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X, 대학도 안 나온 새끼가. 상고 출신의 고졸 촌놈의 새끼가. 그런 촌스러운 새끼가! 이게 말이 되냐고!"

"이 대한민국이 어떤 나란데. 어떻게 세운 나란데. 저런 조무래기 새끼가!"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검사들이 분노했다. "이번엔 누가 되느냐를 맞추는 게 아니라, 노무현만 되지 말라고 굿"을 했던 검사들이었다. "변호사 출신으로 검찰을 잘 알고, 그래서 검찰개혁 카드를 들고나온 노무현을 좋아하는 검사들은 없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1% 정치검찰을 다룬 영화 <더 킹> 속 검사들 이야기다. 주인공을 연기한 조인성의 내레이션을 더 들어보자.

"특히 검찰로선 가장 예민한 때가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다. 물론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검찰이 달라지거나 하진 않는다. 하지만 검찰 내에 세력들이 바뀐다. 그게 바로 라인이다."

 
 영화 <더 킹>은 흥행을 위해 기획된 영화이다. 평은 관객의 몫이다.

영화 <더 킹>은 흥행을 위해 기획된 영화이다. 평은 관객의 몫이다.ⓒ NEW

 
권력의 향배에 따라 라인의 명운이 갈린다. 절체절명이다. 대선 때마다 무당도 찾아 누가 대통령이 될지 묻고, 여야 정치인에게 줄도 댄다. 한쪽을 정해선 터트릴 정보를 거래한다. 여론 호도용으로 정치부 기자를 '패밀리'로 만드는 건 기본. 묵혀 놓은 수사 정보를 터트려선 '이슈로 이슈를 덮기'도 한다. "내일이면 다 묻힐 것"이라면서. 

어느 땐 "위에서 내려온 거"라며 전관예우를 요구하는 로펌 변호사를 힘으로 깔아뭉개기도 했고, 구형할 형량을 마음껏 좌지우지했으며, 사회의 온갖 특권을 누렸다. 그들은 '세상의 왕'이었다. 물론 영화 속 얘기다. 특히 흥미로운 장면 하나. 하나는 영화 속 검사들은 여론 호도를 위해 반대파 정치인의 '3천만원' 뇌물 수수를 언론에 흘린다. 그러자 '가족' 같은 '우리 편' 기자가 하는 말은 이렇다.

"(4천만 원?) 4만 불 찾은 걸로 하자. 그럼 다 4억은 받은 걸로 생각할 거 같으니까."

역시나 영화 속 얘기다. 하지만, 최근 윤석렬 검찰 총장 취임 이후 윤 총장의 수많은 선배 기수 검사들이 퇴임하고, '특수부'가 요직에 전진 배치되는 것을 국민들은 보아왔다. 이른바 '라인' 문화다. 울산지검 임은정 검사는 <더킹> 개봉 당시 이런 관람평을 남겼다.

"부패한 정치검사들의 (혹 있다면) 이너써클에는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알 순 없지만, 저 지경은 아닐 텐데... 그리 갸웃거리다가도 검찰 출신인 김기춘, 우병우 등을 떠올려보면,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난받은 숱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뭐라 할 말이 없어 관객들과 같이 웃으면서도 씁쓸하네요."

<더킹> 속 검사들의 현재

2009년 5월 13일 SBS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1억 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내다 버렸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해당 보도를 한 KBS와 비교했을 때 '논두렁'을 '첨가'한 보도였다. 이후, 관련 보도가 쏟아졌고, 전 국민적 비난 속에 검찰 조사를 받던 노무현 대통령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훗날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불린 검찰과 국정원, 언론의 '콜라보레이션'의 전말이다. 임 검사의 말마따나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난받은 숱한 사건들" 중 국민들이 절대 잊지 못할, 검찰과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더 킹>이 사실적이라 평가받은 이유도 이러한 '역사'를 참고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노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았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잘먹고 잘살고' 있는 듯했다. 2017년 8월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논두렁 시계' 사건의 진상조사에 착수하자 이 전 부장은 유명 로펌에 사직서를 던지고 "내가 지금 입을 열면 많은 사람이 다친다"는 말을 남긴 채 돌연 미국으로 떠난 바 있다.

"진짜 웃기는 게. 아니, 국정원에서 오든, 검찰에서 오든 아무도 오라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노무현 시계 조사한다고 그러더니 발표하는데 자료도 없더라고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지난 2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제작진의 카메라에 포착된 그는 두려울 게 없어 보였다. 아니, 딱 봐도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 DC의 호화 주택가에 살고 있다는 그는 주택가 골프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국정원과 대검찰청 모두를 비웃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도피한 범죄자가 아니라고, 국내도 자유롭게 오가고 있다고 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죄다 국정원의 '작품'이라는 예의 그 주장을 고수한 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나서고 있다.ⓒ 남소연

 
다시 소환된 논두렁 시계

그럴만했다. SBS '논두렁 시계 보도 경위 진상조사위원회'는 국정원 개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출범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논두렁'과 관련한 내부 문건조차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고, 대검찰청 역시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은 '열람 불가'라 밝혔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사건 관계자들은 호의호식했다. 이 사건을 함께 담당했던 우병우, 이인규, 홍만표 검사 모두 승승장구했듯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 정국에서 이 '논두렁 시계'가 다시 소환됐다. 지난달 8일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지명 이후 나라 전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조 후보자를 향한 야당과 언론의 지대한 관심(?)에 힘입어, 지난달 27일 갖가지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수수색과 수사가 시작됐다.

이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은 논두렁 시계'로 모욕을 줘 결국 서거하시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사람은 반드시 색출해야 한다"며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과잉 수사가 이어지자 이러한 비판은 증폭됐다. 정치권과 언론, 수사기관의 커넥션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특히 청문회 하루 전이던 5일, '동양대 표창장' 관련 수사를 벌인 검찰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일각에선 '검찰의 항명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고, 반대편에선 '검찰의 독립성'을 이유로 아직은 관망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통 끝에 마무리된 끝난 직후인 7일 자정께. 검찰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즉각 여론이 들끓었다. 후보자 본인의 부정이나 비리도 아닌 가족이 연루된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한 것도 모자라,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의혹만 갖고 무리한 기소를 강행한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그리고 그날 저녁인 7일, SBS <8뉴스>는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런 단독 보도를 내놓았다. 즉각, 'SBS가 제2의 논두렁 시계를 내놨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제2의 논두렁 시계' 연상시키는 SBS 보도

"검찰은 지난 3일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는 압수수색 전에 연구실에서 가져갔던 업무용 PC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딸 조 씨에게 발행된 총장 표창장에 찍힌 직인과 이 직인 파일이 같은 건지 수사하고 있습니다."

7일 SBS <8뉴스> 보도다. 정 교수의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데, 이것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의 결정적 증거라는 뉘앙스였다. SBS가 또다시 취재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 수사 자료를 확보했다는 것은 물론 '총장 직인 파일'이 대단한 증거라는 듯한 SBS의 기사 톤 또한 눈길을 끈다.

SBS 보도 직후, 반발 여론도 적지 않았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는 각종 서류 작업을 위해 전결자의 직인을 작업용 회사 PC에 가지고 있다는 증언(?)들이 쏟아졌다. 검찰이나 SBS 기자들은 "회사 생활 안 해 본 것 아니냐"는 비야냥도 부지기수였다.

그게 대단한 증거라고 해도, 수년 전 저지른 사문서 위조의 증거물을 PC에 버젓이 남기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는 합리적 의구심도 고개를 들었다. 이에 대해 '민변' 출신인 현근택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런 글을 적었다.

"컴퓨터에서 직인 파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검찰이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직무감찰을 실시하여 수사 정보를 유출한 자를 찾아내어 징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러한 일은 반복될 것입니다. 직인 파일이 유죄의 증거가 되기 위해서는, (1) 상장이 직인 파일로 찍은 것이어야 하고, (2) 직인 파일이 2012.9.6. 이전에 저장되어야 하고, (3) 직인 파일과 상장이 일치해야 하고, (4) 직인 파일을 사용할 권한이 없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1)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근택 변호사)

SBS 보도 직후, 동양대 정경심 교수 역시 이러한 입장문을 공개했다.

"저는 동양대학교 교수 정경심입니다. 오늘 일부 언론에 제가 사용하던 연구용 PC에서 총장직인 그림 파일이 발견되었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말씀드립니다. 현재 제 연구용 PC는 검찰에 압수되어있는 상황이므로 해당 파일이 어떤 경로로 그 PC에 저장된 것인지 그 정확한 경위나 진위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는 어학교육원장, 영어영재교육센터장 등 부서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여러 파일을 받았기 때문에 그 파일들 중 일부가 PC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한편 현재 기소가 되어 있는 제 자신도 검찰에서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하고 어떤 설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실이 보도된 점에 대하여는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재판과정에서 증거가 공개되면 그 때 정확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니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도 열람하지 못한 증거나 자료에 대한 내용을 유출하거나 기소된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정경심 교수)


 
 드라마 <비밀의 숲>의 한 장면.

드라마 <비밀의 숲>의 한 장면.ⓒ tvN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훗날 일어날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을 위해 예견이라도 했다는 걸까. 여론이 왜 '논두렁 시계'를 떠올리는지, 또 허술하기 짝이 없는 SBS이 단독 보도는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검찰(과 SBS는) 자문해야 하지 않을까. 검찰개혁의 기치를 앞세운 조국 후보자 임명을 두고 벌어진 검찰의 일련의 대응은 '논두렁 시계' 사건의 시즌2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말이다.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거봐라 안 변한다. 알아라 이젠 부디. 거두라 그 기대를. 바꾸라 정치검찰."

7일, 서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지현 부부장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미투' 운동을 촉발한 바 있는 서 검사는 그러면서 "제바알 제에발,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을 너무 모른다"고도 했다. 현직 검사들 또한 비판하는 작금의 검찰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가 가졌던 검찰에 대한 이론, 학설, 환상, 이미지, 신화, 이데올로기는 모두 깨졌습니다. 검찰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검찰과의 투쟁이 필요합니다. 검찰이 어떤 이론을 바탕으로 권한을 행사하는지, 권한의 행사가 정당한 것인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 인권 보호에 얼마나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품고 재검토하려면 검찰과 맞서야 합니다." - <검찰을 생각한다> 중
 

2011년 '문재인이 쓰고 조국이 추천'한 것으로 유명한 <검찰을 생각한다>의 한 대목이다. '논두렁 시계' 사건을 겪고 검찰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던 당시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을 향한 '결심'을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은 검찰개혁을 천명한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를 소환 조사도 없이 전격 기소하고, 그에 앞서 무리한 압 수색을 벌이며, '총장 직인 파일'이 세상에 같은 보도가 버젓이 나오는 '파국'이 연출 중이다. 권력을 쫓고, 라인을 따르며, 국민보다 '검찰 조직'을 우선시하던 <더킹>의 검사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역시나 검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tvN <비밀의 숲>의 마지막, '검사' 황시목(조승우)가 국민들에게 내놓은 사죄문은 이랬다. 드라마 속 결국 자살한 검사장 이창준은 검찰로 대변되는 사정 기관, 한조 그룹으로 상징되는 이 나라 재벌과 재계, 그 한국사회 권력층을 위해 자신이 직접 칼을 들었다.

그럼에도 그 '검찰조직'은 거대한 성채처럼 단단했다. 2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방송된 이 드라마는 분명 검찰을 향해 "괴물이 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 경고는 여전히, 아니 한층 더 유효해졌다.  

"우리 검찰은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사정 기관으로서 실패했습니다. 우리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부와 권력에 맞춰서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이 아닌 범죄자를 비호했습니다. 검찰의 가장 본질적 임무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 실패의 누적물이 이창준 검 검사장이며 우리 검찰 모두가 공범입니다. 물론 제가 저희 동료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 집행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헌법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 있습니다. 헌법이 있는 한 우린 싸울 수 있습니다. 우리 검찰, 더 이상 부정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다시 한번 싸우겠습니다. 기소권을 더 적확한 곳에만 쓰겠습니다. 검찰의 진정한 임명권자는 국민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겠습니다. 책임지겠습니다. 더 공정할 것이며 더 정직할 것입니다. 더 이상 우리 안에서 이런 괴물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검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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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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