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하세요 : WWW'

도대체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지? 이 드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 제목부터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노란 바탕에 당당해 보이는 여성 3명이 걸어가고 있는 포스터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왠지 꼭 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첫 회부터 나는 이 드라마가 뿜어내는 그 어떤 '특별함'에 빠져들고 말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독특한 매력은 배가 되었다.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선 이제야 마침내 그 매력의 실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인류가 만든 최악의 개념은 정상이다.' 이런 말이 있어요. 정상 비정상이 어디 있습니까. 누가 그딴 걸 정하죠?" (7회, 차현)

바로 이거였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지 않는 시각, 즉 기존 가부장적 사회에서 '정상'이라 여겨졌던 것들을 전복시키는 그 시선이었다.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의 포스터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의 포스터ⓒ tvN

  
욕망하는 여자와 보살피는 남자

우선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아래 <검블유>)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이 드라마에서 기업을 이끌고 죽어라 일하는 사람들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다. 배타미(임수정), 차현(이다희), 송가경(전혜진)은 극 중 배경이 되는 인터넷 포털회사 바로와 유니콘을 이끈다.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일한다. 일에 있어서 주체가 되는 이 여성들은 사랑에 있어서도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하다.

7회 박모건(장기용)은 야근중인 타미의 사무실을 방문한다. 이 때 카메라는 모건이 아닌 타미의 시선을 담는다. 타미는 모건의 셔츠 사이로 비치는 속살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너 그러고 다니면 여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절대 모를 거야". 타미와 모건의 두 번째 밤을 그린 9회에서도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밤을 보낸 모건은 아침에 타미에게 "이제 버리게요? 나 책임져요"라고 말하고, 타미는 "책임져, 책임진다고"라고 대답한다. 익히 들어왔던 대사지만, 성별이 바뀌어 있다. 그런데 이 장면, 참 자연스럽고 예뻤다.

반면, 남자들은 보살필 줄 아는 인물들로 묘사된다. 모건은 타미가 힘들 때마다 나타나 씻겨주고, 재워주며, 먹여준다. 기존 드라마 속의 멋진 남성 캐릭터들은 자신의 힘과 권력으로 사랑하는 이를 지켰다. 하지만 모건은 정반대다. 자신보다 경제적 능력과 권력을 가진 타미를 정서적으로 보듬는다. 모건은 자신의 호기심과 욕망대로 타미를 다루지 않는다. 타미가 다가오기를 원할 때와 거리두기를 원할 때를 잘 파악하며 타미의 속도에 맞춰간다.

민홍주(권해효) 역시 보살핌을 몸소 실천하는 캐릭터다. 바로의 수장이기도 한 홍주, 그러니까 브라이언은 상사와 부하직원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바로의 '평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조직은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던 그는 5회에 의외의 선택을 한다. 검색어를 조작해 자신을 실검 1위로 만든 자를 찾아내 고발하려는 타미를 제지한 것이다. 타미의 권리와 바로의 이익이 충돌한 지점에서 브라이언이 택한 건 리더로서 회사의 이득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타미에게 알릴 때, 브라이언은 의도적으로 현을 타미와 동석시킨다. 현은 브라이언의 조치에 타미를 대신해 반발하고, 타미는 자신의 억울함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현에게 위로를 받는다. 권리가 충돌할 때조차도 상대방의 정서를 배려하는 태도. 진심으로 보살필 줄 아는 자만이 취할 수 있는 자세였다.
 
 극 중 바로의 대표인 민홍주 혹은 브라이언(권해효 분). 자신의 주장을 할 때도 타인의 관점을 생각하고 정서적으로 직원들을 보듬을 줄 아는 인물이다.

극 중 바로의 대표인 민홍주 혹은 브라이언(권해효 분). 자신의 주장을 할 때도 타인의 관점을 생각하고 정서적으로 직원들을 보듬을 줄 아는 인물이다.ⓒ tvN

  
'남 탓' 할 용기를 가진 사람들

드라마는 '이타주의'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뜨린다. 굳이 '내 탓이오'라는 종교적 의식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남 탓' 하는 이보다는 '내 탓'하는 것이 더 올바르고 도덕적인 행동이라는 고정관념이 우리 사회엔 굳건한 편이다. 물론, 합리적인 '내 탓'은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양보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미덕이다. 하지만, '내 탓'의 지나친 강조는 부적절한 죄책감을 유발해 개인의 심리적 안녕을 저해한다.

<검블유>는 '내 탓' 문화에 반기를 든다. 5회 실검 1위가 된 타미는 "이제 내 탓 그만하고 남 탓하고 싶어요, 나를 증오하는 일 그만하고 진짜 증오해야 할 사람을 증오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7회 현은 바람둥이 표준수(김남희)에게 복수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20대 땐 아무것도 못하고 울기만 했어. 내 탓만 하면서. 근데 복수를 한 번 하고 났더니 내 탓 아니고 남 탓 되더라." 이에 타미는 "남 탓 중요하지, 그 말이 은근 위로가 되더라"라고 호응한다.

나는 이 대사들을 들으면서 통쾌함마저 느꼈다. 남의 탓 하지 말고 내 탓부터 하라는 명제는 분노의 방향을 정당한 곳으로 향하지 못하게 한다. 타미가 이야기했듯 피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자기 자신을 탓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분노가 올바르게 표현되지 못하고 자기 자신으로 향하면 '우울'이 유발된다. 사회적으로 보았을 땐, 피해자를 스스로 탓하게 만드는 억압의 기제로 작용한다. 타미와 현은 이점을 간파했다. 이들의 '남탓' 논리는 분노를 정당한 곳으로 향하게 하고, 억압을 해체한다.

'다름'을 수용하는 사람들

나아가 드라마 속 인물들, 특히 바로의 직원들은 끊임없이 주장하지만,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수용한다. 8회 타미와 현은 자신의 사생활이 포털에 노출돼 이혼을 당했다는 한 남자의 고소사건에 맞선다. 현은 "누군가의 사생활에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그 사생활이 왜 보호받아야 하죠"라고 주장하고 타미는 "윤리적으로 올바른 사생활만 보호받아야 한단 말인가요?"라고 맞선다. 정의감 넘치는 현과 실리를 앞세우는 타미의 이 같은 논쟁은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묘미였다. 이들이 던지는 쟁점들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고, 타협해가는 과정들은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동시에 존중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브라이언 역시 '열린 사고'의 정석을 보여줬다. 브라이언은 3회 타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옳은 건 뭐고 틀린 건 뭘까. 나한테 옳다고 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옳은 걸까? 나한테 틀린다고 해도 다른 사람한테도 틀린 걸까? 내가 옳은 방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해도 한 가지는 기억하자. 나도 누군가에겐 개새끼이다."

브라이언의 이 말은 관점의 다양성을 일깨우는 매우 인상적인 대사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고 나와 다른 생각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이런 메시지는 탕수육 이모티콘에 대한 에피소드(8회)에서도 잘 드러났다. "부먹의 정통성과 찍먹의 합리성 그 모든 것을 존중합니다"(브라이언) 이게 바로 다양성 존중의 태도다.
 
 타미(임수정 분)- 모건(장기용 분) 커플. 서로 다른 점을 맞춰가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타미(임수정 분)- 모건(장기용 분) 커플. 서로 다른 점을 맞춰가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tvN

  
다름에 대한 존중은 공적인 관계뿐 아니라 사적인 관계에서도 잘 드러났다. 타미는 결혼할 의사가 전혀 없고, 모건은 결혼해 안락한 가정을 꿈꾼다. 하지만 둘은 결정적인 신념의 차이, 즉 사랑의 결과물에 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어차피 모든 사랑의 끝은 이별'임을 간파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채 현재에 충실한 사랑을 이어간다.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신념을 동시에 존중해주는 이 커플의 로맨스 역시 드라마를 더욱 매력 있게 하는 요소다.

심지어 모건은 자신을 버린 어머니의 입장까지 헤아린다. 11회 모건은 친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땐 난 내가 원치 않았는데 맘대로 태어나 버렸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어요.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엄마도 원치 않았는데 날 낳았을 수도 있었겠죠. 그 땐 엄마한테 내 존재가 큰 상처였겠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하기 쉬운 지극히 사적인 관계에서조차 다른 관점을 생각해낼 수 있는 모건이 진심으로 멋있어 보인 순간이었다.
 
<검블유>는 이렇게 기존의 사회에서 '정상'으로 간주되었던 것들에 의문을 던진다. 가부장사회에서 당연시 되었던 성역할을 전도시키고, '내탓' 대신 '남탓'을 하라 한다. 사랑의 끝은 행복이 아니라 이별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나의 정의로움이 누군가에겐 정의가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이 가차 없이 뒤집어진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 전혀 불편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았다. 욕망하고 경쟁하는 여자들도, 보살필 줄 아는 남자들도 모두 멋있기만 했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지만 다른 의견 역시 존중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드라마에는 '정의롭다'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정말 '정의롭다'는 건 뭘까? 기존에 '정상'이라고 여겨졌던 가치에 의문을 달아볼 수 있는 것. 쓸데없이 '내 탓' 하지 않고 정당한 방향으로 분노를 표현하도록 허용하는 것. 때로는 내가 '개새끼'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고 나를 '개새끼'라 부르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 나와 다른 가치를 가진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런 게 진정 정의로운 것 아닐까.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인터넷 포털이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듯, <검블유> 자체가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이 드라마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 앞으로 남은 몇 주간의 <검블유>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 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www.brunch.co.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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