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의 한 장면

<나랏말싸미>의 한 장면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상상력으로 보려고 했는데, 감독이 상상력이 아니라고 하지 않나. 상상력으로 보기에는 감독의 발언에 의도가 다분하다. 확신을 갖고 연출한 뉘앙스를 풍긴 감독 인터뷰와 홍보 문구들이 이번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에 논란에 대해 주요 영화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객들의 반응은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상상력의 관점에서 봐 달라는 영화인들의 관점에 관객들은 '감독이 상상력이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모양새다.
 
온라인 영화 커뮤니티에 감상평을 올린 한 관객은 "감독님이 논란을 일으킬 만한 발언만 (한 게) 아니었다면 영화로만 평가하자는 분들도 많았을 거라고 장담한다"며 "저만 해도 개봉 전 왜곡 이야기가 스물 스물 들려올 때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가장 논란인 건 감독님의 태도와 사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객도 "저도 영화는 상상력으로 용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랏말싸미'는 상상력을 넘어서 아예 이렇다고 확정시키듯이 말하는 감독의 연출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역사 너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
 
개봉 1주차를 지나는 중인 <나랏말싸미>의 흥행은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일요일인 지난 28일 박스오피스 순위는 <알라딘>에 밀리며 3위로 내려앉았다. 개봉 첫날 1위에서 다음날 2위로 떨어진 뒤, 다시 3위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큰 분위기인데, 감독의 확신이 흥행에 리스크가 됐다는 것이 관객들의 판단으로 보인다.
 
조철현 감독은 지난 15일 언론배급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0년 넘게 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극에 가장 많이 참여한 영화인이 됐다"며 "사극을 많이 하면서 역사공부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은, '아무리 철저하게 연구하고 많은 자료를 섭렵하더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이 이게 맞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늘 열린 마음으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통찰을 배운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다.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그런 자막을 넣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사에 대한 열린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였지만 기존의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고 감독의 관점을 영화에 넣었다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셈이다. 상상력이 아닌 실제라는 감독의 인식이 반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다.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조철현 감독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조철현 감독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 이정민

 
주말 영화를 관람한 한 영화평론가는 "감독의 섣부른 말 한마디가 흥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심용환 역사학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런 관객들의 반응에 안타깝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영화는 역사 너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엉뚱한 고증 논쟁 때문에 짓이겨져 버렸다"며 "소수설과 감독 개인의 호기로운 확신이 들어간 게 대체 무슨 문제가 되는데 이렇게 흥분하는 걸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언제 사대부가 뜻글자밖에 몰랐으며, 언제 사대부가 한글을 그리도 탄압했고, 언제 세종이 그리도 사대부와 대립하며 한글을 만들었으며, 언제 세종이 사대주의를 반대했냐"며 "기초적인 지식은 대부분 드라마 #뿌리깊은나무 와 뻔한 #역사지식 몇 가지뿐인데 무엇을 판단한단 말인가. #김원봉논란 때도 그렇고 매번 싸우려고만 드니 이 문화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할까. 답답한 지경이다"라고 덧붙였다.
 
'역사왜곡 동의 못한다'는 반응도...
 
주말에 영화를 다시 한번 봤다는 <변호인> 제작자 최재원 대표는 "역사왜곡이라는 평가들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나이를 먹어가면서 가장 먼저 의구심을 가진 것이 내가 교육을 통해 배워 온 사실이라는 내용들이고, 기존 관념을 전제로 한 내용에 대해 한번쯤 합리적 의심을 하고 나아가 그것을 이야기로 구현해 보는 것이야말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닐까 싶다"고 영화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또한 "내용은 물론이고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배우들과 스탭들의 정성이 보이는 장면 이외 모든 공간을 메우고 있다"면서 "캐릭터들이 만드는 감성도 좋고 스토리 중간 중간 나오는 위트도 좋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개봉 과정에서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생각지 않았던 의견에 부딪힐 수 있지만 영화관계자로서 가장 속상한 일은, 그것이 나랑 관계가 있든 없든 관객들에게 영화 자체로 판단되기 이전에 특정한 사유로 낙인찍혀서 제대로 된 평가조차 받기 어려워지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오동진 평론가는 "영화가 역사를 왜곡시켰다고 하려면 팩트에 대한 고증만이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광범위한 판단이 종합돼야 한다"며 "이 영화가 갖는 궁극의 주제는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세종의 애민사상에 있고 영화는 이 난국의 시대에 세종과 같은 지도자의 출현을 갈급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상상력의 영화를 다큐로 보는 사람들을 보면 <개그콘서트>를 보고 뉴스 비평을 하는 사람들 같다"는 비판이 있을 만큼 흥행과 별개로 <나랏말싸미>에 대한 논란은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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