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편집자말]
사람들은 낭만적 사랑을 갈망한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한 사람이 되어 열정과 친밀감, 그리고 헌신을 주고받는 것은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험 중 하나다. 그런데 이토록 원하는 사랑을 하면서 마음 가득 평온함과 기쁨으로 충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사랑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감정들은 일상에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사랑이 다가올 때, 한 걸음 더 가까워지려 할 때, 또는 이별이 다가올 때 매 순간마다 우리는 낯설고 두려운 감정들과 마주한다. 때문에 사랑을 원하면서도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잔잔하면서도 힘 있는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작사 최정훈, 작곡 최정훈, 김도형, 유영현)'는 사랑을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처방전 같은 노래다.

 사랑의 시작이 두려울 때: 읽기 쉬운 마음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공식 뮤직 비디오 캡처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공식 뮤직 비디오 캡처 ⓒ 페포니 뮤직

 
내 앞에 그토록 원하던 이상형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달려가 함께 하길 청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친구들에게 하소연도 해보며 한동안 끙끙 앓는다. 왜 그토록 원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다가서지 못하고 끙끙 앓는 걸까. 이는 상대방에게 거절당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개인심리학을 주창한 거장 아들러가 강조했듯 사람의 근원적인 욕구중 하나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다. 이 욕구는 너무나 강력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한다. 그런데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거절당할 경우 이 욕구에 직접적으로 상처를 받는다. 때문에 많은 연인들은 시작단계에서 '썸'을 타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할 때까지 애태우는 시간을 갖는다. 심지어 이를 너무 두려워한 나머지 사랑을 시작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잔나비는 첫 소절에서 이런 마음에 대한 처방전을 아주 간단하게 내린다.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라고. '읽기 쉬운 마음'은 내 마음과 나의 욕구에 솔직해지라는 의미다. 사실 상대방의 마음을 추측하는 것은 아무리 애써도 부딪히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나를 거절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해봤자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내가 저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마음이 진심인지는 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알 수 없는 상대방의 마음을 추측하는데 쓰는 에너지를 나 자신의 진심과 욕구를 파악하는데 쓰다보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이 보다 선명해진다.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게 되면 상대방이 '스윽 훑고' 갈 수 있도록 보여줄 용기도 생긴다.

잔나비는 이렇게 내 마음 속 욕구에 집중했다. 그랬더니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이 내게 있음이 보인다. 그리고 '머물다 가셔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라고 진심을 용기 내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모두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내가 나 자신의 욕구를 인정해주었기 설령 상대방이 거절을 하더라도 충분히 그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 내 마음을 스스로 인정해주는 경험은 그 어떤 격려와 인정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잔나비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라고 노래한다.

사랑하면서 겪는 다툼과 감정들이 두려울 때: 새하얀 빛으로 비추기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공식 뮤직 비디오 캡처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공식 뮤직 비디오 캡처 ⓒ 페포니 뮤직

 
이렇게 사랑이 시작되고, 열정적인 감정에 푹 빠져 지내던 시기가 지나면 필연적으로 '다툼'의 시기가 온다. 사실 이 시기는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욕구를 투사하고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간이다. 상대방과 그만큼 친밀하고 편안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를 비춰주는 상대방의 모습 속에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 시기의 핵심은 매번 다투게 되는 상대방의 그 모습을 내가 왜 이토록 싫어하는지 성찰해 보는 것이다. 중요한 건 상대방도 나와 같다는 것이다. 파트너 역시 내가 비춰준 어떤 모습에 무척이나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잔나비는 이렇게 극복하겠다고 다짐한다.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새하얀 빛은 내가 당신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따뜻한 시선을 의미한다. 즉, 투사된 너와 나의 모습을 비난하지 않고 더 잘 볼 수 있도록 오염되지 않은 빛으로 비춰주겠다는 뜻이다. 연인사이에서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시선은 내가 그토록 비난해 온 나의 모습을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억압했거나 비난만 해온 나의 모습들을 스스로도 보다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은 상호간에 일어나고 결국 사랑하는 관계를 통해 두 사람 모두가 자신을 보다 통합시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투사의 과정을 잘 극복해내고 나면 사랑에 있어서 가장 완전한 시기가 다가온다. 잔나비는 이런 사랑의 순간을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라고 노래한다. 즉, 서로의 자아가 결합돼 하나가 되고, 각자의 자아는 더욱 넓어져 수용적이고 보다 큰 사람이 된다. 관계 속에서 마음껏 자신을 펼치는 완전한 사랑의 시기가 오는 것이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수록된 잔나비의 앨범 '전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수록된 잔나비의 앨범 '전설' ⓒ (주) 카카오M

  
이별이 두려울 때: 뒤돌지 말고 뒷걸음으로 걷기

하지만, 모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흔히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결혼도 사랑의 과정일 뿐이다. 모든 사랑의 끝은 이별이다. 연인 사이의 이별이든, 오래도록 해로한 부부가 죽음으로 끝을 맺든 헤어짐으로 관계는 마무리 된다. 때문에 정신의학자 오토 컨버그도 '모든 인간관계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상실과 버려짐, 죽음의 위협은 사랑이 깊을 때 가장 크다'고 강조한다.

'죽음'과 '상실'은 이처럼 저버릴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다. 연인들은 사랑이 무르익었을 때에도 불현듯 밀려오는 불안을 느낀다. 문제는 이 불안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 즉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만났을 때다. 가뜩이나 불안한데, 여기에 상대방이 먼저 이별 선언을 해 내가 거절당하는 상처까지 받으면 더 힘들고 아플 것 같다. 때문에 많은 연인들은 관계가 삐걱거린다는 느낌을 받으면 이별의 시점을 고민한다. 그리고 거절당하는 아픔이라도 덜 받겠다는 의지로 먼저 이별을 선언하고 '서둘러 뒤돌'아 버리곤 한다. 하지만, 이별은 상대방과의 이별인 동시에 그와 함께 한 내 모습과의 이별이기도 하기에 '서둘러' 마무리했다고 해서 상처가 줄어드는 법은 별로 없다.

잔나비는 이런 이별의 순간에 대해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라고 분명히 말한다. 대신 관계가 마무리 되는 순간까지 서로의 성장을 견인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질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라고. 즉, 조금씩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밀착되어 있을 땐 보이지 않던 나와 상대방의 모습을 조망해보는 것이다. 이 관계를 통해 내가 무엇을 얻었고, 나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주었으며, 그 안에서 서로 성장한 과정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마무리 되는 이별은, 아프지만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상대방과는 이별이지만, 그와 함께한 시간과 감정들은 내 안에 남아 성장의 자양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동안 새 활짝 피었던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잔나비는 노래를 마무리 하며 이렇게 사랑에 대해 정리한다. 사실 그렇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듯, 사랑도 이별도 영원한 것은 없다. 낭만적 사랑은 피어났다가 이별로 지게 되고, '다시 돌아온 계절'처럼 새로운 사랑이 또 찾아온다. 하지만, 이 피었다 진 사랑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사랑을 보다 나은 모습으로 맞이할 수 있다. 그러니 이 봄. 벚꽃처럼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활짝 피워보자. 주저하다 후회하기 보다는 피었다 지는 쪽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비록 그 사랑이 '또 같은 꿈을' 꾸더라도 괜찮다. '꾸던 꿈을 미루진 않을거야'라고 다짐해보자. 잔나비처럼.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공식 뮤직 비디오 캡처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공식 뮤직 비디오 캡처 ⓒ 페포니 뮤직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 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거야."
-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가사.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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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하며 평등과 생명존중을 담은 글을 쓰고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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