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기자간담회

14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기자간담회ⓒ 성하훈

 
행사 이름은 '기독교영화제'인데, 기독교 영화는 없다. 집행위원장은 개성 있는 연기를 펄치며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강신일 배우다. 영화제의 모토는 '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가 13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화제의 색깔과 지향점, 상영작 등을 발표했다. 강신일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과도 다양하게 소통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기독교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영작 수가 장·단편 9편에 불과한 작은 영화제지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는 요즘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기독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개혁적인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준비하는 행사다.

사실 국내에는 '서울국제사랑영화제'로 이름을 바꿔 16회째 행사(5월)를 '서울기독교영화제'가 있었다. 이미 기독교영화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기독교영화제를 만든 이유는 '혐오 대신 도모, 배제 대신 축제'라는 모토가 설명해주고 있다. 기독교 영화라는 이름으로 종교적 색채를 강조하기 보다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통해 기독교라는 울타리만을 고집하지 않고 이를 벗어나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강신일 집행위원장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강신일 집행위원장ⓒ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강신일 집행위원장은 "종교인으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다양한 우리들이 모여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제도화 되면서 사회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는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들을 준비했다. 여기에는 최근 사회적으로 비판 받고 있는 기독교의 원래를 되찾고자 하는 바람도 들어 있다. 기독교의 원래 모습은 세습과 극우적 행태를 보이는 일부 기독교와 같지 않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상영작 목록에 교황에 대한 영화만 있을 뿐 기독교 색채의 영화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영화제 아름에 기독교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준비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관련된 부분이 커보인다.
 
첫 회 영화제의 주제는 '하루'로 잡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하루에 대한 일상을 통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기 위함이다. 따라서 상영작들은 하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포스터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포스터ⓒ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개막작인 스페인 영화 <어 퍼펙트 데이>는 분쟁지역의 마을에서 오염되고 있는 공동우물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 시체를 빠뜨려 고의로 우물을 오염시키고 마을 주변으로는 지뢰가 널린 가운데, UN구호대 요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라는 제한적 시간 동안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폐막작인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을 페트루냐>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이었다. 동유럽의 그리스 정교 세계에서 행해지는 구세주 공현 축일 이벤트를 통해 심각한 곤경에 빠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가부장제의 틀안에 갇힌 종교의 모습과 함께 이를 깨고자 하는 젊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는 우울증 걸린 새 교황이 도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나선 교황이 진실한 소망과 소명의 참다운 가치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가톨릭 교황에 대한 영화가 기독교영화제에서 가장 종교색이 짙은 작품이 됐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와 올해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판문점 에어컨>은 분단국가인 남과 북에 교차하는 공간에서의 하루를 보여주고 지난해 부산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인 <캣 데이 애프터 눈>은 을들의 하루를 보여준다. 이밖에 이란 영화 <하루>, 이스라엘 영화 <일주일 그리고 하루>, 미국영화 <에브리데이> 등도 상영된다.
 
혐오와 배제 뛰어넘겠다지만 성소수자는 없어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강신일 집행위원장, 최은 부집행위원장(왼쪽), 프로그래머들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 강신일 집행위원장, 최은 부집행위원장(왼쪽), 프로그래머들ⓒ 성하훈

 
프로그램에서 기독교 색채를 강조하지 않고 모두를 껴안으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혐오와 '배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약해 보인다. 보수 기독교가 가장 크게 혐오와 배제를 나타내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최은 부집행위원장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으나, "첫 회라는 현실적 여건에서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영화제가 이어지고 확장된다면 더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에는 <쿼바디스>를 만들어 한국 개신교를 풍자하고 비판한 김재환 감독도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상영작 목록에 올라도 좋았을 작품도 역시 비슷한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혐오와 '배제'를 지양하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하는 영화제지만 막상 그 의지를 오롯이 담아 가기에는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1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영화제는 오는 12월 5일 개막해 7일까지 3일간 서울극장에서 진행된다. CBS 신지예 아나운서 등이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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