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사 수박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간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시골에서 사는 1년간의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 어떠한 자극적인 소재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저 사계절을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혜원의 모습을 담을 뿐이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도시에서 느끼기 힘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 결과 <리틀 포레스트>의 뒤에는 항상 '힐링'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것은 단지 편안함이나 예쁜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영화를 사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주인공 혜원이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사 수박

 
혜원은 나와 많이 닮았다. 물론 외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 촌구석에서 20년을 자라온 나였기에 영화 속 혜원과는 처지가 비슷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시골이 싫었고 항상 도시로 떠나는 꿈을 가지고 자랐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의 도시에서의 삶도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 없었다. 이리저리 치이다 지쳐버린 모습도, 휴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도. 영화 속 이 모든 과정은 내가 살아온 삶과 소름 돋게 들어맞았다.

하지만 달랐다. 마지막 선택에서 혜원과 나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잠깐의 휴식기를 가진 나는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하지만 혜원은 그러지 않았다. 과감히 시골을 택한 그녀의 결단이 너무 대단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시골 사람이 시골에서 평생을 사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지만, 도시에 나왔다가 시골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사 수박

 
어린 시절 내가 자라온 곳은 흔히 '깡촌'이라고 불리는 작은 시골 마을이였다. 그 흔한 편의점이나 PC방이 하나도 없었던 걸 보면 아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시골은 내가 커 갈수록 더 답답하게 느껴졌고 이 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게 20살 성인이 되자마자 나는 미련없이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했다. 그 곳은 이제껏 내가 누리지 못했던 편리함과 자유가 가득한 신세계였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 개봉일에 최신영화를 보러가는 것, 버스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일들이 나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5년이 지나갔고 나는 도시의 문화와 편의에 중독돼버렸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 컷ⓒ 영화사 수박

 
지금 당장 시골에 가서 살 수 있어? 만약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다. 이미 도시에 적응해버린 나에게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돌아가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답답함에 견디지 못할 것이다. 시골에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은 혜원이 직장과 돈 등 도시의 물질적인 부분만을 포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시골을 선택하며 편안함과 여유 이 두 가지를 제외한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본다. 오늘도 나는 여전히 도심 속에서 영화를 돌려보며 혜원의 용기에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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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조혜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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