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편집자말]
정말 청개구리 같다. 생각해보면 시간은 늘 내 뜻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지루하고 괴로운 시간은 길기만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은 짧게 지나가 버린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는 좀처럼 가지 않는 시간이, 푹 빠져드는 일을 할 때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생 전체를 돌아봐도 그렇다. 그토록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는 시간이 더디게 가더니,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어른이 되고 나니 시간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빠르게 흐른다. 가끔은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장범준의 신곡 '당신과는 천천히(작사 장범준 작곡 장범준)'는 이런 마음을 잘 담아낸 노래다. 정말 시간을 길들일 수는 없는 걸까? '당신과는 천천히'를 통해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시간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법들을 살펴본다.
 
천천히 가는 시간, 빨리 가는 시간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퇴근 시간 전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집에만 오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쉬고." 정말 그렇다. 해야만 하는 일, 혹은 시켜서 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는 시간이 너무 천천히 흐른다. 특히 퇴근 후 데이트가 있거나 즐거운 만남을 예정해 놓은 날에는 시간은 더 더디게만 간다. 한참 시간이 흐른 것 같아 시계를 들여다보지만, 시계 속 시간은 계속 제자리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활동을 할 때, 편안한 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에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단지 몇 분밖에 흐른 것 같지 않은데 순식간에 밤이 되어 버린다. 늘 "아쉬워 제대로 못 쉬고" 또 다음 날 아침을 맞이하기 일쑤다.

두 번째 소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평일 일과 중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주말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잠도 못 자고." 일주일 전체를 봐도 그렇다. 반복적이고 특별하지 않은 일과를 보내는 주중에는 시간이 참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반면, 주말에는 반대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알차게 보낸 주말의 시간은 무척 빠르게 흐른다. 일요일 저녁이면, 순식간에 사라진 시간이 아쉬워 "잠도 못 자고" 주말을 늘려보려 애쓰지만, 그 결과는 피곤하고 괴로운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는 '월요병'이다.
 
 <장범준 3집> 앨범 커버 이미지

<장범준 3집> 앨범 커버 이미지ⓒ (주) 카카오M

   
저장된 경험의 양에 비례하는 기억 속 시간의 길이

장범준이 노래하듯, 나 역시 이렇게 한탄하고 싶다. "그냥 시간이 똑같이 흘러가기만이라도" 하면 안되냐고 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안타까움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시간 수축 효과'의 원리를 기억한다면 어느 정도 조절가능하다고 이야기 한다.

'시간 수축 효과'란 사람들이 어렸을 때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끼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뇌의 정보처리 기제와 관련이 있다. 뇌는 새롭고 강렬한 감각을 느낄 때 시간을 매우 잘게 쪼개서 쓴다. 이때 뇌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시간이 매우 빨리 흐르는 듯 느낀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그 시간을 돌아보면 생생한 기억으로 가득찬 꽤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새롭고 재미난 일을 할 때 뇌는 많은 기억들을 저장하고 그 시간들은 촘촘히 채워진다. 때문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은 그 시간이 실제 기억 속에서는 매우 긴 시간이 된다. 모든 것이 새로운 어린 시절에 매 순간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반면, 새로움 없이 늘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낼 때는 뇌가 특별히 처리하거나 기억해야 할 정보들이 별로 없다. 이런 시간은 무척 지루하고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 듯 인지된다. 뇌에 새롭게 저장된 정보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는 지루하게 흘러가지만 한 달, 일 년과 같은 큰 시간의 단위는 '수축'되어 버리듯 빨리 지나가는 버린다.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의 길이는 그 시간 동안에 뇌에 저장된 새로운 정보와 경험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다.

즐거운 시간을 늘리려면

장범준은 이후 "사랑의 꿈에 취해 뒤척이는 밤이라도 당신과 함께 순간만은 천천히"라고 노래를 이어간다. 그리고 '당신과는 천천히'라고 간절하게 반복한다. 과연 이 간절함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시간 수축 효과'에 따르면, 지금 여기서 느끼는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현재를 지루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사랑하는 이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뇌는 강렬한 정서반응을 경험하고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다채로운 정서는 뇌에 새로운 경험으로 기록된다. 때문에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의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하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기억되는 시간은 뇌에 저장되는 정보의 양을 늘림으로서 길게 연장시킬 수 있다. 사랑하는 이와 만났을 때 새로운 곳에 가거나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활동들을 한다면 뇌는 이 정보들을 처리하기 위해 시간을 늘려서 사용한다. 매번 새로운 것이 하기 힘들다면, 상대방과 함께 하는 모든 순간에 그저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무심코 보아 넘겼던 파트너의 작은 움직임과 말, 표정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이 역시 특별한 경험으로 뇌 속에 저장된다. 심리학자들은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순간에 비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이런 상태를 '마음챙김'이라고 부른다. '마음챙김'은 현재의 시간을 가장 충실하게 보내고 행복한 시간의 기억을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장범준 '당신과는 천천히'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장범준 '당신과는 천천히'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주) 카카오M


지루한 시간을 줄이려면

문제는 이토록 행복한 시간을 영원히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쉬운 밤과 이별이 무서워요"라는 가사처럼 달콤하고 즐거운 시간은 언젠간 끝이 나고 그 끝에 찾아오는 것은 '내일 하루 시작' 즉, 평범하고 지루한 일과다. 삶이 보다 행복해지려면 이런 평범한 일상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몰입'이다.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개념화한 '몰입'은 어떤 일에 깊이 몰두해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이한 과제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금 난이도가 높은 과제에 도전할 때, 외부에서 주어진 보상이 아니라 내적인 동기를 따를 때 몰입상태에 도달한다.

평범한 일상에 '몰입'의 개념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늘 하던 일에만 안주하지 말고 한 단계 높은 업무에 도전해보는 것, 업무에 임하면서 스스로에게 작은 보상을 약속하는 것 등은 몰입을 유발해 일하는 동안 시간을 빨리 흐르게 해 줄 것이다. 자신의 일에 나만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도 몰입에 이르는 내적 동기를 높여준다. 늘 하던 일에 몰입할 수만 있다면 '좋은 사람 당신'과 '천천히' 보내고 싶은 퇴근 후와 주말 시간을 좀 더 빨리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우주공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계로 측정했을 때 같은 시간에 머물더라도 사람들은 마음상태에 따라 시간을 제각각 다르게 인지한다. 중요한 건, 시간을 느끼는 것도 마음이고, 시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도 마음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소절까지 반복되는 "그녀를 보면서 짧은 밤들을" 아쉬워하며 "그녀의 곁에서 당신과는 천천히" 보내고 싶은 장범준의 간절함은 아마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시간 자체를 천천히 가게 또 빠르게 가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시간의 길이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다. 천천히 보내고 싶은 시간에는 '마음챙김'을 하며 매 순간을 새롭게 인지해보자. 반대로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에는 '몰입'할 계기를 만들어보자. 두 가지를 잘 활용한다면 '짧은 밤들을' 덜 아쉬워하며 '당신과는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보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퇴근 시간 전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집에만 오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쉬고
평일 일과 중에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는데
왜 주말만 되면 시간이 너무 빨라서
아쉬워 제대로 못 자고

그냥 시간이 똑같이 흘러가기만이라도
좋은 순간만은 천천히
사랑의 꿈에 취해 뒤척이는 밤이라도
당신과 함께 순간만은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그저 시간이 똑같이 흘러가기만이라도
좋은 순간만은 천천히
사랑의 꿈에 취해 뒤척이는 밤이라도
당신과 함께 순간만은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아쉬운 밤과 이별이 무서워요 나는 내일 하루 시작이
우~ 이 모든 밤을 천천히 좋은 사람 당신 당신과는 천천히

그녀를 보면서 짧은 밤들을
그녀를 보면서 잠못 드네요
그녀를 보면서 짧은 밤들을
그녀의 곁에서 당신과는 천천히"

- 장범준 '당신과는 천천히' 가사.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신문기자로 세상을 관찰하며 살다, 지금은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생명감수성'과 '마음의 성장'을 일상과 문화콘텐츠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