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드라마나 만화 속에는 주인공이 정해져 있듯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도 어쩌면 주인공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종종 했던 적이 있다.
 
긴 수험생활 시절, 하루종일 학원에서 생일을 다 보낸 후 지하철에서 나와 동갑인 연예인의 생일 광고를 보았을 때, 취업에 절절매다 TV를 켰는데 잘난 부모덕에 나는 꿈도 못 꿀 직장에 취업한 고위 관료 자식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
 
이 세상도 하나의 작품 속이라면 나는 주인공은 절대 될 수 없을 것이다. 지나가는 이름 없는 조연 3329번쯤 되려나. 그러니 나는 이 세상의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 정해진 조연 3329번에 해당하는 '설정 값'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겠지 하고 무의식중에 순응해버렸다.
 
작가가 정해놓은 '조연 은단오'로서의 설정 값대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꿈꾼다. 하지만 그런 인생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라고 쓰여 있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란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의 첫 문장처럼, 은단오(김혜윤) 또한 주인공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아를 갖게 되며 본인이 살고 있는 세상이 만화 '비밀' 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단오는, 그저 '기타 인물'란에 조그맣게 끼워져 있을 정도의 단역에 불과한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된다.
 
작가가 그려 넣는 장면만이 스테이지에 속하기에 단오는 스테이지 대로 흘러가는 스토리를 꼼짝없이 진행해야 한다. 작가가 정해놓은 '조연 은단오'로서의 설정 값대로. 심장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막말을 퍼붓는 약혼남 백경(이재욱)만을 짝사랑해야 한다. 거부하려 해도 스테이지는 강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봐도 포기할 법한 상황인데 단오는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의 설정 값을 발칙하게 거부하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본인만의 '진짜' 첫사랑을 위해 스테이지가 바뀔 때마다 반복해서 하루(로운)를 찾아다니고, 풋풋한 첫사랑을 직접 만들어 나간다. 시한부 인생으로 정해진 자신의 운명도 거부하려 애를 쓴다. '백경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인연석에 적어 넣는 것이 정해진 설정 값인데, 이를 지우고 '살고 싶어요'라고 자신의 소원을 적어 넣기도 한다.

은단오의 고군분투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한 장면ⓒ MBC



드라마가 끝날 때에, 과연 단오의 인생은 정해진 설정 값을 벗어날 수 있게 될지 그 결론을 장담할 수가 없다. 우리의 인생도 정해진 설정 값과 원하는 방향 사이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비밀' 속 조연 단오가 정해진 설정 값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함으로써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 속에서는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단오의 고군분투는 하루의 기억을 지워지게 만드는 등 자꾸 상황을 꼬이게 만들거나 변수들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그가 진정한 자신의 세계를 살아갈 수 있을 아주 작은 확률을 응원하게 된다. 바뀔 확률이 거의 없어 보이는 만화 속 이야기임이 분명한데도 "왜 안 바뀔 일을 나서서 고생하는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차피 다들 그렇게 살아. 괜히 나서지 말고 너도 좀 참아', '순리대로 살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와 같은 말들을 한 번씩은 들어 보았던, 그리하여 정해진 설정 값을 바꿔보고자 하는 의지를 억지로 눌러야 했던 스스로에 대한 응원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연 3329번에 불과한 내 인생도, 설정 값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 자체로 또 다른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의 인생이 될지도 모른다. 설령 실패로 끝나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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