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 3회초 등판한 김광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9.11.1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 3회초 등판한 김광현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9.11.1ⓒ 연합뉴스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투수 김광현(SK 와이번스)은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이룰수 있을까. 그 열쇠는 바로 SK 구단의 의지에 달렸다.

김광현은 소속팀 SK와 2020년까지 계약되어 있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나 타 해외 리그에 진출하려면 구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내년 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어 제약없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도 있지만, 어느덧 30대를 넘기며 베테랑의 반열에 접어든 김광현에게 올해야말로 사실상 도전의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은 지난 2014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 차례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김광현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당시 포스팅 금액은 200만 달러에 그쳤다. 김광현보다 앞서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던 류현진은 LA 다저스로부터 무려 2573만 7737달러(약 300억 원)의 포스팅 금액을 원소속팀 한화 이글스에 안겼다. 냉정하지만 김광현은 그 정도 수준에 못 미친다는게 당시 메이저리그의 현실적인 평가였다. 김광현과 SK 구단은 상의 끝에 샌디에이고의 제안을 거절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보류했다.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슬럼프와 팔꿈치 수술 등으로 부침의 시기도 있었지만 극복해내고 김광현은 한층 원숙한 투수로 진화했다. 부상 복귀 첫 해인 2018시즌에는 팀의 통산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2019시즌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하는 최고의 활약으로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광현의 완벽한 부활에 메이저리그도 주시하고 있다. 이미 시즌 내내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의 투구를 꾸준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과도 분위기가 다르다. 메이저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팬 그래프'는 최근 김광현을 올시즌 전체 영입 가능 선수 가운데 41위에 올려놓아 눈길을 끌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 자책점 1위를 달성하며 사이영상 후보에까지 오른 류현진도 겨우 13위인 것을 감안하면, 아직 메이저리거도 아닌 김광현이 40위권에 오른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류현진을 비롯하여 2018시즌까지 SK에서 활약한 메릴 켈리(애리조나, 2019시즌 13승 14패 183.1이닝 자책점 4.42)처럼 'KBO리그 출신 투수들'이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김광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김광현이 다시 포스팅에 나간다고 할지라도 2013년 류현진만큼의 고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김광현이 과연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라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KBO리그에서는 에이스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잘해야 5선발 내지는 불펜으로 밀려날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윤석민(기아 타이거즈)처럼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가 돌아올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애초에 성공이 보장되는 도전이라면, 도전이라고 할 수가 없다. 5년전에 저평가를 받았을때는 메이저리그급 선발투수로서는 단조로운 구종과 제구력, 내구성 등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볼넷 숫자가 줄어들고 나이를 먹으면서 경기운영 능력도 많이 향상되었다는 평가다. 팔꿈치 부상 전력에도 불구하고 150㎞를 넘는 속구의 위력을 회복한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승부를 걸만 하다.

하지만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서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의 문제다.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 등 성공한 한국인 메이저리거라고 해도 어려운 고비 없이 꽃길만 걸었던 선수는 아무도 없다. 김광현이 설사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도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KBO리그에서 높은 몸값과 스타 대접에 안주하며 발전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큰 무대를 꿈꾸는 김광현의 도전정신이야말로 박수를 받아야한다.

결국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SK 구단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김광현과 SK는 그동안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와 친정팀간 '아름다운 동행'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김광현은 10년 넘게 SK에서 헌신하며 구단이 기록한 4회의 우승을 모두 함께하며 사실상 '살아있는 역사'가 되었다.

SK는 2016년 김광현이 팔꿈치 수술로 1년간 재활을 해야 했을 때도 FA 계약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4년 85억)을 보장했다. 복귀 이후에도 무리하지않고 철저한 관리를 통하여 김광현이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할수 있도록 배려를 다했다. 김광현도 지난 2년간 완벽한 부활과 눈부신 헌신으로 자신을 믿어준 구단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SK가 김광현에게 계약기간을 마저 채우고 나가라고 요구한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2013년 류현진을 보내줬던 한화는 심지어 구단이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던 상황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에이스의 해외진출 의지를 존중해준 바 있다.

김광현도 어느덧 30대를 넘긴 베테랑 투수가 되었다. 시기가 늦춰질수록 메이저리그에서 나이든 투수의 영입 가치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동기부여' 측면에서 KBO리그에서는 더 이상 이룰게 없는 김광현이 올해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친다는 보장도 없다.

차라리 팀을 위하여 헌신한 에이스의 꿈을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모양새로 구단은 좋은 이미지를 얻고 적절한 포스팅 금액을 얻어내어 실리도 챙기는 게 진정한 일석이조가 아닐까. 13년을 지켜온 김광현과 SK의 신뢰가 앞으로도 굳건할 수 있도록 상생의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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