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클레어 함

 
지난 6월 28일, 체코의 아름다운 온천 휴양도시 칼로비바리에서 전 세계 영화인들과 시네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54번째 영화제가 막을 열었다.

동유럽 최대 규모인 칼로비바리영화제는 중동지역을 포함, 동부 및 중부 유럽 시네마의 쇼케이스 영화제로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다수의 국제영화제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은 공식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으로 나뉜다. 경쟁부문에는 동유럽지역 영화의 첫 선을 보이는 '이스트 오브 더 웨스트'(East of the West)와 다큐멘터리 영화부문이 있고, 비경쟁부문으로는 최신 월드시네마를 소개하는 '허라이즌'(Horizons) 및 '또 다른 관점(Another View)'을 비롯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회고전, 작년과 금년 제작한 체코 영화를 선보이는 체코 필름 섹션 등이 있다.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클레어 함

 
무엇보다도, 특별 프로그램으로 그간 4년간 장애인 인권과 관계있는 다양한 영화들을 소개해온 '우리의 이웃'(People Next Door)이란 섹션은 그 독특한 기획과 운영방식에 주목할 만 하다. 칼로비바리영화제 본부가 위치한 테르말호텔 부근에는 다양한 먹거리와 마실거리를 제공하는 천막들도 있지만, 시리우스 재단이 운영하는 천막도 쉽게 눈에 띄인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이 곳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의 불편함을 직접 체험도 하고, 여러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편하게 소통하는 대화의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티셔츠를 판매하며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한다. 이 천막 앞에는 영화제 '우리의 이웃' 섹션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의 큰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이 영화제가 선정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시리우스 재단의 다나 이사장은 "아주 행복하다"고 답했다. 또한 그녀는 "우리가 4년전 영화제에 처음 협업을 제안했을때 영화제가 무척 반가워했다"며, "해마다 우리가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영화제와의 대화를 통해 그 해의 주제를 같이 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참고로 우리 재단에서 이 섹션의 펀딩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클레어 함

 
재단의 이름 시리우스의 의미에 대해 묻자,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천랑성이 삶의 길을 안내해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취지를 설명하며, 의과대학생들과 장애인들과의 정기적 만남도 주선하는 등 장애인및 아동인권에 힘쓴다고 전했다.  

칼로비바리영화제에서 이 섹션을 담당해 온 아나 프로그래머는 "영화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세계를 이어주는 완벽한 매체"라며, "'우리의 이웃' 섹션은 영화제의 중요한 일부"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인들이 장애인과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는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는 다채로운 영화는 정말 많다"며 "앞으로도 시리우스 재단과의 협업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클레어 함

 
올해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배우 줄리언 무어의 <원더스트럭(Wonderstruck)>도 이 부분에 초청되었다. 아울러, 실화를 바탕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중학교 교사의 이야기를 그린 폴란드 영화 <까르드 블랑쉬(Carte Blanche)>와 만화가 존 캘라한의 일대기를 그린 미국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돈 워리(Don't Worry, He Won't Get Far on Foot)>도 소개되었다. 

특히, 19세기 프랑스의 한 수녀원에서 일어났던 감동적인 실화, <마리의 이야기> (Marie's Story/Marie Heurtin)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건강이 이미 쇠약한 한 카톨릭 수녀가 시각-청각장애를 지니며 기본적 소통능력도 전무한 한 어린 여아에게 수화를 가르치기위해 겪는 고된 여정은 이사벨라와 아리아나, 두 여배우의 열연으로 돋보인다. 영화 상영 후 한참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눈가가 촉촉했던 체코의 한 젊은 여성 관객은 "수녀의 뜨거운 인간애와 인내, 마리의 변화 등을 보니 감정조절이 어려웠다"며, "아마 여태까지 본 영화중에 가장 감동적인 영화인 것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칼로비바리영화제는 외국인 관객을 배려하기위한 목적으로 감독과의 대화가 있는 모든 영화 상영에는 영어 통역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다.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체코 칼로비바리영화제 현장의 모습.ⓒ 클레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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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함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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