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KBS

 
욱, 화, 독설로 대표되면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지만, '예능대부' 이경규는 TV 예능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본인이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종종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프로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한 분량 및 웃음을 뽑아낼 만큼 효율적 방송(?)에 최적화된 예능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MBC <놀러와> 연말 특집, 2016년 <무한도전> 예능총회편 속 이경규의 각종 발언은 재미뿐 아니라 그 무렵의 방송 및 예능인에 대한 예리한 예측을 담아내며 지금까지 전설처럼 언급되기도 한다.  

'예능 대부'라는 별명이 결코 허투루 탄생한 게 아니었던 만큼 그가 오랜만에 나온 <해피투게더4> 역시 시청자 입장에선 주목할 만했다.

흥미로운 후배 예능인 분석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KBS

 
지난달 31일 KBS <해피투게더 4>에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배우 이유비 등과 함께 무려 10년 만에 이경규가 재출연해 신규 예능 <개는 훌륭하다>를 홍보했다. 

사실 이날 <해투4>는 전체적인 구성이나 내용 진행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초대손님들의 각종 과거 경험 및 폭로와 <개는 훌륭하다> 홍보, 신규 코너 '하드털이 퀴즈 Go-Back TV' 등이 두서 없이 이어지다보니 이경규라는 인물로도 기대치에 부응하는 재미 유발은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능의 추세에 관심을 둔 시청자라면 이날의 <해투4> 방송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강호동, 신동엽, 유재석 등 후배 진행자, 예능 프로들에 대한 이경규의 평가였다.    

"실내 예능은 나와 맞지 않는다. 스튜디오 촬영은 유재석X전현무가 잘한다"라며 덕담을 내놓다가도 "신동엽만 봐도 '불후의 명곡'에선 공만 뽑고 아무것도 안 한다. 부럽다"라든지 "우리는 천리길 걸으며 밥 달라고 하는데 야외예능은 출연료 더 줘야 한다"라는 등의 농담반 진담반의 속내를 공개한다.   

타인, 특히 동종 업계 종사자들의 능력을 방송에서 직접 언급하는 건 다소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설을 내뿜다가도 이내 함께 출연한 동료 연예인들의 반격에 당하고 마는 이경규 특유의 화법과 행동 탓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이 연출된다. 

효율적인 촬영 추구... 요즘 세태 일찌감치 예견?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KBS

 
이날 흥미를 끈 대목은 짧게 촬영을 마치기로 유명한 이경규의 평소 예능 철학 피력이었다. SBS <스타킹> 시절 12시간 이상 녹화를 하던 JTBC <한끼줍쇼> 콤비 강호동에 대한 질타로도 그는 큰 웃음을 만들어 냈다.  

"촬영감독이나 VJ 카메라 든 손이 떨릴 정도다."
"어차피 오래 촬영해도 안 쓴다는 거 다 안다."
"1시간 이상 하던 오프닝 촬영을 3년 지난 지금 5분으로 줄였다."


이런 말을 쏟아낸 이경규는 자신의 방식이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와 딱 맞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이는 방송상 재미를 위해 한 말이었지만 낭비적인 요소는 제거하고 효율적인 제작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귀 기울일 만한 내용이었다.  

어린이들과의 촬영에 대한 답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꼬마들과의 소통을 잘 못한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이경규는 "귀여운 모습을 자꾸 뽑아내려고 하는데 너무 비상식적이다"라면서 요즘 늘어나는 어린이 소재 예능에 대해 에둘러 비판했다. 

방송 시점엔 그저 웃고 지나쳤지만 되돌아보면 이경규가 언급했던 점 상당수가 실제 TV 예능에선 현실이 되었다. 앞서 그는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눕방(누워서 방송진행)이 등장할 것이고 미래 예능의 종착지점은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얼마 되지 않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시즌1에서 이경규는 실제로 눕방 콘텐츠를 선보여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비록 큰 성공을 이루진 못했지만 tvN <숲속의 나의 집> 같은 다큐 성향 예능이 등장하는가 하면 상당수 관찰 예능에선 다큐멘터리의 화법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시대 변화에 적응 성공... 이번엔 어떨까?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방영된 KBS < 해피투게더4 >의 한 장면ⓒ KBS

 
39년 방송 경력을 거치며 이경규의 예능 인생은 굴곡도 심했지만 달라진 시대 흐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진화해 나갔다. 자신의 자랑거리였던 MBC <일밤>에서 밀려난 후 KBS <남자의 자격>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힐링캠프>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한끼줍쇼> <도시어부>로는 종편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마련한다. 

한동안 지상파 고정 예능이 없던 이경규는 최근 KBS에서만 2개의 신규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선 이영자, 정일우 등 동료 연예인과 더불어 편의점에서 실제 출시되는 간편식 제작에 돌입했다. 그런가 하면 오랜 기간 강아지들을 키워온 본인의 평소 생활을 연결지어 반려견 돌봄 예능인 <개는 훌륭하다>에도 참여한다. 

동년배 개그맨들이 세월의 흐름 속에 TV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이경규만큼은 여전히 방송의 황금 시간대 예능에 꾸준히 얼굴을 비추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록 "남의 미래는 예측해도 내 미래는 내다보지 못했다"라는 셀프 디스를 하기도 하지만 분명 이경규는 누구보다 발빠르게 변화에 대응해 나간 인물이다. 그렇게 예능 대부는 2019년의 끝자락에 과감히 2개의 새 프로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예측불허의 예능 도전에 나섰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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