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추모객들이 장례미사를 드리고 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렸던 2009년 2월 당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전경. ⓒ 유성호


"그분은 민주개혁세력, 양심세력, 그리고 역사를 바르게 하고픈 국민들과 고통받는 약자들이 의지할 큰 바위였다. (중략) 지금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일들이 빚어지고 있는데, 실제 그때 살벌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해동 목사)

고 김수환 추기경을 일컫는 말이었다. 1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선 김 추기경의 선종 10주년을 맞아 그의 어린 시절을 다룬 책의 출판기념회와 영화제작발표를 겸한 행사가 열렸다. 개신교, 불교, 천주교를 대표하는 종교계 인사를 비롯해 다수의 관계자가 모인 자리였다.

이미 지난 1월 출간된 <저 산 너머>라는 책은 고 정채봉 작가가 쓴 동화 <바보 별님>을 새롭게 다시 꾸민 결과물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이 담긴 동화로 그의 심성과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영화 역시 같은 제목으로 배우 강신일, 이항나가 출연하며, 문성근이 특별출연 형식으로 힘을 보탠다. 연출은 <플라이 대디> <해로> 등을 연출한 최종태 감독이 맡았다.

"시나리오는 7년 전 썼었는데 이제 막 마지막 수정을 끝냈다"는 최종태 감독은 "한국영화에서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 특히 특정 종교지도자가 주인공이라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준비하면서 저 자신부터 변했고, 또 (투자를) 도와주신 분도 생겨 이 자릴 빌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어린 김수환의 엄마 역을 맡게 된 배우 이항나는 "불교 신자지만 작년 연말 산책 중에 가족과 함께 명동성당에서 기도를 했었다"며 "다음날 갑자기 출연제의가 왔다. 어디서 날 보고 계시나 싶었다. 평소 존경하던 분이기에 결심하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말했다. 

현장에선 이해동 목사 외에도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다양한 소회가 공개됐다. 축사를 한 명진 스님은 "길을 잃고 헤매는 건 종교인도 마찬가지인데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을 품고자 했던 김수환 추기경이 요즘 더욱 그립다"며 "1987년 6.10항쟁 당시 독재 정권에 맞선 시민들을 보호하며 경찰들에게 나를 밟고 가라 화를 냈던 고인이었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한 허영엽 신부는 "암울한 시절 사회적 약자의 벗이었기에 비신자에게도 존경받은 분"이라며 "사회 원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셨던 분"이라 전했다. 

한편 영화 <저 산 너머>는 오는 2월 중 어린 김수환 역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며, 오는 4월 촬영을 시작한다. 2020년 2월 개봉 예정이다.
김수환 천주교 저 산 너머 민주화운동 김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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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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