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간판 프로그램이자 동시간대 청취율 1위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간판 프로그램이자 동시간대 청취율 1위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작가


"조선일보가 오보를 냈지 않습니까? 비건이 1박 2일 만에 돌아왔다고. 이 오보는 왜 난 겁니까?"
 
지난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속도 내는 2.27 북미정상회담'이란 주제로 김준형 한동대 교수와 나눈 인터뷰에서 진행자 김어준은 <조선일보>의 오보를 언급했다. 이에 한 교수는 "이게 조선일보의 한계와 장점"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처럼 청취율 1위를 다투는 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조선일보>가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김어준은 이런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선일보가 반성합니까? 안 하죠."

 
지난달 3일 김어준은 <한국언론 오도독 시리즈>라는 칼럼을 연재하는 KBS 최경영 기자와 "언론만 보면 한국경제는 곧 망할 것 같습니다"라는 주제로 나눈 인터뷰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보수·경제지들을 맹공했다.
 
"이건 그냥 내용에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 망하라는 거죠, 보수언론에서"라는 발언도 예사였다.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와 보수 매체의 논조를 전방위로 비판 중인 최경영 기자는 같은 주제로 이 방송에 수차례 출연했다. 한편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에 고정 출연 중인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은 작년 10월 7일 방송된 <조선일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통일보도>편에서 이렇게 물었다.
 
"조선일보가 가장 인기 많은 신문이라는 건 사실입니까?"
 
과거 박근혜 정부와 현 문재인 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 변화를 비판한 이 방송에서 최욱은 "북한 인권은 중요하다는 <조선일보>, 우리 군인들 인권은요?"라며 신랄한 멘트를 이어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4년 전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연속 기획 보도를 언급한 것을 두고 최욱은 이런 촌평을 남겼다.
 
"의원이 조선일보를 근거로 질의 응답하는 이 모습 자체도 좀 새롭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많은 분이 '조선일보가 약 올라 죽을 것 같다', '내가 조선일보라면 너무 화날 것 같다', 그런 글들을 제가 종종 보면서 웃곤 했습니다."
 
이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10일 디지털조선일보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홍가혜씨를 초대, "조선일보의 거짓 역사를 사법 역사에 꼭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다. 또 최욱은 작년 11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조선일보 손녀 갑질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MBC 장인수 기사와 인터뷰에서 사건의 전말과 녹취록에서 공개되지 않은 뒷이야기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모두가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고깝고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방송이요, 진행자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11일 <조선일보>가 반격에 나섰다. 이날 1면에 등장한 <지상파 라디오들, 文정부에 주파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다. 이날 <조선일보>는 "공정성 잃은 지상파"라는 부제의 연속 기사를 통해 지상파 라디오가 문재인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데, 그 의도와 배경이 석연치 않아 보인다.
 
지상파 라디오는 죄다 친정부 방송? 
 
 <조선일보>가 지난 11일 보도한 '김어준·김용민, 정부 일방적 옹호… KBS 진행자는 청와대 입성'

<조선일보>가 지난 11일 보도한 '김어준·김용민, 정부 일방적 옹호… KBS 진행자는 청와대 입성'ⓒ 조선일보

 
"지상파 라디오 시사 프로에서 연일 권력을 옹호하는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평가 연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이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들의 '정부 변호적' 성향이 전 정부에 비해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이날 <김어준·김용민, 정부 일방적 옹호… KBS 진행자는 청와대 입성>이란 기사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또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 "출퇴근 시간 시민들이 접하는 라디오 시사 프로 진행자들의 편향성이 특히 심각했다"며 "라디오 시사 프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친(親)민주당 성향을 보였고, 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부 옹호' 혹은 '정부 대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가 무려 1면 기사를 포함, 3개 기사를 통해 대대적으로 비판한 편향성의 근거는 오직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해당 보고서뿐이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500일을 대상으로 분석했다는 이 보고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정도를 -2(분명하게 우호적), -1(대체로 우호적), 0(중립), 1(대체로 비판적), 2(분명하게 비판적) 5단계로 나눴다.
 
이 분석 기준에 따르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편향성 지수(-1.4)가 정부에 가장 우호적이고, 뒤를 이어 SBS <김용민의 정치쇼>(-0.57)와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0.56) 순이었다. 이밖에 KBS <최강시사>(-0.22),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0.22),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0.13), cbs 김현정의 뉴스쇼(-0.08) 순이었다. 결론적으로, 중립은 없다시피 한 채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편향적이거나 우호적이었다는 얘기다.
 
또 <조선일보>는 이 보고서를 인용, 출연자의 소속 정당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라디오 시사 프로에 나온 173명 정치인의 소속 정당도 더불어민주당 91명, 자유한국당 51명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며 "정치인 출연자 숫자는 박근혜 정부 시기 49명에서 문재인 정부 시기 124명으로 급증했다. 그중 과반수인 68명(54.8%)이 여당 소속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비판이 불편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어진 <최욱, 전화연결 초등생에 "이명박·박근혜 중 누가 더 나빠?"> 기사를 통해 "팟캐스트 출신 진행자 자질 논란"를 부각시켰다. 작년 3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정봉주 전 의원 옹호 논란이 일었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진행자 김어준의 하차 이후 '나는 꼼수다' 출신 방송 진행자들은 물론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 중인 최욱까지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11일 <미디어오늘>은 <'김어준·김용민·최욱'에 주파수 맞춘 조선일보>에서 "조선일보가 김어준·김용민·최욱 등 팟캐스트에서 인기를 얻은 지상파 라디오 진행자들을 정면 겨냥했다"며 아래와 같이 꼬집었다.
 
"특히 최욱씨의 경우 8개월 전 일까지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최씨가 KBS '저널리즘토크쇼J' 고정 패널로 매회 조선일보를 비판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기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연일 조선일보를 비판해온 라디오 진행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미디어오늘>은 보고서의 출처 자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같은 기사에서 "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을 맡은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위치'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며 "윤 교수는 학계에서 새누리당 성향의 교수로 분류된 바 있고 박근혜정부 때 여당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맡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기사에서 윤 교수는 "지상파 시사 프로의 공정성이 정치권력 향배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였고, 박근혜 정부 때 눌려 있던 친민주당 성향이 문정부에서 의미심장하게 드러나는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12일 < PD저널 > 역시 <수상한 보고서 받아쓴 '조선일보', '지상파 때리기' 몰두>라는 기사에서 해당 보고서와 관련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지상파 편향성이 증가했다는 결론을 도출한 연구 방법론과 연구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아직 방송 공정성 지수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향성을 측정한 시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 PD저널 >은 한 언론학자의 입을 빌려 "연구진이 생각하는 '편향'은 무엇인지, '논쟁적 사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언론 입장에선 만약 정부가 맞는 이야기를 했다면 비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것이고, 틀린 말을 했다면 비판하는 게 당연할 텐데 이 보고서에선 무조건 정부 비판을 했는지 아닌지만 평가하고 있다"는 반박성 분석을 전했다.
 
또 < PD 저널 >은 "보고서의 연구 배경도 석연치 않다"며 "연구진은 지상파 프로그램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연구과제를 맡긴 곳이 어디인지는 함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윤 교수는 11일 < PD저널 >과의 통화에서 "(발주처는) 별로 밝히고 싶지 않다"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연구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최경영 기자는 11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윤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그런데 그걸 왜 (연구용역 발주처를) 밝히지 못하는 것인가? 발주처로 인해 연구용역 결과물이 공정성 시비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인가? 서울대학교 연구소가 학문적 연구를 해 놓고 특정 언론사, 조선일보만 먼저 준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그렇게 공정하고 자신 있는 연구라면 모든 언론에 공개하거나 또는 학문적 깊이가 있어서 저널에 실을 요량이라면 이런 단독 언론 플레이를 하지는 않는다.
 
정치적인 교수가 아닌 보통의 교수라면, 학문에만 전념하는 교수의 경우 통상적으로 그러하다는 말이다. 윤석민 교수도 당연히 그러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왜 이 연구용역결과물은 조선일보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받아썼는가? 그 경위에 대해서는 밝혀야 하는게 아닐까? 조선이든 윤 교수든." 
 
 지난 7일 보도된 <조선일보> '손석희 논란, 그 참담함의 본질'

지난 7일 보도된 <조선일보> '손석희 논란, 그 참담함의 본질'ⓒ 조선일보

 
<조선일보>로부터 편향성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김용민 PD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좃선'(조선일보)이 뜬금없이 나꼼수를 겨냥하는 이유는 '박수환 게이트' 때문일 겁니다"며 "기사와 엿바꿔 먹는 사이비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우리가 이런 (좌파의) 거악과 싸운다'는 이미지로 변신해야 하거든요"라고 꼬집었다. 앞서 김 PD는 < TV조선 >의 주요 프로그램 출연자를 분석, <조선일보>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좃선이 오늘은 그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인터뷰 대상 정치인을 분석했습니다. 저도 분석했습니다. 지난 한 달 간 정치인 인터뷰 코너가 있는 TV좃선 '이것이 정치다', '뉴스9'에 나온 정치인을요.
 
(고정패널을 뺀) 유영하 박근혜변호인(2.7), 홍준표 한국당당권주자(2.4), 오세훈 한국당당권주자(2.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2.6), 황교안 한국당당권주자(1.31), 박휘락 예비역장성단-방위비분담금모금운동단체(1.26) 김상조 위원장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유한국당 및 극우 성향이지요? 83%네요."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윤석민 교수가 최근 <조선일보> 지면의 칼럼니스트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지난 7일 <손석희 논란, 그 참담함의 본질>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공인들의 사생활 가차 없이 까발렸던 언론인 손석희, 비판의 칼이 자신 향하자 상식 밖 변명하며 숨었다"며 "앵커의 사생활 문제에 방송사가 나서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윤 교수는 자신에게 지면을 제공하고, 자신이 주도했다는 보고서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의 윤리적 정당성과 비판 능력 상실은 상관이 없는 걸까. 적어도 언론정보학과 교수, 게다가 국립대인 서울대 교수라면 김용민 PD가 언급한 <조선일보>의 기사 거래 정황이 그대로 폭로된 <뉴스타파> 기사는 참고해야 하지 않았을까.
 
설마 <조선일보>와 < TV조선 >이 손석희 사장 의혹을 가지고 선정성 보도로 흠집 내기와 클릭 장사에 선봉에 섰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걸까. 그 정도면 지상파 라디오의 편향성이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12일 늦은 오후,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보고서 발주처가 2013년 설립된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날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를 진행한 윤석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해당 연구는 조선일보 미디어연구소에서 발주를 받은 것이 맞다"며 "그러나 어떤 연구보다 엄정하게 이뤄졌고 독립적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답이 나왔다. <조선일보>가 발주하고,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는 교수가 진행한 보고서를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기사화하는 이 지독한 짜고 치는 고스톱. 이러한 보고서를 토대로 지상파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친정부'와 '편향'으로 몰아붙이는 <조선일보>와 윤 교수의 행태야말로 (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상식 앞에 몸이 떨려" 올 만한 '언론 스캔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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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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