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팟캐스트 < 라디오가 없어서 >에 출연한 이경규

JTBC 팟캐스트 < 라디오가 없어서 >에 출연한 이경규ⓒ JTBC

 
한국 예능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예능 대부' 이경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등 30년 가까운 기간에 걸쳐 여러 방송국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전무후무한 경력이 말해주듯 여전히 예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얼마전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 출연해 특유의 입담과 더불어 현재 방송 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브레이크 없는 현란한 입담 

최근 JTBC가 제작하는 <라디오가 없어서>는 <한끼줍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만들었던 방현영 PD와 송민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다.  라디오 방송이 없는 JTBC의 상황을 빗대어 제목으로 활용한 이 프로그램은 방송계 다양한 뒷 이야기를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담아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구석 1열>,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등 자사 제작 프로그램 제작진을 초대해 이런저런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주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던 <라디오가 없어서>는 얼마전 연예계 특급스타(?) 한명의 출연 소식으로 때아닌 관심을 모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경규였다. 방 PD, 송 아나운서 조차 "혹시나 하고 여쭤봤는데 미끼를 덥석 물었다"라는 말을 할 만큼 TV도 아닌 인터넷 방송에 등장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SBS <집사부일체>, KBS <대화의 희열> 섭외도 거절하고 여기 나왔다"

총 2회에 걸쳐 2주간 공개된 <라디오가 없어서> 이경규 출연 분은 아니나 다를까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 마냥 그의 현란한 입담쇼로 웬만한 토크 코미디 이상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각종 TMI(too much information)를 시작으로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고층에 위치한 녹음 스튜디오 계단 때문에 힘들었다면서 제작진에 비난(?)을 퍼붓는가 하면 3년 가까이 방송 제작을 함께 했던 전임 PD의 이름도 살짝 까먹는 등 익히 예측 가능한 상황 속 이야기만으로도 재미를 만들어 냈다.

예능 침체에 대한 그의 의견
 
 JTBC 팟캐스트 < 라디오가 없어서 >에 출연한 이경규, 방현영 PD(사진 왼쪽), 송민교 아나운서

JTBC 팟캐스트 < 라디오가 없어서 >에 출연한 이경규, 방현영 PD(사진 왼쪽), 송민교 아나운서ⓒ JTBC

 
"낯가림이 심해서 힘들었다", "시민들에 미안했다" 

그간 <한끼줍쇼>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을 토로하기도 한 이경규는 팟캐스트라는 다소 낯선 환경에서도 특유의 쉴틈 없는 입담을 뽐냈다.  2회의 방송에서 인상적인 내용 중 하나는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후배 예능인들에 대한 칭찬이었다.

"심성이 바른 친구다"(유재석), "지붕 밑에서 편하게 방송한다", "연기를 잘한다" (신동엽), "지루한 진행 방식 문제 있다", "고사성어 너무 외운 티가 난다"(강호동) 등 특유의 독설과 유머를 섞으면서 후배들을 언급한 그는 "다들 비슷한 또래라서 서로에게 무너지지 않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라면서 그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출연자들이 겹치기 출연을 한다.  이렇다보니 프로그램들이 비슷비슷해졌다. 색깔이 없다."  

최근 방송 예능의 부진에 대해 이경규는 이런 견해를 피력하며 "당분간 스타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냉정한 지적을 내놓았다.  물론 "침체기가 장기화되면 좋다.  내가 오래 해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와 비슷한 유형의) 뛰어난 신인들이 안나왔으면 좋겠다"라며 역시나 본인 중심의 이기적인(?) 방송 진행을 이어가며 진행자와 청취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가 직접 유튜브 제작을 하지 않는 이유
 
 JTBC 팟캐스트 < 라디오가 없어서 >에 출연한 이경규

JTBC 팟캐스트 < 라디오가 없어서 >에 출연한 이경규ⓒ JTBC

 
<라디오가 없어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댄 이경규가 왜 예능 프로그램 혹은 유튜브 제작에는 나서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답한 내용이었다. 많은 기획사에서 TV 예능을 만들고 유명 연예인들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이경규는 여전히 TV라는 영역을 벗어나진 않고 있다.

"감독이나 PD는 어려운 직업이다. 직접 하면 잘 모른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지적에 그는 "총괄지휘라고 하면 있어 보이잖아", "잘 안되면 감독 탓, 잘 되면 내 탓"라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겸손함을 표시했다. 또한 "누군가의 연출보단 개인의 생각으로 하다보면 독단적으로 흐를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넘치다보면 나를 붙잡아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라며 인터넷 개인 방송에 대한 신중함도 드러냈다.

"위기가 기회다. 방송국마다 4-5년 하다보면 1-2년 침체기를 겪는다."

다채널 시대를 맞이한 방송계의 대응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든다. 현재 방송국 예능의 어려움에 대해 희망어린 조언과 더불어 "힘들면 나를 찾아달라"라는 우스갯소리로 각종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되짚어 나간다.  

"자주 만나서 자꾸 이야기를 하다보면 좋은 게 나올 수 있다"

"만나지 않고 그저 탁상공론을 하니까 어렵게 가는 것이다"라며 급조된 예능 기획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한다. "한두달 정도 PD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시작했을때 좋은 프로가 나왔는데 당장 섭외받자마자 한다? 그럴 땐 금방 없어지더라"라는 그의 경험담은 어떤 면에선 요즘 예능의 부진 이유를 에둘러 표현한 것 같았다.

JTBC <한끼줍쇼>, 채널A <도시어부>를 통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경규지만 젊은 감각의 디지털 컨텐츠 출연은 제법 파격에 가까웠다.  "봉준호 감독이 나에게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최민식, 한석규 등 학교 후배들 여기 나올 수 있게 하겠다" 등등 상당 내용이 '기승전 본인자랑'으로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유머에 담아 그가 전한 언중유골식 조언들은 시청자 외에 예능 종사자들도 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었다.  "예능대부"라는 별명은 그냥 시간이 흐르다보니 얻어진 호칭이 결코 아니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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