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빌리지> 영화 포스터

▲ <더 빌리지>영화 포스터ⓒ (주)디오시네마


어린 시절부터 소름 끼치는 악몽에 시달려온 야스민(야스민 디마씨 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야스민은 취재 영상을 찍는 과제를 위해 친구 빌렐(빌렐 슬라트니아 분), 왈리드(아지즈 즈발리 분)와 함께 정신병원에서 마녀라 불리는 몬지아(헬라 아예드 분)를 만나러 간다.

몬지아는 그들에게 20여 년 전 자신이 발견되었던 곳을 알려준다. 그녀의 비밀이 시작된 장소로 간 세 사람은 우연히 마주친 소녀를 뒤쫓다가 아는 사람도 없고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마을 '다크라'에 도착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주술, 마녀, 저주를 소재로 삼은 <더 빌리지>는 세계 영화계에서 접하기 힘든 튀니지 영화다. 연출을 비롯하여 각본, 편집, 제작을 도맡은 압델하미드 부크낙 감독은 튀니지 최초의 호러 영화인 <더 빌리지>를 "내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같이 끌어내는 동시에 아랍의 시각적 언어로 전형적인 미국 호러 영화를 재작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튀니지의 사회, 문화적인 의식과 할리우드의 대중적인 장르 문법이 만난 것이다.
 
<더 빌리지> 영화의 한 장면

▲ <더 빌리지>영화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마녀의 전설을 촬영하러 낯선 숲으로 향하는 <더 빌리지>의 설정은 <블레어 윗치>(1999)를 떠올리기에 충분한다. 파운드 푸티지(※실재 기록이 담긴 영상을 누군가 발견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가장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의 일종)가 아니고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 설정 자체는 무척 닮았다. 게다가 마녀의 전설을 쫓는 인물이 세 명이며 그중 한 명이 여성인 점까지 같다. <블레어 윗치>의 '북아프리카판 리메이크'로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더 빌리지>를 <블레어 윗치>의 단순한 아류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압델하미드 부크낙 감독은 할리우드의 소재와 문법을 차용하되 그 위에 튀니지의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을 덧붙여 차별화된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더 빌리지>의 각본의 많은 부분은 실제 사건에서 가져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압델하미드 부크낙 감독은 두 모녀가 공동묘지에서 시체를 꺼내 요리에 넣어 다른 사람에게 주술을 걸려고 했던 사건과 한 남자가 보물을 찾게 해준다는 주술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조카를 살해한 사건에서 <더 빌리지>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몬지아는 목이 베인 채 인적이 끊긴 곳에서 발견된 여자다. 20년이 넘도록 그녀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채 정신병원에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상한 일들이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는 세 문장으로 <더 빌리지>의 각본은 시작되었다.
 
<더 빌리지> 영화의 한 장면

▲ <더 빌리지>영화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더 빌리지>의 원제는 <다크라>다. 아랍어에서 '다크라(Dachra)'는 고립된 마을 또는 아주 작은 마을을 표기하는 단어다. <더 빌리지>에서 다크라는 마녀의 비밀이 시작된 미지의 마을 이름으로 사용된다.

<더 빌리지>에사 다크라 마을은 인간이 감춘 어두운 본성을 의미한다. 영화는 시체를 발굴하거나 아이를 죽이는 등 야만과 광기, 주술과 원시가 지배하는 다크라 마을은 통하여 북아프리카의 현실(엔딩크레딧에 '북아프리카에서는 수많은 아이가 주술의식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을 비판한다. 이것은 비단 북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형태는 다를지언정 주술은 모든 문화와 문명에 퍼진 왜곡된 관행이기 때문이다. <더 빌리지>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약자를 희생시킨 인간에 대한 고발이다.

다크라 마을은 튀니지의 오늘을 비추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교수는 학생들에게 취재 영상 과제를 내며 '튀니지 혁명은 작년에만 20개가 제출되었으니 더는 다루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는 매우 기발하고 독창적인 영상을 보고 싶다고 주문한다.

2011년 일어난 튀니지 혁명은 독재 정권을 퇴진시키며 아랍권 민주화 운동을 촉발했다. 야스민, 빌렐, 왈리드가 간 다크라 마을은 혁명 이전인 과거의 튀니지를 은유한다. 튀니지는 민주화 혁명으로 많은 부분이 변했지만, 여전히 잘못된 부분이 존재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교수의 말을 바꾸어 풀이하자면 혁명은 전부 또는 끝이 아니다. 다크라 마을은 곧 청산하지 못한 추악한 것들이다. 세 사람의 여정은 저널리즘이 가야할 방향을 말하고 있다.
 
<더 빌리지> 영화의 한 장면

▲ <더 빌리지>영화의 한 장면ⓒ (주)디오시네마


<더 빌리지>는 튀니지가 겪는 세대 간의 갈등도 담고 있다. 영화에서 야스민, 빌렐, 왈리드는 줄곧 의견 충돌을 일으킨다. 야스민이 할아버지와 생각이 대립하는 장면도 나온다. 서구화된 젊은 세대(야스민, 빌렐, 왈리드)와 보수적 가치관에 묶인 기성세대(다크라 마을)가 충돌하는 서사로 읽을 수 있다. 진실을 폭로하고 악행을 저지하려는 젊은 세대와 자신을 고립시키고 도피하려는 기성세대의 대립일 수도 있다. 압델하미드 부크낙 감독은 극 중 대립의 묘사에 대해 "튀니지의 침체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세대적 갈등이며 서로를 이해하지 않는 상반된 사고방식으로 분열되고 있다"고 부연한다.

<더 빌리지>는 설정 자체론 독창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종교적,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뿌리를 둔 이야기는 낯선 공포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것은 <더 위치>(2015)의 로버트 에거스와 <유전>(2017)의 아리 에스터를 연상케 하는 흥미로운 재능이다. 해외 매체 <필름 인콰이어리>는 "국제 장르 영화계에 대담하고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을 알리다"라고 평가했다. 압델하미드 부크낙 감독이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 기대가 된다. 제3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초청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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