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순연 경기로 인해 거의 매년 10월 초까지 정규 리그가 이어지는 KBO리그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9월 내로 팀별 162경기를 모두 소화한다. 물론 메이저리그 역시 비로 경기가 순연되는 날이 있지만 시즌 중간중간 더블헤더를 치르더라도 9월 말까지 모든 일정을 마친다. 1일(현지 시각)부터 곧바로 가을야구 일정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한국 시간으로 9월 30일 모든 팀이 정규리그 162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은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끝판왕' 오승환(삼성 라이온즈)과 '킹캉' 강정호처럼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소속 팀과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단한 선수도 있다(물론 금의환향한 오승환과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강정호가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빅리그 15년 경력을 자랑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맏형'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빅리그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 최지만(템피베이 레이스)도 무사히 정규 시즌을 마쳤다. 추신수가 150경기, 최지만이 127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두 선수 모두 2019년을 선수 생활에서 잊지 못할 한 해로 만들었다.

만 36세 시즌에 커리어 하이 24홈런 작렬한 '추추트레인'
 
 지난 7월 13일 미국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진행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경기장을 달리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미국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진행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가 경기장을 달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추신수는 작년 시즌 전반기 90경기에 타율 .293 18홈런 43타점 54득점을 기록하며 텍사스를 대표해 '별들의 축제' 올스타전에 초대 받았다. 지난 2001년 만 18세의 어린 나이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해 미국 진출 18년, 빅리그 데뷔 14년 만에 이룬 감격적인 올스타 출전이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작년 후반기 54경기에서 타율 .217 3홈런 19타점 29득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마치 모든 힘을 전반기에 쏟아내고 방전된 경주마를 보는 듯 했다.

추신수는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에도 개막전 선발 명단에서 빠지며 텍사스의 주력 멤버에서 제외되는 듯 했다. 사실 추신수는 조이 갈로, 노마 마자라, 대니 산타나, 윌리 칼훈 등 20대 선수들이 주축이 된 텍사스 외야진에서 지나치게 많은 연봉(2100만 달러)을 받는 노장 선수다. 하지만 추신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팀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올해도 텍사스의 붙박이 1번 타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실 추신수의 올 시즌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다. .265의 시즌 타율은 작년 시즌(.264)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타점(61개)은 부상으로 48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6년(17개)을 제외하면 최근 5년 동안 가장 적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과 140개 이상의 안타, 그리고 80개 이상의 득점을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371의 뛰어난 출루율 역시 부상으로 92경기에 결장한 갈로(.389)를 제외하면 팀 내 최고였다.

지난 4월 5일 LA 에인절스전에서 빅리그 통산 1500안타를 때린 추신수는 6월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개인 통산 200번째 홈런을 터트렸다. 이치로 스즈키도, 마쓰이 히데키도, 최희섭도 넘보지 못했던 아시아 최초 기록이었다. 그리고 추신수는 9월 23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과 28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홈런을 추가하며 단일 시즌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24홈런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분명 3할 타율과 20-20클럽을 기록하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에 비하면 최전성기의 기량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최근 3년 연속 145경기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뛰어난 자기 관리 능력과 뛰어난 선구안, 그리고 만 36세 시즌에 데뷔 후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내는 파워를 겸비한 선수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텍사스와 맺었던 7년 1억3000만 달러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추신수에게 아직 노쇠화의 기미 따윈 찾을 수 없다.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템파베이의 주축 타자로 성장한 최지만
 
 9월 26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뉴욕 양키스와 벌인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최지만 선수가 발등에 공을 맞는 모습.

9월 26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뉴욕 양키스와 벌인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경기에서 최지만 선수가 발등에 공을 맞는 모습.ⓒ AP/연합뉴스

 
2016년 에인절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최지만은 작년까지 4개 팀을 거치며 활약했지만 여전히 85만 달러라는 최저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다. 작년까지 3년 간의 빅리그 출전 수는 고작 121경기. 최지만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던 추신수가 부산고 시절 투타를 겸비한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데 반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선수였던 최지만은 그야말로 잡초 같은 생명력으로 메이저리그에 생존했다.

작년 6월 템파베이로 트레이드된 후 49경기에서 타율 .269 8홈런 27타점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최지만은 올 시즌에도 템파베이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코너 외야와 1루 수비가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185cm 113kg의 거구인 최지만은 그리 뛰어난 수비수는 아니다. 템파베이의 케빈 캐시 감독 역시 공격력을 살리기 위해 올 시즌 최지만의 포지션을 1루와 지명타자로 고정했다.

사실 타율 .261 19홈런 63타점을 기록한 최지만의 성적은 빅리그 1루수로 크게 눈에 띄진 않는다. 하지만 최지만이 주전과 플래툰 요원의 경계에 있는 선수라는 점, 그리고 작년까지 빅리그 생존을 걱정하는 위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시즌 최지만의 성장은 눈부신 수준이다. 후반기에만 10홈런 30타점을 몰아친 최지만은 시즌 19홈런 63타점으로 62타점의 오타니 쇼헤이와 61타점의 추신수를 제치고 올해 동양인 최다 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최지만은 지난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템파베이에 합류한 올스타 출신 우타 거포 헤수스 아길라와의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밀워키 브루어스 시절이던 작년 35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KBO리그의 괴물'이었던 에릭 테임즈를 후보로 밀어냈던 아길라는 템파베이 이적 후 최지만으로부터 주전 자리를 빼앗는 데 실패했다(한편 아길라가 떠난 후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은 테임즈는 올 시즌 25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추신수는 정규리그가 끝나면서 올 시즌 일정을 모두 마쳤지만 최지만의 2019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템파베이가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템파베이는 오는 3일 오클랜드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승자에게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빅리그 진출 후 첫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최지만이 올 가을 팀을 어느 단계까지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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