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3차전 울산 현대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울산 김보경과 몸싸움을 벌이던 가와사키 마지뉴가 밀려 넘어지고 있다. 2019.4.10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3차전 울산 현대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울산 김보경과 몸싸움을 벌이던 가와사키 마지뉴가 밀려 넘어지고 있다. 2019.4.10ⓒ 연합뉴스

 
1골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공격력이 초라하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겠지만 울산은 딱 1골로 얻은 승점이 무려 9점(챔피언스리그 2승, K리그 원 1승)이나 된다.

이번 시즌 울산이 만들고 있는 더 기막힌 기록은 지난 2월 19일 페락 FA(말레이시아)와 치른 챔피언스리그 플레이 오프 5-1 승리를 제외하고 이긴 6게임이 모두 1골 차 승리라는 사실이다. 이번에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가 당했고 지난 달에는 상하이 상강(중국)이 울산의 철퇴를 얻어맞고 돌아갔다. K리그 1에서 울산의 철퇴에 쓰러진 팀 목록은 'FC 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 블루윙즈, 상주 상무'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실속을 차리고 있는 팀은 어디에도 없을 듯하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우리 시각으로 10일 오후 8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9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H조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홈 게임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교체 선수 김수안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짜릿한 승리 기쁨을 누렸다. 

김도훈 감독의 '신의 한 수'

일본 J리그 챔피언(2017, 2018년 연속 우승)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현재 K리그 1 선두(4승 2무 8득점 4실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가 만났기 때문에 클럽 축구 한일전의 끝판왕을 가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게임 내용은 박진감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어떤 관중은 함께 온 친구의 어깨를 베개삼아 잠을 청할 정도였다. 0만 적혀 있는 점수판 그대로 게임이 끝나는 듯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홈팬들 앞에서 이대로 만졸할 수는 없었기에 김도훈 감독은 마지막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지난 6일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시원한 결승골을 터뜨린 공격수 주민규를 들여보낼 것인가? 아니면 192cm 큰 키를 자랑하는 김수안을 들여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결국 김도훈 감독의 마지막 선택은 키다리 김수안을 들여보내 결정적 한 방의 철퇴를 휘두르는 것이었다. 84분에 수비형 미드필더 신진호를 대신하여 김수안이 그라운드로 달려 들어갔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게임 속 박진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양 팀 모두 시동이 너무 늦게 걸린 셈이었다. 먼저 결승골 기회를 잡은 팀은 가와사키 프론탈레였다. 86분, 하세가와 타츠야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울산 현대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궤적이었다. 

하지만 울산 골키퍼 오승훈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그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누가 봐도 골이 들어갔다고 생각했을 타이밍과 궤적이었지만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가 더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2분이 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결승골이 반대쪽에서 터졌다. 그 주인공이 바로 6분 전에 마지막 교체 카드로 들어간 김수안이었다. 김도훈 감독의 '신의 한 수'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페락 선수들이 빌어준 행운?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3차전 울산 현대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울산 주니오의 슛을 가와사키 골키퍼 정성룡이 막아내고 있다. 2019.4.10

10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9 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예선 3차전 울산 현대와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울산 주니오의 슛을 가와사키 골키퍼 정성룡이 막아내고 있다. 2019.4.10ⓒ 연합뉴스

 
후반전 추가 시간 15초에 그라운드를 쳐다보고 있는 모두가 놀랐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환이 절묘하게 감아올린 오른발 크로스가 약간 짧았는데 그 틈을 비집고 김수안이 온몸을 내던지며 다이빙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가와사키 프론탈레 골문을 지키고 있는 한국 국가대표 출신 정성룡 골키퍼가 이 크로스를 쉽게 생각했다. 두 손을 모으고 가슴으로 끌어안을 생각으로 마중을 나갔지만 김수안이 그렇게 과감하게 몸을 날릴 줄 몰랐던 것이다.

골키퍼 오승훈의 슈퍼 세이브-김태환의 적절한 크로스-김수안의 다이빙 헤더가 거짓말처럼 승리 필름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달 1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과의 게임에서도 후반전 교체로 들어온 골잡이 주니오가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헤더 결승골을 터뜨려 1-0으로 이긴 순간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플레이 오프를 치러야 하기에 K리그 팀 중에서 새 시즌을 가장 먼저(2월 19일, 울산 현대 5-1 페락 FA) 시작한 울산은 그 게임 이후 거둔 6승을 모두 1골 차 승리로 장식하고 있다. 믿기 힘든 기록을 더듬어보면 5-1로 이긴 시즌 첫 게임 직후에 나온 훈훈한 이야기가 연결된다. 

울산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 오프 게임에서 1-5로 완패한 페락 FA 선수들이 행운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는 이야기다. 페락 선수들이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라커 룸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가면서 화이트 보드에다가 "Thank you and Good Luck. From PERAK FA Family"라고 행운을 빌어주었다는 것이다.
 
울산 현대의 2019 시즌 승리 기록

2월 19일 울산 5-1 페락(챔피언스리그 PO)

3월 1일 울산 2-1 수원 블루윙즈(K리그 원 1R)
3월 13일 울산 1-0 상하이 상강(챔피언스리그 H조)
3월 29일 울산 2-1 제주 유나이티드(K리그 원 4R)

4월 2일 울산 2-1 FC 서울(K리그 원 5R)
4월 6일 상주 0-1 울산(K리그 원 6R)
4월 10일 울산 1-0 가와사키 프론탈레(챔피언스리그 H조)

페락 선수들이 빌어준 행운 덕분인듯 울산 현대는 거짓말처럼 단 한 게임도 패하지 않고 현재까지 7승 3무(15득점 5실점)의 좋은 성적을 거두며 2019 K리그 원 1위(4승 2무 8득점 4실점), AFC 챔피언스리그 H조 1위(2승 1무 2득점 0실점)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소 득점(2골) 다섯 팀 중에서 순위가 가장 높은 팀이기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실속형 1위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이제 울산 현대는 오는 14일(일요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들어가 K리그 원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겨루게 되며, 23일(화요일) 오후 7시에는 가와사키 스타디움으로 찾아가서 무패 기록의 행운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를 확인하게 된다.

2019 AFC 챔피언스리그 H조 결과(10일 오후 8시, 문수 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1-0 가와사키 프론탈레 [득점 : 김수안(90+1분,도움-김태환]

◎ 울산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김보경, 김성준(46분↔김인성), 김태환
DMF : 신진호(84분↔김수안), 믹스(69분↔박용우)
DF : 이명재, 불투이스, 윤영선, 김창수
GK : 오승훈

◇ 주요 기록 비교
점유율 : 울산 현대 43.2%, 가와사키 프론탈레 56.8%
유효 슛 : 울산 현대 3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3개
슛 : 울산 현대 5개(박스 안 4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12개(박스 안 4개)
슛 적중률 : 울산 현대 60%, 가와사키 프론탈레 25%
패스 : 울산 현대 458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610개
패스 성공률 : 울산 현대 77.7%, 가와사키 프론탈레 84.6%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 : 울산 현대 66.8%, 가와사키 프론탈레 77.7%
롱 패스 : 울산 현대 65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52개
크로스 : 울산 현대 19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20개
크로스 성공률 : 울산 현대 21.1%, 가와사키 프론탈레 15%
가로채기 : 울산 현대 12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10개
오프 사이드 : 울산 현대 1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0
코너킥 : 울산 현대 4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3개
태클 : 울산 현대 5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16개
태클 성공률 : 울산 현대 80%, 가와사키 프론탈레 62.5%
파울 : 울산 현대 8개, 가와사키 프론탈레 8개
경고 : 울산 현대 0, 가와사키 프론탈레 2장(카이우 세자르, 하세가와 타츠야)

◇ H조 현재 순위
1위 울산 현대(한국) 7점 2승 1무 2득점 0실점 +2
2위 상하이 상강(중국) 4점 1승 1무 1패 4득점 4실점 0
3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3점 1승 2패 1득점 2실점 -1
4위 시드니 FC(호주) 2점 2무 1패 3득점 4실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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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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