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레스 클레이븐> 포스터

<돌로레스 클레이븐> 포스터ⓒ Castle Rock Entertainment

 
<델마와 루이스>, <노스 컨츄리>, <허스토리>, <아뉴스 데이>,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이 영화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여성 영화라는 점, 두 번째는 여성들의 연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이다.

오랜 시간 여성은 성범죄의 피해자여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목소리를 낮추어야 했다. 사회는 한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뭉쳐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 '힘내세요'라는 말보다 '함께 할게요'라는 말이 더 큰 힘을 지니는 이유다. 오늘 소개할 <돌로레스 클레이븐> 역시 여성의 연대를 말하는 영화다.
 
영화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스릴러로 풀어낸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모녀의 갈등을 통해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고, 여성 사이의 연대를 보여준다. 뉴욕에서 일하는 촉망받는 기자 셀리나(제니퍼 제이슨 리)는 어느날 지역 신문기사를 팩스로 받게 된다. 그 기사에는 자신의 어머니 돌로레스(캐시 베이츠)가 베라 도노반(주다 파핏)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기사를 보고 셀리나는 15년 만에 고향으로 향한다.
 
셀레나가 고향을 떠난 이유는 어머니 돌로레스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18년 전, 돌로레스는 남편 조(데이빗 스타라탄)를 죽였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으나 무죄로 풀려났다. 그러나 셀레나는 여전히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향에 돌아와보니, 어머니 돌로레스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돌로레스는 베라 도노반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다가 주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가 피해자를 물건으로 내리치려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도 있었고, 18년 전 그녀의 살해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한 형사 맥키(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눈에 불을 켜고 사건에 임하고 있었다. 돌로레스는 베라 도노반을 죽이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딸 셀리나마저 그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Castle Rock Entertainment

 
그러나 셀레나는 돌로레스와의 대화를 통해 잊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면서, 변화를 겪게 된다. 과거 조그마한 마을에서 돌로레스는 술 주정뱅이인 남편 조를 대신해 가정을 책임졌다. 조는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으나 '그런 남편도 받아들여야 된다'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딸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돌로레스는 참아왔던 것.

도노반 베라의 저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노반은 추운 날 추위에 떠는 일을, 더운 날 더위에 지치는 일을 시키는 등 좋은 주인은 아닌 여자였다. 하지만 셀레나의 미래를 위해 돌로레스는 참고 일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두 가지 사실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첫 번째는 남편 조가 셀레나를 성추행 했다는 점이다. 조가 딸에게 강압적인 성행위를 요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돌로레스는 셀레나를 이 마을에서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은행에 모아뒀던 돈을 조가 모두 유흥비로 써 버렸다는 사실에 그는 절망한다.

영화는 두 장면을 통해 돌로레스가 처한 여성으로서의 현실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은행 장면이다. 은행이 남편이라는 이유로 조에게 돌로레스의 계좌를 알려주고 돈을 인출해주었다고 하자 돌로레스는 말한다.

"만약 반대 상황이라면 당신들이 저에게 계좌의 존재를 알려주었을까요? 제가 여성이라서 그런 거죠?"
 
가부장 사회에서는 남성을 집안의 기둥으로 여긴다. 잘못된 남편이라도 막대한 권력을 쥐어주는 이유다. 은행은 조가 남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돌로레스의 계좌의 존재를 알려주었고 온갖 수모와 고통을 겪으며 모아둔 돌로레스의 돈은 사라지게 된다. 그녀가 셀레나에게 쥐어주고 싶었던 꿈의 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이다.

두 번째는 돌로레스와 베라 도노반의 대화 장면이다. 돈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추지 못한 돌로레스는 일을 하던 중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런 그녀에게 베라 도노반은 대화를 시도한다.
 
돌로레스의 이야기를 들은 베라 도노반은 "때론 악녀가 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지"(Sometimes being a bitch is all a woman has to hang onto)라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내뱉는다. 바람기가 심했던 베라 도노반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녀는 이러한 힌트를 주며 돌로레스에게 연대를 전한다.

물론 베라 도노반이 제시한 방법은 잔인하고 끔찍하며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돌로레스에게는 그 방법밖에는 탈출구가 없었다. 이 끔찍한 과거를 기억해낸 셀레나는 깨닫게 된다. 어머니는 그 자신과 딸을 지키기 위해 '악녀'가 될 수밖에 없는 시간을 살아왔던 것을 말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돌로레스 클레이븐> 스틸컷ⓒ Castle Rock Entertainment

 
모녀의 연대는 두 사람의 감정적인 동화에서 끝맺지 않는다. 셀레나가 돌로레스의 편에 서서 그를 변호하는 순간,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형사 매키 그리고 경찰이 된 셀레나의 어린 시절 친구까지 변화를 겪는다. 그들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유로 돌로레스가 당해왔던 고통을 외면하고 침묵해왔다. 셀레나는 그 침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슬픈 진실을 품은 두 건의 살인 사건을 통해 세 여성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그녀들은 서로가 힘들 때 기둥이 되어주었고 아프고 슬픈 진실을 품어주었다.
 
여성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면, 이는 그 사회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셀레나는 어머니 돌로레스를 품으며 잘못된 사회의 인식을 깨부수기 위한 연대를 보여준다.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문법 속에서 여성 사이의 연대를 통한 아픔의 극복과 사회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을 통해 증명된 감정을 쥐어짜는 스티븐 킹의 드라마적인 능력과 <미져리>, <프라이머리 컬러스>의 캐시 베이츠의 헌신적인 어머니 연기 역시 이 영화의 감상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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