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투'를 하고 있는 박승현씨와 김동현씨 [유튜브 캡처]

'약투'를 하고 있는 박승현씨와 김동현씨 [유튜브 캡처] ⓒ 박승현

 
불법 약물 사용으로 피트니스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신이 약물 사용자라며 유튜브에 영상을 게시한 전직 보디빌더 박씨가 그 중심에 있다.

관심이 증폭된 건 이듬해 1월 박씨와 함께 출연한 보디빌더 김씨 때문이었다. 김씨는 자신이 겪은 약물 부작용을 알려주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발기부전과 조울증, 피부괴사 등 일련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다들 부작용을 숨기고만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1월 30일 MBC실화탐사대가 이들의 약물 사용과 부작용을 방송하며 문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끊을 수 없는 유혹, 그리고 참혹한 엔딩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사용은 불법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일반인들이 암암리에 찾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유혹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스테로이드의 탁월한 효과 때문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는 호르몬의 일종이다. 아나볼릭(anabolic)은 우리나라 말로 단백동화를 뜻하는데 이는 곧 근육 합성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는 테스토스테론이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합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운동선수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것은 인위적인 호르몬 주입을 통해 근육 합성을 유도했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MBC <실화탐사대> 방송에서 박씨가 주사바늘로 옆구리를 찌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몸 속 혈관으로 퍼진 호르몬은 근육세포와 결합한다. 세포 표면에는 호르몬 수용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 수용체가 호르몬을 인식하고 근육을 만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래 자료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을 때 근육증가량에 대한 연구이다.
 
 운동영상 크리에이터 신뚜기의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캡처]

운동영상 크리에이터 신뚜기의 영상 중 일부 [유튜브 캡처] ⓒ 신뚜기

  
흥미로운 것은 2번째 그룹이다. 운동을 하지 않고 호르몬 주사만 맞았을 뿐인데 근육 증가량이 운동을 열심히 한 집단(3그룹)보다 1.2kg 높았다. 호르몬이 근육량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효과도 좋은 만큼 부작용도 심각하다. 보통 호르몬은 뇌하수체가 조절하는데 뇌하수체는 굉장히 예민한 작동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떤 물질이 많으면 적게 만들라는 명령을 내리고 적으면 많이 만들라고 명령하는 것을 음성피드백이라고 한다. 음성피드백(negative feedback)은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약물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순간 사정은 달라진다.

뇌하수체는 과다하게 주입된 호르몬을 인식하고 더 이상 호르몬을 생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령을 보낸다. 따라서 호르몬을 생성하던 기관은 점차 기능을 잃는다.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몸은 정상적으로 호르몬을 만들지 못하고 성기능 장애, 조울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다고 한다. 약물을 끊은 김씨가 박씨에게 "약만 안 끊으면 걱정 없어"라고 말한 대목은 위와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약물 사용의 부작용으로 급사를 언급하는 우창윤 내과전문의 [유튜브 캡처]

약물 사용의 부작용으로 급사를 언급하는 우창윤 내과전문의 [유튜브 캡처] ⓒ 닥터프렌즈

  
유튜브에서 의학전문 채널을 운영 중인 닥터프렌즈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내과전문의인 우씨의 말에 따르면 지속적인 호르몬 투입은 조기사망률과 암발생률을 높인다고 한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을 꼽으며 급사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약물 사용법들은 대부분 잘못된 정보라며 손사래를 쳤다. 
 
 자신을 소개하는 김동현씨, 약물 사용전후의 모습 [유튜브 캡처]

자신을 소개하는 김동현씨, 약물 사용전후의 모습 [유튜브 캡처] ⓒ 박승현

  
멋진 몸을 가지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약물 사용을 비난 할 수는 없다.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물 사용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하기를 권한다. 일반적으로 피트니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몸을 가꾸는 것에 있다. 절대 몸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님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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