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 영화 포스터

▲ <리노>영화 포스터ⓒ (주)일레븐엔터테인먼트,(주)해머픽쳐스

 
"좋은 일은 아무리 애써도 안 생기는 데 나쁜 일은 저절로 생긴다"는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청년 리노. 6년째 키즈카페에서 고양이 탈을 쓰고 파티 도우미로 일하던 리노는 집세가 밀려 쫓겨나자 광고에서 보았던 마법사 돈 레옹을 찾아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 달라고 부탁한다. 엉터리 마법사 돈 레옹은 실수로 리노를 고양이로 바꿔버린다.

귀엽고 커다란 고양이 모습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자 리노는 난생처음으로 행복을 느낀다. 그런 행복도 잠깐 뿐. 리노는 도시에 출몰한 '인형 탈을 쓴 절도범'으로 몰려 도망자 신세에 처한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리노는 돈 레옹, 우연히 만난 아기와 함께 돈 레옹의 스승이 있는 마법 학교로 향한다.

21세기 영화 산업에서 CG 애니메이션 영화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8년 세계 박스오피스 20위를 살펴보면 <인크레더블 2>(4위), <몬스터 호텔 3>(16위), <주먹왕 랄프 2: 인터넷 속으로>(17위), <그린치>(18위)가 포진하고 있다. 전 세계 극장가를 호령하는 CG 애니메이션 영화는 할리우드가 만드는 상황이다.
 
<리노> 영화의 한 장면

▲ <리노>영화의 한 장면ⓒ (주)일레븐엔터테인먼트,(주)해머픽쳐스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서 나라마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리노>는 <행복한 귀뚜라미>(2001)와 <귀뚜라미 음악가의 대모험>(2009)을 내놓은 바 있는 브라질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Statranima(Start Desenhos Animados)'의 작품이다.

'루저' 청년 리노를 통해 보는 사회

<리노>의 청년 리노는 고양이 탈을 쓴 채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산다. 요즘 용어로 표현하자면 사회적 낙오자, 즉 '루저' 신세다. 영화 도입부에서 리노가 자신의 처지를 독백으로 말하는 장면은 어린이에겐 단순한 재미에 불과할 테지만, 성인에겐 가슴에 와 닿는 지점이 있다. "현실 속의 난 숨 막히고 갑갑한 곳에 갇혀 있다"나 "내 인생인데도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같은 대사에 어른은 공감할 구석이 많을 것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몬스터 설리와 마이크, 인간 부 인물 구조를 참고한 듯 보이는 고양이 리노, 마법사 돈 레옹, 껌딱지 아기. 이들의 모험담은 티격태격하는 팀 캐리를 원료로 삼아 예측 가능한 결론으로 달려간다. <리노>의 재미는 '예측 가능'한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있다. 도시, 마법 학교, 인디언보호구역, 동물원 등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는 엉뚱하고 황당하며 유쾌하게 펼쳐진다.
 
<리노> 영화의 한 장면

▲ <리노>영화의 한 장면ⓒ (주)일레븐엔터테인먼트,(주)해머픽쳐스

 
전개 과정에서 세 사람은 다양한 도전과 마주한다. 도둑으로 몰린 리노 일당과 경찰이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 마법 학교에서 '빨간 마법 책'을 몰래 훔치는 작전,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인디언 추장의 머리 장식'을 구하기 위한 인디언과 '댄스 댄스 레볼루션' 배틀 등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넘친다.

<리노>는 경찰에게 쫓기던 리노가 고양이 사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장면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마법 학교의 풍경, 돈 레옹의 황당무계한 몸개그 등 다양한 유머를 양념으로 쳤다.

리노는 돈 레옹, 아기와 같이 마법을 풀기 위한 여정을 겪으며 성장한다. "내 인생은 늘 불운만 있었다"란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던 리노는 언제나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돈 레옹에게 '긍정'을 배운다. 또한, 아기를 보호하면서 잊었던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돈 레옹과 아기의 영향을 받아 리노는 변화한다. 그리고 줄곧 싫어했던 자신의 모습, 바로 '고양이 탈'을 쓴 현재의 나를 받아들인다. 극 중에 나오는 마법의 주문 "모든 빛이여, 나 자신을 향하게 하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 해결할 방법이 보일지어다"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한층 강조한다.

브라질만의 색깔 보이지 않아 아쉬워
 
<리노> 영화의 한 장면

▲ <리노>영화의 한 장면ⓒ (주)일레븐엔터테인먼트,(주)해머픽쳐스

 
<리노>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재미와 메시지를 갖추었다. 할리우드에 비할 바는 못 되나 나름 준수한 기술적인 품질을 보여준다. 브라질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충분히 증명한다. 국내 더빙을 맡은 조연우, 오은수, 방지원, 신정훈, 허성재, 박상우 등 전문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빼어나다. 특히 "~냥" 같은 고양이 화법을 사용하는 조연우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는 브라질인으로 보이나 배경과 이야기에선 브라질만의 고유한 색깔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래 상영 시간은 94분이나 일부 과한 설정이 있었던 모양인지 국내에선 6분여가 삭제된 채로 개봉한다. 2018년 Cinema Brazil Grand Prize와 2018년 The Platino Awards for Iberoamerican Cinema에서 베스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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