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2

 
게르마늄 팔찌를 차고 죽음을 맞이한 건 주인공인 동백이 아닌 향미였다.
 
드라마 시작부터 게르마늄 팔찌를 찬 여자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했었다. 팔찌의 주인은 주인공 동백(공효진)이었기에 보는 이들은 <동백꽃 필 무렵>이 혹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까 걱정했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가족이나, 주요인물도, 마냥 선한 인물도 아닌 향미(손담비)가 동백이 대신 죽음을 맞이한 것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안도를 했다. 아마도 드라마를 본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이 속으로 안도를 했거나, 슬퍼했더라도 동백의 죽음만큼 슬퍼하진 않았으리라.
 
나도 모르게 동백이 운영하는 가게인 까멜리아의 직원 향미는 죽는 것이 가장 이상하지 않을 법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가족도 거처도 없는 여성이고, 남자 문제와 돈 문제로 여기저기 원한을 많이 샀고, 사소한 도벽도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죽음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에 결격사유가 되지 않으니까.
 
이 드라마에서는 동백이도 사회의 가장 언저리에 존재하는 소외된 인물 중 하나인 고아에, 비혼모로 등장하지만 그보다 더 언저리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향미다.
 
"다들 나는 열외라고 생각하나봐"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2

 
향미는 창문도 없는 유흥업소 '물망초'에서 나고 자라 손가락질을 받으며 컸다. 그는 중졸의 학력으로 동생이라도 그럴싸한 삶을 살게 해주고 싶어 유흥업소를 전전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향미는 '저급의', '의식조차 안 되는 하찮은 인간'이다.
 
강종렬(김지석)의 부인 제시카는 자신을 협박하는 향미를 '저급'한 여자라고 대놓고 무시하고, 규태(오정세)의 부인은 남편의 바람 행적을 쫓다 모텔에서 향미를 마주쳤음에도 그를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향미를 본 적이 있었음에도 애초에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가던 길 가보라는 규태의 부인에게 향미는 이렇게 말한다.
 
"근데 사람들은요, 매일 나보고 가던 길 가보래요. 다들 나는 열외라고 생각하나봐."
 
'열외'. 이것은 향미의 드라마 속 위치이자, 사회 속 향미들의 위치는 아닐까. 분명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 버려진 낙오자, 죽음을 맞이해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
 
그렇다면 그 위치는 향미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인가. 그리고 그런 향미는 정말로 '죽어도 되는', '죽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사람인가.
 
향미는 학교에서 도둑으로 몰리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학교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로 손가락질 받으며 자랐다.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물망초'라는 사회의 낙인은 그녀의 일생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해 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은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니다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 KBS2

 
우리는 사회가 만들어낸 열외자의 고통과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주목하지 않으면서, 열외 되어 사회의 이상적인 형태에 금이 가게 만드는 이들의 존재에는 불쾌한 감정을 갖는다. 손가락질하고, 혐오할 뿐, 그들을 낙인찍고 열외자로 만드는 사회의 단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려 하지 않는다. 이게 더 쉬운 방법이니까.
 
그리하여 순간적으로 향미의 죽음에 안도를 느꼈다는 사실이 슬퍼진다. 동백이 죽지 않았으니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일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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