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조나단.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조나단.ⓒ KBS

 
얼마 전, KBS2 <해피투게더>-'나 한국 산다' 특집에 '콩고 왕자' 조나단이 출연했다. 그는 콩고 난민인 욤비토나 광주대 교수의 아들이자, 유튜브 스타로 널리 알려진 소년이다. (홍어를 잘 먹어서 '자네 부모가 전라도 사람인가'라는 컬트적 유행어를 만들어 낸 라비의 동생이기도 하다!)

조나단 외에도 안젤리나 다닐로바, 로버트 할리, 조쉬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스타들이 모였다. 그런데 이번 방영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출연자는 단연 조나단이었다. 그의 탁월한 입담 때문이었다. 그는 영국 남자 조쉬에게 '정체성 혼란'의 의미를 설명하고, 패널 조세호에게 '문장을 좀 더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책을 권하는 등, 여러 차례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결코 유쾌한 이야기만 나누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살면서 경험한 인종차별 사례를 언급했다. 그의 몸을 만지더니 '(검댕이) 손에 안 묻네'라고 말했던 노인이 있었고, 어딜 가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듯한 기분을 느꼈던 경험을 고백했다. 

조센징, 그리고 흑형
 
 김승섭 교수의 저서 '우리 몸이 세계라면'(2018)

김승섭 교수의 저서 '우리 몸이 세계라면'(2018)ⓒ 동아시아

 
특히 '흑형'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조나단은 "우리가 이 말을 듣는 것은 한국인들이 '조센징'이라는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라며 "칭찬으로 했을지라도 어느 흑인도 '흑형'이라는 말을 듣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나 출신의 방송인 샘 오취리 역시 2년 전, JTBC <말하는대로>에서 비슷한 논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흑형이 아니라 오취리라고 불러 달라"고.

조나단은 여덟 살 때부터 한국에서 자랐다. 대부분의 사회화를 한국에서 경험한 그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한국말을 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다. 오랫동안 단일민족 이데올로기가 유효했던 나라,  20년 전만 해도 '살색'이라는 단어가 존재했던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외국에 나갔을 때 소수자가 되는 상황은 생각하지만, 우리가 다수자가 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2018)에서, 저자 김승섭 교수(고려대 보건과학대학)는 인종적 차별이 건강에 투영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종이란 생물학적으로 폐기된 개념이라고 말한다. 멜라닌의 피부색 따위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경제적, 문화적 요소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실재한다. 악의 없는 단어 '흑형'은 그 단적인 예다. 우리 한국 사회에 내재한 인종차별을 상징한다.

물론 흑형이라는 표현은 흑인의 운동 능력과 예술적 재능을 칭찬하는, '숭배적'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표현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 단어는 타인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피부색만으로 타인을 단정 짓기 때문이다. 흑형은 개인의 주체성을 지우고, 인종이라는 틀 안에서 누군가를 타자화하는 표현이다. 그래서 나쁜 말이다.

6년 전, 나는 미국 래퍼 에이셉 라키(A$ap Rocky)의 클럽 공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의 공연을 보고 온 나는 당시 SNS에 이런 후기를 남겼다. '역시 흑형의 간지는 다르다'는 문장이었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말을 바로 잡아야겠다. 흑인이라서 멋진 것이 아니라 에이셉 라키라서 멋있었던 것이다.

소수자 차별이라는 영역에서는 타협이 없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동양인이 초밥을 좋아하며, 수학을 잘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불쾌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싫다면 '흑형'으로 상징되는 인종적 타자화 역시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김승섭 교수의 말을 다시 한번 빌려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혹시라도 왜 그리 불편한 긴장을 계속 감당해야 하느냐고 묻는 다수자인 한국인이 있다면, 한반도만 벗어나면 한국인은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소수자라는 사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2018) p.178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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