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를 일컬어 흔히 '인생의 정점' 혹은 '인생의 전성기'라고 말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 내에서는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는 시점이자 직장 밖에서는 부모 부양과 자녀 학자금, 자녀 결혼 비용 등 뭉칫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50대의 대표 특징 가운데 하나를 꼽아보자면 어느 세대보다 부모와 자식들을 우선시해온 경향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낀 세대로 불리며 곧 노후를 맞이하게 될 50대들의 노후와 관련한 현재 상태는 어떠하며, 아울러 미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지 9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가 '50대의 노후, 지금 이대로 간다면...'편에서 이를 다뤘다.

'경고등' 켜진 50대의 노후

김정의씨는 4년 전 퇴직하여 강원도에 사과 과수원을 꾸렸다. 노후를 위해 귀농을 택한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고 준비도 철저했다.

하지만 과수원을 준비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었으며,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다. 내후년이나 되어야 본격적으로 사과가 출하될 예정이다. 수입은 그 무렵이나 되어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용 인력이 혼자인 까닭에 늘 건강 걱정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이다.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회사원 백인식씨는 집 한 채와 자녀 둘을 양육하고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장이다. 그 역시 노후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자녀를 결혼시키려면 전셋집 마련 등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는 돌볼 여력이 없다. 주변에서 명예 퇴직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고 자신에게도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는 자신과는 달리 자식들에게만큼은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고 싶지 않단다.

또 다른 회사원 나형주씨는 대학생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간다. 그는 요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등 노후 불안감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만약 중병에라도 걸리는 날에는 눈앞이 절로 캄캄해질 것 같다. 그의 수중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병원비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늘 짓누르고 있었다. 아들에 대한 결혼 자금 지원은 진작에 포기했다. 쥐꼬리만 한 공적연금도 기대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그는 빠르면 5년 후, 조금 늦는다면 10년 후인 60대 중반쯤 자신에게 노후 빈곤이 들이닥칠 것이라 예상했다.

그렇다면 지금 50대들의 실질적인 노후 준비 상태는 어떨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김진웅 연구위원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는 분들이 50%가 채 안 된다. 결과적으로 50대들의 노후 준비 상태는 크게 미흡하다. 이로 인해 중산층은 85%, 상위층은 90%가량의 계층 하락이 예상되는 등 평균적으로 봤을 때 전체 계층의 90%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계층 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노후 빈곤 현황

노후에 대한 불안은 은퇴 후 50대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아영 박사는 "은퇴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우울증 발생 위험률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확인된다. 한국에서 은퇴란 역할 상실, 자아 정체감 상실, 그리고 가정 내 지위 하락, 소득 소비 수준의 낮아짐 등 모든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그렇다면 노인 빈곤은 언제부터 시작될까? 다음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구인회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은 50대 중반 무렵에 뿌리를 두고 있다. 50대 중반 이후 빈곤율이 급증하며 65세가 넘어가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례적일 만큼 빈곤율이 크게 높아진다. 노인빈곤율이 40%를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인데, 그 노인에 속하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40%에 해당하기에 이 사회가 짊어져야 할 빈곤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50대의 노후 빈곤 문제를 예방할 수는 없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서영 박사는 "1인 기준 최소생활비가 190만 원이고 부부의 경우 250만 원 이상이 되어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다"라며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국민연금을 많이 받아봐야 130만~150만 원 수준이고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연금액수가 70만~80만 원에 불과하다 보니 다른 노후 준비를 못한 분들은 노후 빈곤에 시달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라고 했다. 그는 또한 "연금제도 개편이 시급한 실정이다. 제도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노후소득 및 노후연금의 양극화를 방치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믿고 있으며, 그래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은 과연 노후보장책이 될 수 있을까? 트러스톤 자산운용 연금포럼 강창희 대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집 팔아 살면 될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 집이 믿을 수가 없다. 갖고 있는 재산은 집 한 채밖에 없으며, 그 집값이 버텨주면 좋을 텐데 저성장 고령화시대에 버텨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가까운 일본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노후 파산이 큰 사회문제가 됐다. 일본의 집값은 3분의 1, 4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우리의 경우 30년 전 일본과 판박이다. 집을 팔아 생활해야 하는데 710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집을 팔기 위해 내놓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집값 역시 일본 꼴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노후 빈곤,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그렇다면 작금의 노후 빈곤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까? 나형주씨는 "일할 수 있는 사회 체계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현재 정년이 60세이니까 장차 65세, 70세, 그리고 80세까지 이를 연장해나간다면 50대가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많은 급여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일할 수 있는 터전만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노후는 개인 차원의 문제를 이미 벗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는 "노후 문제는 거시경제 차원의 문제다. 전쟁과 다르지 않다"라며 "삶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이미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개인이 이를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짚었다.

구인회 교수 역시 제도적 기반을 제대로 다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은퇴연령, 퇴직연령을 조정하는 제도적인 조정은 물론, 연금 수급을 통해 노후를 보장해주는 제도적인 조정도 필요하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단지 사회적으로 합의를 하고 그러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정비하고 이를 위한 노력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파국을 맞지 않는다."

인생의 정점에 서 있는 50대, 이대로 가다가는 이들의 상당수는 노후 빈곤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50대 그들 스스로가 바라는 것처럼 노후에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시급하겠지만, 그보다는 작금의 노후 빈곤 문제를 일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겠다.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의 한 장면ⓒ SB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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