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들 vs. 마동석 vs. 차승원
 
명절엔 역시 화투다? 추석 한국영화 3파전에서 일단 <타짜: 원 아이드 잭>이 1위로 치고 나갔다. 11일 개봉해 나란히 맞붙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와 <힘을내요 미스터리>를 2, 3위로 밀어 냈다. 각각 33만, 24만, 5만을 동원했다.
 
박정민, 류승범 등이 출연한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타짜' 시리즈의 후광을 톡톡히 봤다. '추석엔 코미디' 공식에도 불구하고 '차승원표 코미디'의 귀환은 큰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마동석의 액션이 돋보이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일단 2위로 출발했다.
 
예매보다 현장 표가 몰리는 연휴 기간 어떤 작품이 치고 나갈지, 각각 롯데, CJ, NEW라는 거대 투자배급사의 어느 작품이 최종 승자가 될지, <안시성>과 <협상>, <명당> 세 작품이 맞대결해 씁쓸한 결과를 낳은 작년 추석의 악몽을 반복하지는 않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안방에선 이성민과 조진웅 주연의 <보안관>(SBS)이 웃었다. 11일 방영한 <보안관>은 시청률 4.0%, 6.0%(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방영한 <기묘한 가족>(JTBC)과 자정 넘어 방송된 <사도>(SBS)의 시청률을 가뿐히 넘어섰다. 그렇다면,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풍성한 이번 추석 TV 특선영화의 최종 승자는 어떤 영화가 될까.
 
일단 연휴 4일간 지상파 및 종편이 내놓은 차림표는 이렇다.

9월 12일 (목)
SBS <국가부도의 날>, 오후 9:45 방영, 김혜수, 유아인 주연
KBS2 <닥터 스트레인지>, 오후 7:50 방영, 베네딕트 컴퍼배치, 레이첼 맥아담스 주연
EBS < ET > 오후 6:00 방영, 헨리 토마스, 디 월리스, 피터 코요테 주연
JTBC <창궐> 오후 8:40 방영, 현빈, 장동건 주연
tvN <미쓰백> 오후 11:00 방영, 한지민, 김시아, 이희준 주연
 
9월 13일 (금)
SBS <너의 결혼식>, 오후 12:20 방영, 박보영, 김영광 주연
SBS <내안의 그놈>, 오후 10:20 방영, 진영, 박성웅, 라미란 주연
MBC <말모이>, 오후 8:20 방영, 유해진, 윤계상 주연
KBS2 <공작>, 오후 9:50 방영,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주연
EBS <앤트맨>, 오후 6:00 방영, 폴 러드, 마이클 더글라스, 에반젤린 릴리 주연
JTBC <암수살인>, 오후 8:40 방영, 김윤석, 주지훈 주연
TV조선 <레슬러>, 오후 10:50 방영, 유해진, 김민재, 이성경 주연
채널A <변산>, 오후 1:20 방영, 박정민, 김고은 주연
TVN <협상>, 11:00 방영, 손예진, 현빈 주연
 
9월 14일 (토)
SBS <신과 함께 - 죄와 벌>, 오후 4:20 방영,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주연
SBS <신과 함께 - 인과 연>, 오후 10:20 방영,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마동석 주연
KBS2 <뺑반>, 오후 9:15 방영,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염정아 주연
EBS <마션>, 오후 11:35 방영, 맷 데이먼, 제시카 차스테인, 세바스찬 스탠 주연
JTBC <안시성>, 오후 8:40 방영,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주연
채널A <오빠생각>, 오후 1:20 방영, 임시완, 고아성 주연
KBS1 <고산자, 대동여지도>, 오후 11:35, 차승원 주연
 
9월 15일 (일)
SBS <청년경찰>, 오전 10:50 방영, 박서준, 강하늘 주연
MBC <증인>, 오후 10:30 방영, 정우성, 김향기 주연
KBS2 <성난황소>, 오후 10:35 방영, 마동석, 송지효 주연
EBS <군도 : 민란의 시대> 오후 11:15 방영, 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주연
채널A <드래프트 데이>, 오후 13:20 방영, 케빈 코스트너, 제니퍼 가너 주연
tvN <완벽한 타인>, 오후 10:40,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이서진 주연
 

올해 개봉한 따끈따끈한 신작부터 작년 추석에 개봉했던 역전의 용사들까지, 마블부터 SF 고전까지, <신과 함께> 연작과 같은 '천만 영화'부터 백상예술대상 수상작까지. '대세' 마동석의 출연작은 무려 4편이나 되고, 그 뒤로 유해진과 하정우가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그 중 일별로 놓치면 아까울 영화 2편씩만 엄선해 소개한다. 물론, 선정 이유는 보편의 눈높이를 가장한 '개인의 취향' 되겠다. 명절은 역시, '특선영화 편성표'에서 골라 보는 재미가 있어야 제 맛 아니겠는가.
 
목요일(12일), <국가 부도의 날>과 <미쓰백>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컷.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컷.ⓒ CJ엔터테인먼트


'억울함'. <국가부도의 날>(2018, 이국희 감독)은 근래 들어 이 '억울함'의 정서가 가장 도드라지는 한국영화가 아닐까. 거두절미, 1997년 IMF 금융위기의 한복판으로 관객들을 데리고 가는 이 영화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과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작은 공장 사장 '갑수'(허준호)가 보낸 '국가부도까지의 일주일'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을 어떻게, 누구에게 '당해야'했는가를 야심차게 그려낸다. 국가는 무력했고, 관료는 기회주의적이었고, 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속에서 영화는 그럼에도 노력하는 '국민'이 있었다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있었다는 결과론적 낙관론과 '저 시절 저 모양이었던 과거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를 아슬아슬하게 교차시킨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소소하게 마련된 반전에서 그 억울함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비감으로 승화된다. 그 시절을 통과해 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억울함은 김혜수와 허준호의 얼굴로 대변된다. 
 
 9개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휩쓴 <미쓰백>의 백상아는 한지민의 '인생 캐릭터'였다.

영화 <미쓰백> 스틸 컷ⓒ 리틀빅픽처스


영화를 보기 전엔, 그저 여성 감독이 만든, 여자 아이를 지키기 위한 한 여성의 고난한 여정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미쓰백>(2018, 이지원 감독)은 훨씬 더 엄격하고 한층 더 신중하며,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 '상처 받았던' 백상아(한지민)는 '어찌하여' 학대 받는 김지은(김상아)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는가를, 함께 하고 싶었는가를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만든다.
 
그건 비범한 성취다. 여성 감독의 영화가, '여성 영화'가 제작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선 더더욱. 그리하여 여성 관객들은 '영혼 보내기' 운동으로 응원했고, 한지민 배우는 최선의 연기로 화답했다. 일각에서 지적된 장르적 관습이나 유명 일드와의 유사성, 남성 캐릭터의 활용법도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미쓰백>은 피해자의 고통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그에게 다가가려는 여성의 얼굴에 인간적인 고민을 불어 넣는 통찰을 견지한다. 이것 또한 한국 상업영화의 소중한 성취다.
 
금요일(13일), <공작>과 <암수살인>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영화 <공작>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군도 : 민란의 시대>를 보고 난 뒤 곧바로 <공작>(2018, 윤종빈 감독)을 본다면, 윤종빈 감독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작에서 재기발랄하게 '혁명'을 설파하고 계급을 조롱하던 윤 감독은 한 눈 팔지 않고 체제와 이념, 그 안의 '인간들'을 정색하고 묘파한다. 작년 여름 텐트폴 영화들과의 경쟁 속에서 500만에 육박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은 <공작>은 한국영화가 최초로 품에 안은 근사한 첩보 스릴러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흑금성 사건' 그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북을 상대로 활동한 안기부 스파이, 간첩을 몰리다! <공작>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며 뛰어난 활약을 벌였던 흑금성의 스파이 활동과 몰락의 과정을 통해 한국형 '남북 스릴러'의 공식을 뛰어넘는다. '총풍' 등 1997년 대선을 둘러싼 실화의 이면과 남북 대결 이데올로기 속에서 갈등하는 개인을 그리는 '정공법'이 더없이 반짝거리는 스릴러.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영화 <암수살인>

영화 <암수살인>ⓒ (주)쇼박스


<암수살인>(2018, 김태균 감독)을 감히 비교하자면, 한국판 <조디악>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데이비드 핀처를 일찍이 앞서간 <살인의 추억>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실화 암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암수살인>의 영화적 뚝심 하나는 초기 봉준호 감독 못지않아 보인다.
 
수감된 살인범이 7명을 살인했다고 추가 자백한다. 시신도, 증거도 없다. 싸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범 강태오(주지훈)와의 싸움을 위해 돈과 경력을 쏟아 부으며 전력을 기울이는 형사 김형민(김윤석)의 분투에, 어느 순간 관객들은 기꺼이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그것이 바로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이기에. '이것이 과연 실화인가'라고 되묻게 되는 순간 끝이 나버리는 <암수살인>은 우직하게 제 갈 길을 범죄 장르영화의 전범이라 할 만 하다. 또 하나, 주지훈의 광기 어린 연기는 <암수살인>을 그의 최고작으로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 정도다.
 
토요일(14일), <신과 함께 - 인과 연>과 <뺑반> 
 
 <신과함께: 죄와 벌> 스틸컷

<신과함께: 죄와 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각각 1441만1675명과 1227만6115명을 동원한 이 한국영화 최초 연작 블록버스터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지상파에서 최초 공개되는 <신과 함께 - 인과 연>(2018, 김용화 감독)은 한국 텐트폴 상업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전선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수많은 원작 팬들을 보유한 탄탄한 원작, 한국 관객들이 원하고 바랐던 판타지 장르의 시각적 구현, 코미디와 판타지에 사극과 신파를 끼얹는 영리한 포석, 이미 정착된 멀티 캐스팅의 안정적인 구현, 1편의 떡밥을 나름대로 수거하려는 영화적인 노력 등등. 당분간 도합 26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시리즈의 성공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 
 
 영화 <뺑반> 스틸 컷

영화 <뺑반> 스틸 컷ⓒ (주)쇼박스


김혜수와 김고은의 카리스마가 빛을 발하는 <차이나 타운>으로 데뷔한 한준희 감독의 <뺑반>(2019, 한준희 감독)은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적인 감각 하나는 반짝하는 작품이다. 한편으론, 범죄 형사 드라마의 외피와 레이싱의 쾌감을 절묘하게 배합하는 일이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를 입증하고 있기도 하고.
 
매력적인 세 명의 배우 공효진과 류준열, 그리고 조정석 중 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조정석이다. 지질해 보이는데 억울해 보이기도 하고, 애처롭다가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연기의 달인 조정석이 '재벌 사업가 악당' 캐릭터의 신세계를 열어젖힌다고 할까. 맞다. <뺑반> 속 조정석의 정재철 속에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도 보이고, 최근 900만 관객을 돌파한 <엑시트>의 용남도 엿보이며,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기자님' 이화신도 보인다. 굳이 꼽으라면, <뺑반>은 조정석의 영화다.
 
일요일(15일), <증인>과 <완벽한 타인> 
 
 영화 <증인>의 한 장면

영화 <증인>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때로는 영화의 선의가 영화적 단점들을 훌쩍 넘어서곤 한다. <증인>(2019, 이한 감독)이 그런 영화다. '민변' 출신 변호사였다 대형 로펌에서 '먹고사니즘'을 고민하게 된 순호(정우성)에게 자폐성 장애를 지닌 고등학생 지우(김향기)가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물을 때, <증인>은 관객들을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증인>은 그러한 영화적 순간의 공감 하나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다.
 
불치병 코드를 빼 버리면, 순호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증인>의 이야기 구조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일상에 불만인 장년의 남자가 낯선 여성을 만나고 일상을 재발견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 그러한 '변호인'을 연기하는 정우성은, 배우의 얼굴이 스크린 안에서 어떤 작용을 거쳐 그 영화적 선의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편안하게 구현한다. 그런 점에서, 정우성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결코 과하지 않았다. 더욱이, 영화상들은 대체로 새로운 이름을 호명하기 좋아하니까.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 타인>(2018, 이재규 감독)은 감히 한국영화 리메이크 사상 최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특별할 것 없던 부부, 애인 동반 모임. 휴대폰을 모아 놓고 대단할 것 없는 게임을 펼치던 친구들이 점점 거짓말과 자기 고백의 이중적인 나락으로 빠져드는 이 단촐한 형식의 드라마는 그러나 원작의 밀도 높은 설정을 바탕으로 기대치 않았던 재미와 성찰을 선사한다.
 
유해진, 조진웅, 염정아, 김지수, 이서진, 주연 배우 모두는 적절히 통제되고 계산된 연기로 드라마의 완급을 지배하며, 생활밀착형 대사는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하며, 원작에서 길어 온 아이디어는 뛰어난 '한국형 패치'로 승화됐다. 근래들어 관객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킨 행복한 코미디, 2018년의 코미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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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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