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네즈와 하비베의 대화 장면납치 당한 이삭을 찾고자 이동 중인 자동차에서 이삭 아내 파네즈와 가정부 하비베가 대화하는 장면
(주) 케이알씨지
극 중 자동차로 이동 중에 파네즈와 하비베가 이란 혁명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특히 인상적이다. 하비베는 자신의 아들(모르테자)도 "혁명수비대에 들어가 활동한다"며 "혁명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삭 부부를 나쁘게 여기진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피력한다. 모르테자는 이삭네가 지금껏 그들을 억압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비베는 아들 말이 일부 맞는 것 같으면서도, 수긍하기 어려운 점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그는 자신이 이삭 집에서 긴 세월 일했으나 파네즈와 단 한 번도 식탁을 같이 사용한 적 없음을 서운하게 여긴다. 이삭 부부가 친절하게 대해주긴 하였으나 자신을 그저 하인으로 생각할 뿐 친구처럼 대해 주진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 이삭 부부는 길거리에서 꽃을 팔던 모자를 거둬 자신의 집에서 일하게 해줬다. 그들은 이삭의 집에서 일하는 동안 생활이 크게 향상됐다. 그런데 혁명이 발발하자 하비베 모자는 지난날 처지를 까맣게 잊고 이삭 부부에 대한 적대감과 서운함을 말한다. 이는 해방 직후 북한의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은 소련을 등에 업고 유산자들의 재산과 토지를 몰수하는 등 공산화 과정을 거쳤다. 오랫동안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던 사람들이 새 세상을 만나 그 주인을 멸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평소 머슴들을 잘 보살핀 사람들이야 별 탈이 없었겠지만, 학대하던 자들은 제 머슴들 손에 처단되는 일도 적지 않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래서 대개 혁명은 비정하고 잔혹한 법이라고 하는 걸까. 이 영화는 부유층에 대한 빈자들의 모든 적개심이 과연 반드시 정당하고 옳기만 한 건지 묻게 한다.
평화와 멀어 보이는 이란 사회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