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집창촌을 철거한다고 했을 때 매우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 PD수첩 >에서 다룬 내용은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흔히들 집창촌의 '포주'라고 하면 나쁘고 무서운 사람으로 인식된다. 종사자들을 강제로 가둬두거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업소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포악한 행위를 하는 곳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로 집창촌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포주들로부터 상납을 받으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흔히 '밤의 황제'라고 불리는 조직폭력배 두목들이었다. 2일자 < PD수첩 > 중 '자갈마당'이라고 불리는 대구의 집창촌에서 종사했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곳은 달성동파 두목 정씨의 관리 하에 있었다고 한다. 업주들은 강제로 손님들의 카드에서 대신 현금을 인출해주는 일명 '카드맨'을 사용하며 사용료를 비싸게 내야 했고 정씨의 가족으로부터 강제로 '산통'(목돈 수령 후 원금과 고리의 이자를 갚는 계 형태의 대출)을 들어야 하기도 했다.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MBC

 
정씨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이 가해졌고 영업을 할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생겼기 때문에 업주들은 이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는 공권력이 아니라 정씨의 말이 곧 법이었다고 한다. 서울의 청량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량리 588' 집창촌에는 신 청량리파 두목인 김씨가 있었고 그는 폭력도 자주 일삼는 사람이었다. 
 
철거는 됐지만... 또다시 날뛰는 조직폭력배
 
이제 전국적으로 철거되고 있는 집창촌들.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던 곳은 없어지게 된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방송을 보며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집창촌이 있던 자리를 조직폭력배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 PD수첩 > 중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대구 '자갈마당'이 있던 자리에는 정씨가 불러들인 업체가 재개발을 맡았다고 한다.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MBC

 
정씨의 조카의 말 또한 이를 뒷받침했다. 두 번의 실패를 하고 난 뒤에 정씨가 친구인 서씨에게 부탁을 했고 서씨가 사내이사로 있는 업체가 재개발을 맡았다는 것이었다. 제작진이 법인등기를 확인해 본 결과 정씨의 가족이 이사 등으로 있는 용역업체가 계약을 하는 등 의심되는 정황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재개발을 맡은 업체 역시 정씨가 재개발에 일부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 청량리에서는 세 명의 남자가 옥상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집창촌을 관리하는 조직폭력배들에게 수년 이상 폭행을 당했다는 이들은 재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는 조직폭력배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故) 최창욱씨는 두목 김씨를 고소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무죄. 이들은 억울해 옥상에 올라가게 됐다고 한다.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MBC

 
김씨는 폭력으로 집창촌을 다스려 온 것도 모자라 철거가 되자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 PD수첩 >에 따르면, 그는 돈으로 면허를 사 시행사를 차리고 시공사의 보증을 받아 은행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어 김씨는 또다시 폭력과 협박을 통해 재개발에 불을 붙였다. 조직폭력배 두목 앞에서 세입자들은 조금의 권리도 가지지 못한 채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경악스러웠다. 보상비는 전혀 지급되지 않은 채로 김씨가 이익을 챙긴 정황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시공사는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문제가 있음을 알고서도 사업을 진행했다. 도대체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할 공권력은 어디로 가고,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경찰은 도대체 어디에
 
 < PD수첩 > 방송 장면. 경찰과 조직폭력배 두목 김씨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PD수첩 > 방송 장면. 경찰과 조직폭력배 두목 김씨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MBC

 
제작진은 물었다. 폭력을 당하고 있을 때 어째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것인지. 이 질문에 업계 종사자는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경찰에 대한 믿음보다 '밤의 황제'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커 보였다.
 
방송 내용을 보면 그럴 만했다. '자갈마당' 종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남편이 경찰이라고 자랑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여성이 업주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전직 경찰관인 남편은 이를 부정했지만 종사자들의 증언은 그녀가 남편으로부터 단속정보를 얻어 이를 통해 업주들을 휘어잡았음을 의심케 했다.
 
전직 대구 달성동파 간부는 관내 형사들에게 돈을 줬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야근에는 야식을 제공했고 명절, 휴가철, 김장철, 연말 등 수시로 돈 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여름에는 함께 휴가를 가 접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MBC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2019년 7월 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집창촌 황제들, 그들이 사는 법' 중 한 장면ⓒ MBC

 
경찰 측, 혹은 해당 증언에 언급된 이들은 제기된 의혹을 부정했다. 몇몇 사람들의 말만으로는 사실로 전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경찰 측의 말처럼 정말로 그런 사실은 없었고 불법에 종사하던 이들의 거짓 증언일 뿐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집창촌을 지배하던 조직폭력배 두목이 자택 압수수색 1시간 전에 도주하게 된 것도 우연이었을 뿐일까.
 
취재를 진행하던 도중 고(故) 최창욱씨는 폭발사고를 당해 3도 화상을 입고 결국 목숨을 잃게 됐다고 한다. 조직폭력배에게 십수 년을 폭행당했던 사실들을 종이에 적어두었던 그는 이를 경찰이 아닌 지인에게 전달했다. 어쩌면 그로서는 경찰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옥상에 올라가 힘들게 싸우고 있던 것은 아닐까.
 
집창촌에 종사하던 이들이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불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강제로 막대한 돈을 상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오랜 기간 있었던 장소에서 강제로 쫓겨나도 괜찮은 것도 아니다.
 
부디, 고(故) 최창욱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집창촌의 '밤의 황제'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또한, 만약 이를 묵인하고 함께했던 공권력이 있다면 이들에게도 정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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