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바보들> 포스터

<노무현과 바보들> 포스터 ⓒ 오키넷

 
2013년 <변호인>, 2016년 <무현, 두 도시 이야기>, 2017년 <노무현입니다> 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로 나온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올 때마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극 영화 <변호인>은 천만 영화가 됐고,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최순실 논란이 촉발되던 때 당시 무능한 대통령과 비교되며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노무현입니다>는 그 정점이었다. 빼어나게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에 관객은 몰렸다. 185만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역대 다큐멘터리 흥행 3위에 올라섰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보수 정권이 몰락하고 촛불로 세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그의 비극적인 죽음 때문에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부채감과 깊은 슬픔을 안기는 이름이다.
 
18일 개봉한 <노무현과 바보들>도 마찬가지다. 노무현에 대한 4번째 영화는 켜켜이 쌓여 있던 그 빚진 마음을 가득 담고 있다. 생각할수록 눈물 나고 목이 메는 사람들은 바보와 같았던 한 사람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는다. 그리움에 더해 가슴 한쪽에 남아 있는 미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노무현에 대한 여러 편의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또다시 노무현을 말하는 영화가 다소 식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무현과 바보들>은 기존의 노무현 영화들과 비슷하게 보이면서도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제목 그대로 바보 노무현을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팬클럽의 바보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앞뒤로 배치했지만 영화의 중심은 노무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정치에 큰 관심 없고 그저 세상살이에 여념 없던 사람들이었다. 어느 날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사람을 알게 되고 그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다. 그리고 자기의 돈과 시간을 쏟아 부으며 그 정치인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정치인 팬클럽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일명 노사모)'. 그 안에는 고등학생도 있었고, 취업지망생도 있었으며, 부부와 직장인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노무현과 바보들>은 그들이 어떻게 모이게 됐고, 왜 노무현을 지지했으며 어떤 어려움을 극복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사람들이었고, 프로들을 물리친 아마추어들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패기와 열정은 노회한 정치인들의 돈과 조직을 넘어섰고, 그것은 승리가 되면서 희열감을 갖게 만들었다.
 
회한의 지점
 
 <노무현과 바보들> 한 장면

<노무현과 바보들> 한 장면 ⓒ 오키넷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목적이 달성된 순간 비주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순간까지 자기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던 그들은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조용히 자기 자리로 복귀한다. 개인적인 욕심을 갖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노무현을 지지했던 바보들이 회한을 갖는 것도 이 지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보수 언론은 끊임없이 왜곡 보도를 통해 그를 흔들었고, 기득권 세력은 고졸 출신 대통령을 비하하고 비웃었다. 임기 초반 검사와의 대화는 대통령을 멸시하는 검사들의 오만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재임 시절 여러 방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기득권 세력들은 이마저도 깎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객관적인 수치마저도 그를 외면하기 일쑤였다. 임기 말년의 대통령 노무현은 외로움과 쓸쓸함만이 가득했다.
 
퇴임 후 보수 정권의 정치적 탄압도 같은 맥락이었다. 국민들이 찾는 전직 대통령을 모욕주려 했고, 기득권 동맹은 그를 밟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됐다. 그 기세 앞에 노무현을 사랑했던 사람들마저도 침묵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이 떠나던 순간 그 방관자적 자세는 회한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의 기억을 쏟아 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굵은 눈물을 흘린다. 지켜내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가득하기 때문이었다.
 
<노무현과 바보들>은 그 시간을 하나하나 일깨워준다. 지켜내지 못한 결과 어떤 고통이 뒤따랐는지를 증언한다. 여기서 그 증언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옛 기억을 정리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요즘의 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노무현 때 참여정부를 깎아내리기 위해 왜곡 보도는 일삼던 언론과 보수 정당의 행태는 보수 정권이 몰락한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옛 일에 대한 증언은 그저 먼 일에 대한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면서 수구세력의 반복되는 행태에 대해 똑바로 대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노무현이 홀로 지고 간 고통은 지켜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지난 3년 간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 배우 명계남, 문성근 등 노사모 회원 86명을 인터뷰 해 만들어낸 다큐멘터리는 돈도 줄도 배경도 없이 정치했던 노무현에 대한 향수를 짙게 불러일으킨다. 촛불로 만들어낸 정권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오욕의 과거가 되풀이 될 수도 있음을, 노무현에 대한 빚진 마음을 통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군사독재의 후예들이 민주정부를 향해 좌파독재라 부르는 현실에서 노무현의 강조했던 한마디는 중요하게 들린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됨 힘입니다."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노무현을 이야기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노무현과 바보들>의 한 장면. 노무현을 이야기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 오키넷

노무현과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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