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지상학 현 회장과 정진우 감독

영화인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지상학 현 회장과 정진우 감독ⓒ 영화인총연합회


구세대의 노욕일까, 개혁을 위한 발판일까?
 
보수원로영화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의 회장 선거를 앞두고 충무로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오는 11일 선거를 통해 결정되는 회장 후보에는 현 지상학 회장이 연임을 하겠다며 나선 가운데, 1980년대 회장을 지낸 정진우 감독이 지난 4일 후보마감시한 직전에 후보로 등록했다.
 
이 때문에 충무로에서는 다양한 주장들이 오가고 있다. 두 후보 모두 70대와 80대의 한국영화 대표 원로이다 보니 일부에서는 노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또 한 편에서는 개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2016년 한국영화감독협회장을 마지막으로 모든 직책에서 2선으로 물러난 정 감독이 돌연 영화인총연합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단독후보로 추대 가능성이 높았던 회장 선거가 복잡하게 됐다는 게 충무로 영화인들의 평가다.

후배들에게 맡겨야 할 일이지 원로들이 나설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으나, 2선으로 후퇴한 원로가 다시 전면에 나서게 된 데는 영화인총연합회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회계처리 문제

충무로 영화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선거가 원로영화인들의 다툼이 된 데는 "회계 처리가 말끔하지 못하다"는 부분에 초점이 모아진다.

양쪽의 사정을 잘 아는 충무로 영화관계자 A씨는 "정 감독은 끝까지 안 나가겠다고 하고 주변 만류도 많았는데, 감독협회가 현 영화인총연합회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보니 읍소하다시피 설득했고, (정 감독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협회 등이 정 감독을 떠민 데는 현 영화인총연합회 집행부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인총연합회는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운영비와 사업비 결산에 대한 내부 감사에서 감사위원들이 정작 자신들이 한 감사결과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인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감사가 감사 결과에 책임을 못 진다고 하니 다들 당혹스러워했다"며 "이 때문에 총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이 때문에 외부 회계사에 감사를 의뢰했고, 감사 결과가 이사회에서 통과된 후 총회를 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월에 예정됐던 총회가 6월로 미뤄진 이유다.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한 산하단체들 간의 의견대립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한 감사 결과 역시 말끔하게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6년~ 2018년까지 3년 간의 재무부분에서 각종 행사비용으로 돈은 썼는데, 어디에 어떤 식으로 썼는지 증빙서류조차 없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내부감사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다 보니 외부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는데, 그것마저도 외부 회계사가 정리해 줄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입출금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는데다 대외 채무도 늘었고, 외부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역시 증빙서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듯 감사보고서가 아닌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며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인데, 어느 쪽이 당선되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돈 문제가 불거진 셈이다. 투명하지 못한 회계 처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회장 선거의 이슈로 부상한 모양새다. 
 
 영화인총연합회의는 대종상영화제,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영화의 날 행사 등을 주관하고 있다.

영화인총연합회의는 대종상영화제,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영화의 날 행사 등을 주관하고 있다.ⓒ 영화인총연합회

 
경상운영비 확보 어려우면 해산 고민해야
 
이에 대해 지상학 회장은 "11일 총회 때 충분히 다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무분별한 의혹 제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외부 감사에 대해 "내부에 회계 전문가들이 없다보니 외부에 감사를 의뢰한 것이고, 회계처리 미숙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면서, "이전 집행부 때 세금 등을 제대로 못 낸 것이 7~8년 누적돼 가산세가 붙다보니 총연합회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외부 자금을 차입하게 됐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 때문에 다시 나선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영화인총연합회 한 내부 관계자 역시 "감사에 문제가 생겼으면 총회가 어떻게 열릴 수 있겠냐"라며 "오해가 있을 뿐이고, 주변에서 아무리 말을 만들어내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 회계사의 검토의견서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는 각종 서류의 미비, 입출금 전표 및 통장 거래 누락 등과 함께, 지난해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사업의 경우 경상비 및 사업비가 다른 목적으로 지출됐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계처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검토의견서에는 또한 "8억 3천만 원의 대외채무에 대해서도 임원진이 자금조달에 신경 쓰지 않고 채권자들에게 적극적인 대응을 못한다(채무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지적 - 편집자 말)"는 지적도 언급돼 있다고 한다. 외부 회계사는 '경상운영비 예산편성에 문제가 있다'며 '재원 확보가 어려울 경우는 해산 절차도 논의해 보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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