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포스터

<우리집>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3년 전 한 편의 영화가 대한민국 영화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감독 스스로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릴지 알 수 없었고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로 영화 <우리들> 얘기다. 

<우리들>은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들꽃영화상 대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탄 건 물론 강력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윤가은 감독을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신인감독으로 만들어 주었다. 2019년 <우리집>은 <우리들>에 열광했던 관객들이라면 다시 한 번 그 서정적인 감성과 공감 가는 이야기에 가슴이 설렐 수 있는 영화이다.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너희 집도" 세 아이의 결의

명의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우리집>은 제목 그대로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실체를 지닌 건물이 될 수도 있고, 형태는 없지만 믿음과 신뢰로 이어진 가족이 될 수도 있다. 12살 하나에게 집이란 후자에 가깝다. 매일 다투는 부모님은 하나에게 큰 고민이다. 여름방학에 하나가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유미와 유진 자매에게 집은 전자에 가깝다. 부모님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니는 두 자매는 하나와 친해지고 이번 집에서만큼은 절대 이사 가기 싫다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
 
위기는 세 소녀에게 동시에 찾아온다. 하나는 엄마가 집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된다. 요리를 좋아하고 가족이 한 식탁에서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는 걸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여기는 하나에게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멀리 떨어져 지낸다는 건 슬픔이다. 유미와 유진 자매는 부모의 사정 때문에 다시 이사를 가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에 하나는 결심한다. "우리집은 내가 지킬 거야. 물론 너희 집도!"라는 하나의 대사는 집 그리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귀엽지만 굳은 결의를 보여준다.
  
 <우리집> 스틸컷

<우리집>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집>은 <우리들>이 선보였던 '우리'와는 다른 개념을 지니고 있다. <우리들>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법한 우정의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에서 순수하고 섬세하게 담아냈다면, <우리집>은 어른의 문제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우리들>의 '우리'에는 같은 또래의 아이들만 있었다면 <우리집>의 '우리'에는 어른이 포함된다. 이는 아이들의 연령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들>이 동갑내기 사이에서 발생하는 우정 문제를 담아낸 반면 <우리집>의 아이들은 나이가 제각각이다. 12살 하나부터 10살 유미, 7살 유진이, 15살 찬까지 나이가 다른 만큼 그 나이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반응, 그리고 생각의 차이를 보인다. 감독은 가족에 대한 고민을 단순히 어른과 아이의 이분법적 구조가 아닌, 다양한 연령대와 다른 성격의 아이들을 배치해 더 다양하고 폭 넓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공감 가는 이야기

<우리집>은 세 가지 측면에서 윤가은 감독의 영화를 기다려왔던 이들을 만족시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아이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섬세한 연출이다. 작품은 도입부에서 하나의 숨소리를 사운드로 잡는다. 눈치를 보는 하나의 얼굴과 뒤이어 등장하는 부모님의 다툼은 단지 숨소리만으로 하나가 가정에서 느끼는 초조함과 불안감을 표현해낸다. 여기에 하나가 가족을 위하는 착한 마음의 소녀라는 것을 반에서 선행상을 받는 장면으로 표현해 이후 유미 자매에게 친절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심리 또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우리집> 스틸컷

<우리집>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런 장면을 통한 섬세함은 유진의 등장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동네 마트 시식코너 앞에서 눈치 없이 계속 음식을 먹는 유진의 모습은 사랑스러운 악동 그 자체다. 하나가 도서관에서 가족 간의 다툼을 다룬 책을 빌리려다 마는 장면이나 찬이 책상 위에는 문제집을 펼쳐두고 아래에서는 만화책을 보는 장면도 두 남매에게 부모의 다툼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집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다. 작품에는 세 개의 집이 등장한다. 우선 하나의 집은 네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안정된 가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엇나간 감정을 가지고 있다.이와 상반된 유미 자매의 집은 비록 맞벌이 부모로 인해 돌봄이 부족하고 자주 이사를 가야 하는 가정이지만, 하나가 그들 사이로 들어오면서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집이 된다. 하지만 언제 떠나고 사라질지 모르는 내 집이지만 불안한 집이다.

하나의 집은 가족의 형태가, 유미 자매의 집은 집 자체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을 지니고 있다. 이는 현대의 가족 해체 현상을 연상시킨다. 가족이 점점 분화되거나 구성원 사이에 사랑이 사라지면서 대다수 집은 말 그대로 숙소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가족 사이의 유대나 사랑을 증진시키는 공간으로서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집> 스틸컷

<우리집>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하나와 유미 자매가 모험 중 하룻밤을 묵게 되는 텐트는 세 번째 집이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 세 소녀는 그 어떤 불안과 걱정 없이 잠을 청한다. 이 안에서 소녀들은 집이 사라질 걱정도, 동상이몽을 걱정하는 불안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이런 집의 불안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집이라 볼 수 있는 상징적 대상이 계란이다. 하나가 요리하는 장면을 보여줄 때마다 유독 많이 등장하는 요리재료가 계란이다.
 
얇은 껍데기에 불과할지라도 계란 역시 병아리에게는 집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계란이 깨져 하나가 아끼는 요리공책에 묻는 장면은 소녀들의 집(가정)에 다가올 불안을 보여주는 복선 역할을 한다. 계란처럼 깨지기 쉬운 현대의 가정을 이 작품은 세 개의 집에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며 담아낸다.

셋째는 사소할 수 있는 고민을 공감되게 담아내는 시선이다. 전작 <우리들>이 왕따와 우정 사이라는, 어린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소재를 공감되게 담아냈던 것처럼 이번 작품 역시 가족불화와 이사라는 소재를 공감되게 담아낸다.
 
이 영화는 누구나 겪어보았던 부모의 다툼과 그 사이에서의 고민, 이사를 가게 되면 이별과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는 소소한 고민 등을 담았다. <우리집>은 큰 자극이나 영화적인 상상력 대신 섬세한 감정 표현과 공감 가는 이야기를 통해 감독만이 지닌 특별한 시선의 힘을 보여준다. 어린 아이의 시선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단지 어린아이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닌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전달한다.
 
<우리집>은 '우리'라는 명제가 지닌 문제를 바라보는 감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집'이라는 소재를 통해 외연을 확장시키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이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관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순수하고 섬세한 시선을 지닌 이 작품은 <우리들>에 이어 다시 한 번 작지만 소중한, 그래서 더 찬란하고 아름다운 '우리'를 담아낸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 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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