정지윤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도희 감독의 경기 운영은 더욱 수월해졌다.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상대의 특징에 따라 저마다 장점이 뚜렷한 중앙 공격수 둘을 번갈아 가며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다현은 팀 선배이자 포지션 경쟁자 정지윤에 이어 현대건설의 2시즌 연속 신인왕 수상을 향해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센터로 깜짝 변신한 권민지와 실질적인 데뷔전에서 8득점 올린 김다은
 
 청소년대표 출신의 윙스파이커 권민지는 프로 데뷔 후 센터로 먼저 주목받고 있다.

청소년대표 출신의 윙스파이커 권민지는 프로 데뷔 후 센터로 먼저 주목받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경쟁자가 보이지 않았던 이다현의 신인왕 독주체제에 도전장을 던진 첫 번째 선수는 3순위 신인 권민지(GS칼텍스)였다. 지난 11월 24일 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주 포지션인 레프트가 아닌 센터 포지션에 교체 투입된 권민지는 블로킹 3개를 포함해 6득점을 올리며 강렬한 센터 데뷔전을 치렀다. 권민지는 28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도 교체 선수로 투입돼 5득점을 기록했다. 

사실 178cm의 신장에 대구여고 시절 청소년대표팀의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던 권민지가 장기적으로 중앙 공격수로 성장하는 것은 팀에게나 선수 개인에게나 썩 좋지 못하다. 하지만 문명화가 부상으로 빠져 있고 김유리마저 제 컨디션이 아닐 정도로 센터진에 부상 선수가 많은 상황에서 중앙공격수로 활약한 루키 권민지의 활약은 차상현 감독을 뿌듯하게 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흥국생명과 인삼공사의 경기에서는 4세트 흥국생명이 3-14로 크게 뒤져 있었다. 박미희 감독은 패색이 짙어 보이는 경기에서 몸이 무거운 이한비 대신 루키 김다은을 투입했고 경기 흐름은 급격이 뒤바뀌고 말았다. 김다은은 경기에 투입된 후 서브득점 2개를 포함해 66.67%의 공격성공률로 8득점을 올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의 역전승을 견인했다. 실질적인 프로 데뷔전에서 팬들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김다은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흥국생명에 지명됐지만 시즌 초반 서브에 강점이 있는 박현주에 밀려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의 공백(맹장수술)과 이한비의 부진으로 뜻하지 않게 얻은 기회에서 흥국생명의 역전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며 박미희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확실한 능력을 보여준 김다은은 적어도 루시아 복귀 전까지는 적잖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 지민경과의 경쟁에서 밀려 주로 벤치 멤버로 활약하고 있는 전체 1순위 신인 정호영도 높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면 충분히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아 신인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아직은 이다현이 신인왕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선전으로 신인왕 경쟁이 더 치열해 진다면 배구 팬들이 2019-2020 V리그를 즐기는 재미는 또 하나 늘어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