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춘천에 가서 일을 한번 하긴 해야 돼. 같이 가서 해주면 좋고, 안 해줘도 할 수 없는데 엄마가 혼자 가서 하긴 힘들거든." 

미호-경택 가족이 춘천에 있는 주말농장으로 집합했다. 이번에는 시어머니의 언니들도 함께 모였다. 아무래도 며느리 미호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가뜩이나 농사일에 관심도 없는 터라 썩 반갑지 않았다. 쉬는 날 굳이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살짝 불만이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한국의 며느리'가 된 미호에게 선택권은 없다. 어서 빨리, 그리고 무탈하게 오늘 하루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놀러 간다고 생각하라'는 남편 경택의 말은 시어머니의 레퍼토리와 판박이다. 전혀 위안이 되지 않지만, 미호는 애써 마음을 다잡고 춘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현장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다. 시어머니와 그의 언니 2명까지, 마치 시어머니 세 명과 함께 있는 것 같은 중압감이 느껴졌다. 농사일이 서툴기만 한 미호는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시어머니들'의 호된 압박에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했다. 

"오늘은 며느리 감독하라고 했잖아."
"우리 며느리는 이거 봐봐. 이거(작업 방석) 깔고 해."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그런 며느리가 안쓰러워 보였던 걸까? 시아버지는 평소와 달리 미호를 챙겼다. 유난스러울 정도다. 다른 가족들에게 며느리에게 일을 많이 시키지 말라고 역성을 들었다. 또, 아내도 힘들게 쭈그려 앉아 일하고 있는데, 굳이 며느리에게만 작업 방석을 건넸다. 다 같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편애'가 야기할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내를 보살피지 않고 오직 며느리만 챙기는 제부(弟夫)의 태도에 시어머니의 언니들은 울화가 치밀었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서 였을까?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미호는 시아버지의 과도한 편애가 불편하기만 하다. 물론 시아버지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바쁜 와중에 함께 와준 며느리가 고맙기도 하고, 농사일이 서툰 며느리에게 처음부터 힘든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노골적인 며느리 챙기기는 역효과를 불러올 뿐이었다. 그건 곧 갈등의 시발점이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다른 사람은 다 나 쉬라는데, 경택이 아빠만 나보고 일하래. 어떻게 생각해?"
"당신은 일벌레잖아."


눈치 없는 시아버지는 아예 쐐기를 박고야 말았다. 이미 기분이 상해 있던 시어머니는 남편의 말실수(인지 본심인지 알 수 없는 망언)에 더욱 화가 났다.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호는 더욱 난감해졌다. 더 심각한 건 시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미호는 낚시를 하자는 시아버지를 따라나서 시어머니의 화를 풀어주라고 코치했고, 그제야 상황파악을 한 시아버지는 늦은 애교를 부렸다. 

(비록 연출의 티가 너무 났지만) 지난 9일 방송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들려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명확했다. 바로 '시아버지의 역할'이었다. 시아버지는 '시아버지'이기 이전에 '남편'이다. 그가 먼저 챙겨야 할 대상은 며느리가 아니라 당연히 자신의 아내이다. 위의 사례처럼 시아버지가 시어머니의 노고를 어루만지지 않고, 며느리를 감싸고 돌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더 힘들어지는 건 오히려 며느리다. 

"역효과인 줄 몰라."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 MBC

 
이 구도를 단순히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로 바라보는 건 일차원적인 시각이다. 이 갈등의 원인은 질투나 시기가 아니다. 바로 '가사 노동의 고됨'이 출발점이다. 대부분의 가부장적 가정의 집안일은 여성에게 편중돼 있는데, 시어머니는 자신에게 쏠려 있는 하중을 며느리에게 건네려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이때,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편을 들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 쉬운 설명이 와닿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이 직장 내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해 보면 된다. 가뜩이나 업무가 많아 야근을 밥먹듯 하는 상황에서 상사가 자신의 노고를 무시한 채 후배의 편만 들고 나선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상사가 미운 건 당연하고, 애꿎은 후배도 곱게 보일 리 없다. 생판 남인 회사에서 벌어지는 동료 간의 일도 그러한데, '가족' 간의 서운함은 오죽 클까. 게다가 그 원흉이 남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면서 남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은 '가부장제'에 있다. 가사 노동의 (극심한) 불균형과 아내를 챙기지 않(고 며느리 편을 드)는 시아버지의 무책임함은 고부 갈등의 진정한 원인이다. '아내를 사랑하라.' 그것이 (남편된 자의) 결혼 생활 제1원칙이 아닐까. 그 계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복한 시어머니는 결코 며느리를 힘들게 하지 않는 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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