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2 <악플의 밤>

JTBC2 <악플의 밤>ⓒ JTBC2

  
최근 JTBC2에서 새롭게 선보인 토크쇼 <악플의 밤>이 높은 화제성을 보이며 좋은 성적으로 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올바른 댓글 매너 및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을 취지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회에서는 설리의 '노브라' 논란을 전면에 내세워 이에 대한 설리의 당당한 해명을 내보냈다. 그간 인터넷상에서 일방적 비난의 대상이었던 당사자의 속시원한 입장을 알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단순 악플에서 여성의 브래지어 착용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2회에서는 <미스 트롯>의 3인이 게스트로 나와서 자신들을 향한 악플을 읽고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악플의 수위가 만만치가 않다.
  
왜 악플 피해 당사자가 해명을 해야 하는 걸까
 
 송가인이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고 있다.

송가인이 자신에 대한 악플을 읽고 있다.ⓒ JTBC2

 
"전형적인 돼지상. 뜨거운 김 날 때 바로 눌러버린 찐빵처럼 생김
얘가 제일 재수없어. 하는 일마다 재수 없길 기도할거야.
얼굴을 다 갈아엎었네. 성괴."

 
이와 같은 악플들은 <악플의 밤>이라는 제목의 진정성은 보여줬을지 몰라도 그 진정성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출연자와 그를 좋아하는 팬들, 이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까지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민망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악플'이라는 말의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방송에서 넘지 말아야 선까지 너무 많이 넘어버렸다.
 
'노래를 기계같이 부른다'거나 '삑사리가 많다'는 정도도 당사자에겐 상처일 텐데 이 수준을 넘어서는 내용도 나왔다. 인신공격과 외모비하, 악담, 비속어까지 방송에서 다루고 이를 당사자가 직접 낭송하게 한다는 것이 놀랍다. 도대체 이런 수준 이하의 악플에 대해 왜 악플 피해 당사자가 해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으면서 주춤하는 모습, 목소리의 떨림, 늘 보던 악플이지만 직접 읽으니 충격이 있다는 고백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내가 당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우월감과 희열을 느껴야 하는 것인가.
 
 홍자가 자신에 대한 악플에 인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자가 자신에 대한 악플에 인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JTBC2


애초 프로그램의 취지가 올바른 댓글 매너 및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악플들을 읽고 이에 대응하는 모습을 통해 오히려 악플을 권장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취지에 맞게 한다면 자신에게 '얼굴이 돼지상이라는 악플, 재수없다며 하는 일마다 재수 없길 기도한다'는 악플에 "인정"이라고 말하는 출연자를 대인배라고 추켜세울 것이 아니라, 이런 악플은 잘못됐다고 따끔하게 지적하고 넘어가거나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올바른 댓글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 수준의 악플들을 전시해 이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악플을 널리 알리고, 악플러들의 사기만 올려주고 있을 뿐이다. <락플의 신세계>란 코너를 만들어 팬들의 응원 댓글을 읽기도 하지만 출연자의 상처받은 마음에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심한 수위의 악플을 당사자가 직접 읽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인터넷 악플로 인해 자살한 연예인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연예인들의 악플로 인한 상처, 우울증 고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사안이다. 물론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감수하고 있으며 인터넷 댓글과 이를 방송에서 당사자가 직접 읽고 웃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대상이 누가 되었든 인신공격, 외모비하, 비속어는 정당화 될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것을 소재 삼아 웃음으로 희화화하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쓸데없는 연예인 걱정이 아니라 인권 문제이다.
 
자극적인 악플들을 낭송하고 해명하는 데에 시간을 쓰느라 정작 진짜 논란이 되는 문제에 대한 해명은 너무도 가볍게 넘어가는 것도 문제다. 홍자에 대한 음이탈 논란, 박성연에 대한 노래 실력 논란 등은 언급만 하고 지나가는 정도였으며, 특히 최근에 가장 문제가 됐었던 홍자의 '전라도 발언' 논란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악플의 진정성은 넘치는데, 출연자의 해명을 진정성 있게 하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든 <악플의 밤>이다.
 
물론 TV 방송은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잘 알고 있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없으면 방송의 의미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든 방송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공영성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보고 그 영향력이 대단한 만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올바른 댓글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악플을 가볍게 다루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를 더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이번 2회에 출연한 미스 트롯 3인은 오랜 무명을 거쳐 이제 겨우 빛을 보고 새롭게 시작한 가수들이다. 이들에게 <악플의 밤>은 너무도 가혹하기만 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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