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 김혜수.

이보다 더 그를 잘 표현할 단어는 없어 보인다. 영화배우 김혜수의 33년 연기 인생을 응축한 특별전 이름이 바로 <매혹, 김혜수>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이처럼 김혜수 특별전을 기획하여, 오는 7월 7일까지 이어지는 영화제 기간동안 선보인다. 이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이 영화제 이튿날인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렸다. 아래는 기자회견에서 오간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배우로서 미흡함 많이 느꼈다"
 
 배우 김혜수가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매혹, 김혜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자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19.6.28

배우 김혜수가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매혹, 김혜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자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19.6.28 ⓒ 연합뉴스

 
- 이번 특별전을 갖는 소회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여유 있게 뒤를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번 특별전은 저의 지난 궤적들을 천천히 되짚어보고 복기하게 해주는 것 같다. 제가 어린 나이에, 문화적 소양도 없고 철도 없이 배우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배우라는 자각을 가진 건 20대가 넘어서인 것 같다. 어찌보면 매번 반복적으로 느끼는 저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 미흡함을 확인해야하는 괴로운 과정을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고,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단 욕망이 저를 배우로서 여기까지 이끌었던 같기도 하다."

- 33년 동안 연기해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함이란 건 단순히 '기쁨'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왜냐하면 단순히 원색적인 기쁨은 없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저 역시 무언가를 느껴가면서 이 자리까지 왔고, 거기서 느끼는 그런 행복감이 없이 이 일을 하게 된다면, 사실 이 일을 해내기에 저는 너무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 남성이 소화하던 캐릭터를 요 몇 년 동안 많이 소화한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최근 10년 안쪽으로 작품을 돌아보면, 그런 남성적인 캐릭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건 사회적인 요청, 영화 내부적 흐름과도 연결돼 있는 것 같다. 영화로 보여지는 캐릭터의 다양성, 혹은 캐릭터의 점유율 같은 걸 놓고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 많이 오간다. 오래전부터 그 고민들을 꾸준히 모두 해왔기고 이미 조금씩 그런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그런 시도들이 좀 더 가치 있게 도전의식을 일으키면서, 당연하게 이룰 수 있는 그런 환경을 꿈꾸고 있다. 배우로서, 영화인으로서도 그런 다양성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는 배역이라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고 싶다."

- 이번 특별전 제목으로 '매혹'이란 단어가 이름 앞에 붙었는데, 소감이 어떤지.
"매혹이란 말 자체가 정말 매혹적이잖나. 특히 영화를 하는 제 입장에선 영화라는 매체, 배우라는 제 직업이 매혹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 같다. '매혹, 김혜수'란 이름으로 이번 특별전을 제안해주셨을 때 너무 기쁘고 좋았다. 제가 가장 들어보고 싶었던 수식어여서다."

- 이번 상영작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했나.
"특별전 제안을 받고 부담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지나온 제 작품들을 다시 여러분들께 소개해야하는 것이었다. 정말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이 어떤 것이 있느냐가 가장 부담이었다. 하지만 선정하면서 제가 느낀 건, 특별전이란 게 영화적으로 잘 된 작품을 복기하는 그런 것이라기 보단, 다소 미흡했고 다시 꺼내보기에 부끄러울 수 있는 작품마저도 정직한 저였고, 그 시간의 총체가 지금의 저이기에 그런 것도 다양하게 보여드리는 기회이길 바랐다. 배우로서 부끄럽고 아쉬움이 늘 많았던 제게, 좀 더 정직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가지는 시간이었다."
 
 배우 김혜수가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매혹, 김혜수'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6.28

배우 김혜수가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상동 고려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매혹, 김혜수'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6.28 ⓒ 연합뉴스

 
- 김혜수를 떠올리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신체와 정신건강의 관리법이 궁금하다. 
"사실 낙천적으로 타고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낙천적이고 느슨한 기질이 배우 일을 하는데 굉장한 약점이라고 느낀 적이 많다. 작품 안의 것들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데 있어서 내가 무디고 둔할까봐, 그래서 내가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놓치는 게 있을까봐 항상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일을 짧지 않은 시간 해오면서, 제 천성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배우로서 꼭 필요한 예민함이란 게 조금씩 쌓여가더라.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 건, 저는 살면서 인간으로도 배우로도 나이와 상관 없이 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붙잡고 있다. 김혜자 선생님을 비롯해서 훌륭하신 대 선배님들을 가까이서 뵐 때 느낄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통찰과 직관과 깊이와 동시에 이해불가할 정도의 순도였다. 제 안에 내재된 열망 중에 그런 순수함을 대 선배님들이 그랬듯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 본인의 연기인생 33년, 그리고 한국영화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본다면?
"어릴 때는 이런 욕망이 있었다. 나에게 왜 이런 배역은 제안이 오지 않는 건가, 아직 나는 고작 이런 모습에 머물 뿐인가. 그런데 지금은 그것들을 욕망하기 전에 그것들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영화 100년을 보면 우리 영화가 정말 비약적으로, 다양하게 변화를 해왔다. 최근에는 대형 상영관을 통해서 상업적으로 거대한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그 반대급부에 있는 작은 영화, 독립영화, 소수의 취향을 대변하는 영화들이 묻히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환경에 관해 저를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과 여기 계신 언론인 여러분께서 함께 고민을 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앞으로 만나고 싶은 한국영화의 미래는 어떤 미래인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잖나. 우리가 가보지 않은 우주를 경험하게 해주는 영화도 있고, 상상을 눈 앞에 펼쳐내는 영화도 있다. 하지만 <매드맥스>처럼, 미래의 인물들을 제시하지만 기술발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영화 고유의 기법에 더 집중하는 영화도 있다. 저는 그 점을 인상 깊게 봤고, 한국에서도 그런 영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나 싶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년 지날 때마다 세계인의 영화제로 발전하며 거듭나고 있는 부천국제영화제를 저 역시 애정 있게 바라보고 있다. 이번에 특별전을 초대받게 돼 너무 영광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함께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운영위원 여러분들이 1년 동안 정말 굉장히 많은 준비들을 성실하게 하셨다는 게 느껴져서 그 열정에 감탄했다. 여러분도 BIFAN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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