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인터뷰 사진

ⓒ 잼엔터테인먼트

 
7년 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에게 익살스럽게 키스 강연을 펼쳤던 '납뜩이'를 기억한다면 지금의 조정석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후로도 수많은 작품에서 특유의 넉살을 부리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였지만, 지난 13일 종영한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에서 만큼은 그런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조정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내게 새로운 기회의 창이 또 하나 생긴 것 같다"고 자평했다.

SBS 드라마 <녹두꽃>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과 토벌대로 나뉘어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를 그렸다. 특히 영화, 드라마에서 그동안 거의 조명하지 않았던 동학혁명을 민중의 시선에서 재현해내 '웰메이드'라는 호평을 얻었다.

<녹두꽃>에서 조정석은 과거의 죗값을 치르고 새 세상을 열기 위해 동학농민군에 합류한 백이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라도 고부의 악명 높은 이방 '백가'네 장남이자 얼자 백이강은 남의 것을 빼앗고 죄 없는 자를 가두었던 과거를 반성하고 동학농민군 별동대장으로 거듭난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정석은 "아쉬움도 섭섭함도 없고 시원한 기분이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백이현의 죽음, 알고 있었다"
 
 조정석 인터뷰 사진

ⓒ 잼엔터테인먼트

 
'근대화의 태동'으로 평가 받는 동학혁명은 사실 결국 성공하지 못한 혁명이기도 하다. 드라마 역시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만큼 비극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배우들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고 조정석의 연기 톤 역시 훨씬 묵직하고 진중해졌다. 조정석은 "연기하면서 실제로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동료들이 죽을 때는 마음이 울컥하고 요동쳐서 대사를 못할 때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조정석은 특히 민초의 시선으로 '녹두장군' 전봉준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고 했다. 최무성이 연기한 전봉준은 그에게 "때로는 아버지같기도 하고 감싸안아주고 싶은 친구같기도 했다"고. 최무성과의 호흡은 어땠냐고 묻자 그는 "드라마에서 보신 그대로다. 너무 좋았다"며 "평상시엔 되게 조용하지만 위트도 있는 분이다. 아마 묵직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근질근질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극중에서 백이강과 대립하는 이복 형제 백이현(윤시윤 분)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조정석은 "작품 시작할 때부터 백이현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충격적인 결말이었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배역을 맡는 배우가) 백이현의 서사를 표현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일본군에 합류했다가 사또도 되고, 우여곡절이 많지 않나. 그런데 윤시윤이라는 배우가 너무나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고 극찬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한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한국에서도 일본 제품을 불매운동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녹두꽃>에서 조선 관군은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고, 동학군은 죽창 하나로 일본군에 맞서 싸운다. 이를 두고 드라마가 시의적절 하게 현실의 우리에게 메시지를 줬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3일 자신의 SNS에 <녹두꽃>을 언급하며 '죽창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조정석 역시 좋은 시기에 사람들에게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드라마이기에 의미 있었다고 자부했다.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다보니 (현재 한일 정세보다는) 드라마 내용에 더 집중하며 임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지만 드라마를 통해 각자 느끼는 교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그래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창시절 동학혁명과 전봉준 장군을 배웠지만 깊이 있게 알지 못했다. 요즘 친구들에게 역사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시기의 좋은 사극이지 않았나. 그래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마흔이 된 조정석... 그에게 지난 30대는
 
 조정석 인터뷰 사진

ⓒ 잼엔터테인먼트


1980년생 조정석은 올해로 마흔이 됐다. 그에게 <녹두꽃>은 40대의 첫 작품이었던 셈. 조정석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인터뷰 때 그런 질문을 몇 번 받으며 생각하게 됐다"며 "그동안 넉살 좋고 위트 있고 유쾌한 역할(을 많이 연기했는데)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엔 '웃음기'를 쏙 뺀 느낌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자신을) 변주하고 싶은 배우다. 그런 점에서 <녹두꽃>은 내게 또 다른 기회의 창을 만들어 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내겐 득이 많은 작품이다"라고 짚었다.

40대의 시작을 기분 좋게 열어젖힌 그는 지난 30대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표현했다. 이전부터 연극, 뮤지컬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조정석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납뜩이'부터였다. 그는 이후 영화 <관상> <형> <마약왕>, 드라마 tvN <오 나의 귀신님> SBS <질투의 화신> 등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났다.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시기였다. 제게 30대는 황금기이지 않았나 싶다. 많은 분들은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기억하시지만, 제게는 그 이전부터였다. 2011년 방송된 MBN 드라마 <왓츠업>을 약 1년 정도 찍으면서 한동안 공연을 안 했다. 매체에 몸 담기 시작했던 시기이고 그때부터 치면 꼬박 30대의 전부였던 거다. 그래서 30대는 제게 너무 행복했던 때고 그 어느 때와도 바꿀 수 없는 황금기였다고 기억한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40대는 어떻게 만들고 싶을까. 조정석은 "좀 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주변에서도 내게 편해보인다고 하더라. 나도 편해진 것 같다. 40대가 됐고 결혼도 했다. 그런 것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여유로워진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40대를) 보내고 싶다. 30대는 에너지가 샘솟을 때였다. 40대에도 열정은 똑같겠지만 좀 더 편하고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연기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