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설특집 아육대의 한 장면.  MC를 맡은 전현무는 "프레디 무큐리"로 변신해 축하 무대를 꾸몄다.

2019 설특집 아육대의 한 장면. MC를 맡은 전현무는 "프레디 무큐리"로 변신해 축하 무대를 꾸몄다.ⓒ MBC

   
지난 2010년 9월 추석을 시작으로 매년 명절 연휴를 장식해온 MBC 특집 예능 프로그램 <설특집아이돌스타 2019 육상볼링양궁리듬체조승부차기선수권대회> (아래 '아육대')가 지난 5일과 6일에 걸쳐 성황리에 방송되었다.

각종 특집 예능들이 해마다 등장하지만 매년 꾸준히 찾아오는 명절 전용 예능은 그 전례를 찾기 힘든 만큼, <아육대>는 어느덧 MBC의 설+추석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꾸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잦은 부상, 방송사 측의 갑질 논란 등 각종 잡음 역시 지난 10년간 끊이지 않고 발생한 것 역시 사실이다.

지난 5일 방영된 첫날 1부와 2부는 각각 4.3%와 6.1%의 전국가구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닐슨코리아 기준) 이는 2018 추석 5.8%와 6.1%, 2018 설날 5.7%와 6.6%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에 해당된다. 

물론 날이 갈수록 지상파 TV의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고 하락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설날에도 그런대로 선전을 펼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만큼의 뜨거운 반응과는 거리가 먼 것 역시 사실이다.

분량 따내기(?)도 부익부 빈익빈
 
 2019 설특집아육대 리듬체조 1위와 2위를 차지한 에이프릴 레이첼, 엘리스 유경, 60미터 달리기 1위를 차지한 홀릭스 연정(사진 맨위 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

2019 설특집아육대 리듬체조 1위와 2위를 차지한 에이프릴 레이첼, 엘리스 유경, 60미터 달리기 1위를 차지한 홀릭스 연정(사진 맨위 오른쪽부터 반시계 방향)ⓒ MBC

 
대회 초창기를 빛내줬던 조권(2AM), 민호(샤이니), 민혁(비투비), 동준(제국의 아이들)부터 성소(우주소녀) 등은 <아육대>가 배출한 '체육돌'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엔 이렇다하게 눈길을 모으는 참가자들을 발견하기 어려워졌다. <아육대>가 스타 발굴 무대였던 것도 어느 순간부터 옛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상 방지 및 안전 등을 고려해서 축구(풋살), 씨름처럼 신체 접촉이 빈번한 종목들이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리듬체조, 볼링, 그리고 올해 신설된 승부차기 등이 메우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진다. 보이그룹 26팀, 걸그룹 25팀(공식 홈페이지 기준, 최소 1명 이상 참가)이나 참가하지만 결국 화면에서 분량을 얻는 건 몇몇 소수의 인기그룹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이틀간의 방송에서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한 양궁, 승부차기 등 단체 종목 출전 기회 역시 대부분 이들의 몫이었다.

반면 인지도가 낮은 팀 멤버의 경우 얼굴조차 발견하기 어렵다. 그나마 참가자 숫자가 많은 육상 종목조차 날이 갈수록 아육대 속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높이뛰기 같은 종목은 사라졌고 남녀 개인 60미터 달리기 예선 경기는 아예 통편집이 되었다. 우승(골든차일드 Y, 홀릭스 연정)을 차지해도 방송에선 큰 비중을 부여 받지도 못한다. 출전 기회조차 얻기 힘든 무명 그룹 멤버라면 그저 녹화현장의 머릿수만 채울 뿐, 깜짝 스타 탄생의 길 자체가 막혀 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언제까지 아이돌+팬들 볼모 삼아 제작할 것인가
 
 2019 설특집 아육대에선  볼링 여자 단체 우승을 차지한 구구단 세정과 미나,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4연속 10점을 쏜 트와이스 쯔위 등이 관심을 모았다.

2019 설특집 아육대에선 볼링 여자 단체 우승을 차지한 구구단 세정과 미나,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4연속 10점을 쏜 트와이스 쯔위 등이 관심을 모았다.ⓒ MBC

 
이번 설 특집 <아육대>는 지난해 연말 <나혼자 산다>에서 화제를 모았던 전현무의 '프레디 무큐리'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흥미로운 장면들을 선보였다. 쯔위(트와이스)는 양궁 단체전 결승전에서 4연속 10점을 맞추는 놀라움을 선사했고 세정+미나(구구단)은 동호인 경력만 20년이 넘는 송은이를 앞세운 셀럽파이브를 제압하고 볼링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나름의 볼거리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아이돌들은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전문 코치들로 부터 리듬체조 수업을 받고 볼링, 양궁 연습도 해야 한다. 연말연시 쉼없이 이어진 각종 시상식 공연으로 인해 과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대회에 참가, 팬들을 위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실제로 녹화가 진행된 지난달 7일은 총 이틀에 걸쳐 열린 '골든디스크 시상식' 바로 다음날이었다.  일부 팀은 해외 일정을 마치자마자 입국과 동시에 체육관을 찾아야만 했다.

늦은 시간까지 녹화장을 지켜준 팬들을 위해 식사+간식 마련 등 각 팀의 소속사에선 각종 비용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 정작 제작 주최측(방송국)이 해야할 역할은 아이돌 그룹+기획사들에게 떠넘겨진 지 오래다. 어떻게보면 <아육대>는 아이돌+팬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듯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대는 점차 달라지는데 어느새 열살이 된 <아육대>는 일부 종목의 변경을 제외하면 여전히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제작 방식이라면 지난 10년의 영광은 한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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